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채팅 솔루션 ‘세계 1위’…50억 세계인이 쓰는 플랫폼이 목표죠”
입력 2020-10-29 11:07:58
수정 2020-10-29 11:07:58
[HELLO AI]이경전이 만난 AI 프런티어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 실리콘밸리에서 B2B 모델로 ‘유니콘’ 유력…머신러닝으로 데이터 필터링하고 감성 분석
[한경비즈니스=정리=이현주 기자] 한경비즈니스가 1299호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AI 스타트업 25’에서 1위는 ‘메시징 AI’를 선보이는 센드버드(Sendbird)의 차지였다. 미국 실리콘밸리 산마테오에 본사를 둔 센드버드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지난해 14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센드버드를 이끄는 김동신 대표를 ‘줌’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센드버드를 이끄는 김동신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거쳐 2007년 소셜 게임 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 매각한 뒤 2013년 육아 정보 커뮤니티 스마일패밀리(센드버드 전신)를 설립한 연쇄 창업가다.
김 대표는 ‘실패를 모르는 기업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3년 남짓 헛발질을 하고 중간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결국 포기하지 않고 결과를 보여주면 성공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센드버드는 2016년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선택을 받으면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았다. 와이콤비네이터의 까다로운 심사와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의 B2B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투자를 받았다.이어 지난해 2월 1억200만 달러의 대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정보기술(IT) 거인들이 후원한 아이코닉 벤처캐피털과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주요 투자 기관으로 참여했다.
B2B 기업의 경쟁력은 곧 고객사로 증명된다. 센드버드는 미국 3대 소셜 미디어 ‘레딧’을 만나면서 전환기를 맞은 바 있다.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스타트업 ‘고젝’, 미국프로농구(NBA), 버진 모바일(Virgin Mobile) 등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며 세계 1위 기업용 채팅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혁신의 용광로인 실리콘밸리에서 유니콘 기업이라는 잭팟을 터뜨리는 주역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표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센드버드의 성장 스토리와 인공지능(AI)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가 인터뷰에 함께했다.
이경전 교수(이하 이경전) : “2017년 1월 언론 인터뷰(‘AI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간극 있다’)를 매우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챗봇(대화형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열풍이 불던 상황에서 현실과의 간극이 있다는 의견을 밝혀 실력이 있고 용기도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신가요. 변화된 것이 있나요.”
김동신 대표(이하 김동신) : “가트너가 발표하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보면 기술의 생명 주기가 표현됩니다. (2018년 자료를 보여주며) 그때 당시 AI와 챗봇이 최대 기대치를 받고 있었던 것 같아요. 챗봇을 하겠다는 수많은 회사들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펀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 곳이 절반이 넘습니다. 살아남은 회사들은 이제 실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존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인데, 고객 상담용 챗봇으로 전문화된 곳이 몇 군데 있어요. 또 다른 방향은 모더레이션이죠.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채팅을 하거나 소셜 미디어 포스팅을 할 때 항상 좋은 콘텐츠만 올리는 것은 아니에요. 욕설을 하기도 하고 광고를 할 때도 있고 또 봇(bot)도 있죠. 대화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걸러낼 수 있어야 해요. 욕설 필터링, 사기 감지, 유해 이미지 차단과 같이 고객이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알려주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특히 큰 회사일수록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안 되잖아요. 사람이 막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이를 자동화하면 효과적입니다. 한편에선 오픈AI에서 GPT-3를 내놓으면서 일반 인공지능(AGI)에 근접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잖아요. 기계가 얘기했는데 사람인지 기계인지 모르는 수준의 것들이 나오고 시작했습니다. 정점을 지나 거품이 빠지면서 양적으론 줄어들고 질적으론 늘어나는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스마일패밀리를 설립한 뒤 자사의 메시징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다가 이 기능을 떼어내 B2B로 제공하면서 센드버드를 키우게 됐다. 김 대표는 “카카오톡·왓츠앱·텔레그램 등이 한참 화제가 되던 시기에 채팅 기능을 만들고 싶은 기업들의 문의가 늘어나면서 사업 모델을 바꿨고 세계 1위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를 만나면서 B2B에 집중해 오늘날의 센드버드가 됐다”며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직원 4명과 둥지를 틀었던 센드버드는 한국·런던·독일·싱가포르·인도 등 글로벌에서 210명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 말이면 280명 수준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애플에서 음성 인식 서비스 ‘시리’ 개발에 참여한 이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고 한국과 미국 등의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인재들이 합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을 크게 2PM, 즉 피플(People)·프로덕트(Product)·마켓(Market)·머니(Money)로 보고 있다”며 “인재를 영입해 성장을 돕고 제품 개발 일정을 체크하고 세일즈와 투자 유치, 가격 정책 등에 대해 얘기하면서 분야별 전문가들이 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게 제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경전 : “센드버드는 제가 파악하기론 (전형적인) AI 회사는 아닌 것 같은데, 센드버드는 AI 기술을 쓰고 있습니까. 쓸 계획이 있나요.”
