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미래다’....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②


[스페셜 리포트]‘인공지능에서 미래 찾기’…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②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인간의 지능을 닮고 싶은 AI는 대표적으로 사람의 눈과 같은 ‘시각 지능’, 말에 해당하는 ‘언어 지능’을 발전시켜 왔다. 이번 랭킹 조사에서 전체 1위는 언어와 시각 분야에서 나왔다. 메시징 AI를 선보이는 센드버드가 그 주인공이다. 센드버드는 기업용 채팅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해 공급한다. 기업들에 웹과 앱에서 메시지·채팅이 가능한 솔루션을 판매하는 B2B 기업이다. 이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3대 소셜 미디어 ‘레딧’, 미국프로농구(NBA),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스타트업 ‘고젝’ 등이 고객사다. 채팅 API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이번 조사에서 1위에 오르게 된 배경은 누적 투자액, 밸류에이션, 시장 장악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제품과 서비스, 글로벌화, 매출 실적 등에서 모두 성과를 낸 데 있다. 특히 챗봇 AI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차별점을 보였다. 이경전 교수는 “일찍이 기업용 챗봇 개발의 어려움을 간파하고 기업 채팅 API 시장에 집중해 시장을 석권, 그 결과로 기업용 챗봇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해 기업 채팅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번역 분야에서 플리토도 주목되는 기업이다. AI와 크라우드 소싱을 결합한 유료 번역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하고 있다. 플리토는 언어 데이터 구축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언어 장벽 없는 세상’ 실현을 목표로 2012년 집단지성 번역 서비스를 오픈했고 이후 전문 번역과 AI 번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왔다. 현재 25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고 173개 국가에서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한다. 번역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리토는 마이크로소프트·텐센트·NTT도코모·삼성·현대차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에 제공하는 B2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리토를 창업한 이정수 대표는 쿠웨이트에서 태어난 뒤 사우디아라비아·영국·미국 등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언어에 대한 관심을 키워 왔고 대학 재학 시절 플리토의 모태가 되는 크라우드 소싱 번역 서비스 ‘플라잉캐인’을 창업한 바 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언어 데이터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업을 플리토가 유일하다”며 “플리토 AI 번역 엔진은 국내외 그 어떤 번역 엔진의 성능보다 정확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영상 인식 기술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알체라도 순위에 올랐다. 알체라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영상 인식 기술을 연구해 온 김정배 대표가 2016년 창업한 AI 영상 인식 기술 전문 업체로, 증강현실(AR) 카메라 앱 ‘스노우’에 사용된 얼굴 인식 기술을 비롯해 산불 등 화재 영상 인식 시스템, 출입국 심사 안면 인식 시스템, 얼굴로 결제가 가능한 페이스 페이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환경·에너지·로봇 …AI로 시너지




수퍼빈은 AI 폐기물 회수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무관심 속에 버려지는 폐기물의 가치를 기술을 활용해 끌어올렸다. 재활용을 촉진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와 비즈니스 모델을 잘 결합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그동안 환경이라는 가치에 대해 추상적으로 접근했다면 수퍼빈은 환경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AI 폐기물 회수 로봇인 네프론에 재활용품을 넣으면 AI가 부가 가치가 높은 제품을 선별한다. SK케미칼·GS칼텍스·SK케미칼 등 화학 회사들이 돈을 주고 구매하는 리사이클 소재로 재탄생된다. 5년 전 3000만원으로 시작한 수퍼빈은 최근 2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며 기업 가치 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폐기물 회수 로봇 네프론은 3년 전 6개를 판매한 이후 현재 전국에 160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는 에너지 분야에서 AI를 접목했다. “에너지 분야의 사물인터넷 기업에서 이제 AI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다. 신재생에너지에 AI 기술을 도입해 태양광 발전량을 예측하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의 최적 충·방전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최근 부상하는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는 조시 소로스가 운영하는 퀀텀펀드와 일본 소트크뱅크에서 투자받아 주목받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한국·미국·일본 등에서 수주를 이어 가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분야에서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베어로보틱스도 눈길을 끈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로보틱스·AI 개발 기업으로 서비스용 자율주행 로봇, 서비(servi)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서비는 레스토랑의 주방과 손님 테이블을 오가며 음식을 운반한다. 베어로보틱스의 하정우 대표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미국에서 순두부집 창업을 통해 실제 레스토랑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는 서버들의 피로감을 몸소 체험한 뒤 기술로 문제를 풀었다. 레이저를 이용하는 센서 ‘라이다(LiDAR)’와 3D 카메라를 통해 좁은 실내 공간에서도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서비는 바닥의 신발·지갑 등 아주 작은 장애물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 테이블까지 안전하게 음식을 운반한다.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자율주행 로봇이 담당하고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베어로보틱스는 북미·아시아·유럽 등 여러 국가의 레스토랑, 기업 카페테리아, 공유 주방뿐만 아니라 요양 시설과 카지노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초 소프트뱅크로부터 3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1만 대 선주문을 받은 상태다. 이경전 교수는 “소트뱅크로보틱스의 페퍼가 사실상 실패한 것에 비해 한국 기업이 실세계에서 잘 사용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시장을 키우고 있고 글로벌 시장 석권도 기대할 만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뷰티·패션·스포츠·제조·에지 AI까지




