[홍영식의 정치판]
서울시장 출마 놓고 국민의힘-안철수 '동상이몽'
국민의힘 “우리 당 후보로 출마를”…안 대표 “안나간다”
국민의힘 고민 …경쟁력 높은 ‘키맨’들 “시장 보다 대선”
[홍영식 대기자] 내년 4월 치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그로부터 11개월 뒤 예정된 대통령 선거. 두 선거의 함수 관계는 뚜렷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겨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1992년부터 2017년까지 여섯 번 실시된 대선 득표 결과를 보면 대선에서 이긴 후보가 서울에서 승리한 사례는 2012년만 빼고 다섯 번에 달한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차지한 당이 이어 치러진 대선도 거머쥐었다.
여야가 대선 길목에서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 자기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불미스런 일로 낙마하는 경우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고쳐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도 대선 전초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실시된다.
국민의힘이 여당에 앞서 경선준비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있어서 서울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전국 유권자의 19.3%(지난 4·15 총선 기준 약 847만명)를 차지하고 있어 선거 풍향계 역할을 한다. 이미 25개 구청장 중 24곳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마저 놓친다면 대선은 가망이 없다는 인식이 국민의힘 내에서 팽배하다.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시장이 선거 빌미를 제공한 만큼 후보들이 적극 나서지는 않고 있다. 11월초 쯤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 발표된 뒤 후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거론되는 후보만도 10명이 훌쩍 넘는다.
국민의힘의 고민은 당내에선 여당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후보, 이른바 ‘키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궐선거가 여당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만큼 선거 환경은 유리하지만, 민주당 후보군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등과 겨루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또는 영입론이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와 중도·보수 단일 후보가 된다면 우리 당 지지표와 안 대표 지지표가 합해져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면 차기 대선 출마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대선에 나가려면 시장 임기 시작 8개월만에 그만둬야 한다. 서울시장 당선이 다급한 국민의힘은 연대든, 영입이든 안 대표를 데려와 출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선 안 대표가 서울시장이 아닌 대선으로 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안 대표는 대선 주자지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 대표도 지금까지 여러차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한 바 있다. 한 측근은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영입해 서울시장으로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가 “지금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전 부총리는 유력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지만 정치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은 채 지난 1월 그가 주도해 만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과 지난달 발족한 ‘소셜 임팩트포럼’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말 기자와 만나 대선 주자,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 “나와 상관없는 일에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며 “농·어촌 현장에 와서 (농·어민과) 호흡하고, 얘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민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내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기자에게 “(서울시장은)한 번 했다”며 “차기 대선으로 바로 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금은 개인이 아니라 당이 우선”이라며 “어떤식으로든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yshong@hankyung.com
서울시장 출마 놓고 국민의힘-안철수 '동상이몽'
국민의힘 “우리 당 후보로 출마를”…안 대표 “안나간다”
국민의힘 고민 …경쟁력 높은 ‘키맨’들 “시장 보다 대선”
[홍영식 대기자] 내년 4월 치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그로부터 11개월 뒤 예정된 대통령 선거. 두 선거의 함수 관계는 뚜렷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겨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1992년부터 2017년까지 여섯 번 실시된 대선 득표 결과를 보면 대선에서 이긴 후보가 서울에서 승리한 사례는 2012년만 빼고 다섯 번에 달한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차지한 당이 이어 치러진 대선도 거머쥐었다.
여야가 대선 길목에서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 자기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불미스런 일로 낙마하는 경우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고쳐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도 대선 전초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실시된다.
국민의힘이 여당에 앞서 경선준비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있어서 서울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전국 유권자의 19.3%(지난 4·15 총선 기준 약 847만명)를 차지하고 있어 선거 풍향계 역할을 한다. 이미 25개 구청장 중 24곳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마저 놓친다면 대선은 가망이 없다는 인식이 국민의힘 내에서 팽배하다.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시장이 선거 빌미를 제공한 만큼 후보들이 적극 나서지는 않고 있다. 11월초 쯤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 발표된 뒤 후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거론되는 후보만도 10명이 훌쩍 넘는다.
국민의힘의 고민은 당내에선 여당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후보, 이른바 ‘키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궐선거가 여당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만큼 선거 환경은 유리하지만, 민주당 후보군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등과 겨루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또는 영입론이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와 중도·보수 단일 후보가 된다면 우리 당 지지표와 안 대표 지지표가 합해져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면 차기 대선 출마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대선에 나가려면 시장 임기 시작 8개월만에 그만둬야 한다. 서울시장 당선이 다급한 국민의힘은 연대든, 영입이든 안 대표를 데려와 출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선 안 대표가 서울시장이 아닌 대선으로 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안 대표는 대선 주자지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 대표도 지금까지 여러차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한 바 있다. 한 측근은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영입해 서울시장으로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가 “지금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전 부총리는 유력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지만 정치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은 채 지난 1월 그가 주도해 만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과 지난달 발족한 ‘소셜 임팩트포럼’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말 기자와 만나 대선 주자,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 “나와 상관없는 일에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며 “농·어촌 현장에 와서 (농·어민과) 호흡하고, 얘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민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내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기자에게 “(서울시장은)한 번 했다”며 “차기 대선으로 바로 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금은 개인이 아니라 당이 우선”이라며 “어떤식으로든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