김동신 : “이미 많이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동 이미지·메시지 모더레이션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이미지와 글을 발견해 고객사에 알려주고 욕설, 더 정확히는 금칙어 필터링이죠. 조기 차단하거나 콘텐츠를 감지해 계속 대화를 진행할 것인지 묻습니다. 또 여러 AI 회사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AI를 우리 플랫폼 위에 올려 쓰는 곳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데이터 분석이 큰 축입니다. 기업들의 채팅 서비스를 다루면서 데이터가 엄청 많이 쌓여 있는데 머신러닝 엔지니어들이 데이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키워드 분석,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해 전반적으로 해당 플랫폼에서 어떤 대화가 이뤄졌는지, 고객들의 감정 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알려주죠.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를 볼 때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어떤 팀과 선수를 응원하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화면을 내보냈을 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지 알면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이 참고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챗봇도 FAQ(자주 묻는 질문)로 시작해 머신러닝의 레이어(층)를 올려 사람들의 의도를 측정해 보려고 합니다. 현재 검색 키워드로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답변을 주는 연구·개발(R&D)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형태로 AI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이경전 : “메시징 API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필터링이나 분석을 통해 의도를 찾아내고 또 챗봇으로 연결되고 있군요. AI 회사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곳들인지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까.”
김동신 : “공개가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지만 그중 구글이나 아마존과는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진영에서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 상용 솔루션을 쓰지 않고 직접 챗봇을 만들고 있어요. GTP-3는 다른 레벨의 차원이어서 직접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운영과 관련해 소셜 미디어 분야의 필터링을 담당하는 곳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우리와도 협업을 준비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경전 :“ GTP-3에 대해서는 놀랍지만 여전히 한계가 많다는 요지로 저도 두 개의 칼럼을 쓴 바 있습니다. AI 분야에서 올해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이고 알파고 이후 가장 큰 이슈인데 그만큼의 한계도 보입니다.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볼 때 오픈AI의 행보나 GTP-3의 파급 효과 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김동신 : “와이콤비네이터의 대표를 지낸 샘 알트먼이 오픈AI를 설립할 때 행사에 가서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실체가 모호했는데 대규모 펀딩을 유치하고 똑똑한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파라미터(매개변수) 수만 1750억 개로 이전 버전에 비해 100배 이상 높죠. 이 추세가 여기에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샘 알트먼의 야망이 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사고의 수준이 굉장히 높더라고요. 다음 버전인 GTP-4, GTP-5가 나올 즈음에는 지금보다 한 번 더 기하급수적(exponential) 스케일로 발전할 것 같아요. 한 가지 예로, 온라인 게임은 환경이나 변수가 완전히 통제되고 100%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AI로 실행하기 좋아요. 지금 프로게이머들이 하는 게임은 바둑과 비슷하게 컴퓨터가 찾아 놓은 해답들이 최적화돼 있어 사람의 어떠한 입력보다 효율이 높다고 해요. 조금 더 발전하면 사람이 어떤 인풋을 넣어도 교정까지 할 수 있는 거죠. 이미 오픈AI에선 이와 같은 시뮬레이션을 다 했어요. 프로게임뿐만 아니라 인간의 일로도 넘어올 수 있는 상황이 머지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대로만 발전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변화가 급격히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제가 2005년 정보과학지에 쓴 논문에서 당시 이창호 9단을 이길 수 있는 AI가 충분히 개발될 수 있다고 썼습니다. 