잼페이스는 MZ세대를 공략해 호응을 얻고 있는 뷰티 AI 기업이다.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해 동영상에서 특정 구간으로 이동하는 ‘타임 점프’ 기능을 만들었다. 긴 메이크업 영상을 의미 단위로 분절하고 순간 이동하는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또한 ‘나와 닮은 유튜버 찾기’를 통해 페이스 매칭을 하고 셀카를 찍으면 AI가 분석해 뷰티 크리에이터를 추천해 준다.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이 고객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서비스 오픈 1년 3개월 만에 65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패션 전자 상거래에서 제품 추천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200여 기업에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독특한 모델을 만든 오드컨셉(패션)도 순위에 올랐다. 스포츠 분야에선 비프로일레븐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시장이 큰 유럽으로 곧바로 진출해 세계 축구 영상 분석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AI와 인간의 협업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모범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소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밖에 제조·산업 분야에서도 기업들이 활약하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제조 분야의 설비 고장 예측으로 특화된 AI 기업이다. 설비 관리 예측 분야에선 원프레딕트가 순위에 올랐다. 기계 설비 수명 예측 기술에 특화한 솔루션을 AI 서비스 업체에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한국 스마트 제조 선도 기업으로 평가된다. 엣지 AI를 선보이는 노타는 2015년 카이스트 학내 벤처로 시작된 기업이다. 딥러닝 모델 경량화 기술을 기반으로 온디바이스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필요하게 될 솔루션으로,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만드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AI 서비스와 솔루션을 공급하는 와이즈넛·마인즈랩·솔트룩스·애자일소다도 순위권에 올랐다.






조사 개요
‘대한민국 AI스타트업 25’ 조사는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 인공지능·비즈니스모델연구소(이경전 교수, 손동성 연구원)에서 담당했다. 먼저 AI 기업을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 기술을 AI 기술로 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조사 과정에서 300여 개의 기업이 조사됐고 AI 기술이 핵심 기술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회사는 제외해 250여 개의 AI 기업이 수집됐다.
AI 기업들을 먼저 누적 투자 유치액, 가장 최근 투자 유치액, 상장기업은 시가 총액, 최근 연도 매출액, 최근 연도 영업이익 등 재무적·계량적 지표를 고려해 정렬했고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형태(용역·제품·플랫폼·B2C·B2B·B2B2C·C2C), 제품화 수준, 기술 성취 가능성, AI에 대한 합리적 관점, 적용 분야의 적절성,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했다. 정성적 지표는 0.1~2 사이로 부여했고 정성적 지표 등에 대한 기하 평균을 구해 계량적 평가에 곱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기업 간 쌍대 비교 등을 통해 파라미터의 적절성을 판단했다.
AI 기업 25개는 AI 기술로 현재 해결할 수 있는 분야와 아닌 분야를 구별해 낸 회사, AI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발견한 회사, 발견한 방법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한 회사, 방법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고 글로벌로 진출하고 있는 회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AI 초기 상황이라 AI SI형 기업이 4개사가 포함됐지만 인터넷 혁명 초기에 웹사이트 개발 회사(예를 들어 웹에이전시)들이 나타났다가 저부가 가치 산업으로 전락했듯이 AI SI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향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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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드버드, '메시징 AI'로 글로벌 종횡무진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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