게임이라는 환경이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람이 주가 되는 환경에서 기계가 학습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센드버드와 함께 일하는 기업들은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한 대화를 해야 하잖아요. 미션 크리티컬한 대화를 과연 자동화할 수 있을까요. 만약 자동화된 챗봇을 만들겠다는 기업들에 조언해 줄 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동신 : “센드버드는 디지털 헬스케어, 마켓 플레이스, 온디맨드, 커뮤니티 기반의 기업들의 일반적인 유스 케이스(활용 사례)를 다룹니다. 두 가지 길이 있는데, GTP-3처럼 바닷물을 끓이는 심정으로 보텀업(bottom-up) 하는 방법은 천문학적인 돈과 연구·개발(R&D), 인재가 필요하죠. 엘론 머스크나 샘 알트론과 같은 분에게 위임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특정 유스 케이스에 집중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모든 대화 상황을 자동화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 대신 특정 트러블 슈팅(trouble shooting : 애로 사항 해결)을 하는 데 채팅을 구현한다면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주문한 구매자와 배달자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제때 배달이 잘되는 것이겠죠. 이를 자동화하면 음식 배달 취소율이 확 줄어들고 배달 속도가 빨라집니다. 실제 ‘고젝’은 예약 취소율이 75% 줄어들고 카림(Careem)은 고객 지원 통화 수가 33% 감소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의 의사 결정의 많은 부분이 유추나 어림짐작이에요. 그래서 엔드 투 엔드로 구현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유스 케이스 해결로 접근하는게 낫다고 판단합니다. 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상당수의 질문은 반복적입니다. ‘재고 있나요’, ‘할인 되나요’ 등을 묻습니다. 문제는 답변하는 사람들이 바쁘면 짧게 쓰거나 오타를 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소비자의 감정이 상하거나 구매 전환율이 떨어집니다. 이때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답변을 자동 생성하고 고를 수 있게 한다면 문제 상황을 줄일 수 있겠죠. 음식 배달 상황에서 ‘어디쯤 왔어’라고 물어보면 ‘식당에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가는 중입니다’와 같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챗봇은 자동화된 솔루션이 아니라 아직은 수제작 프로젝트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경전 : “저는 챗봇을 개발하겠다는 회사들에 객관식 카드봇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에리카(Erica)처럼 검색봇 정도로 하라고 합니다.”
김동신 : “아마존은 고객 상담을 챗봇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품할 때 처음에는 AI가 응대하고 부족한 부분은 사람에게 연결해 주죠. 이때 보면 AI가 사람인 척하지 않습니다. ‘어시스턴트 봇’이라고 써 있어요. 즉, 기대 관리를 한다는 것이죠.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게 아니라 자동화를 통해 효율을 높여준다는 접근이기 때문에 소비자도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효율이 떨어지면 바로 사람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경전 : “기대를 관리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시리·알렉사·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음성 인식 스피커 산업과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동신 : “애플에서 시리를 만들다가 합류한 CTO와 얘기해 보면 아직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비즈니스 가치와 소비자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지금은 날씨를 물어 보거나 전화를 대신 걸어 주거나 택배 상태를 알려 주는 용도로 거의 쓰이잖아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약간의 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하나씩 확인해야 하죠. AI가 되는 스피커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리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중에서는 구글 어시스턴트의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검색 엔진과 외부 비즈니스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구글 캘린더와 G메일을 쓰고 있는데 서로 연동되면 이동 구간에 대해 식당 예약을 하거나 차를 불러 주는 등 일정 관리가 가능해지겠죠. 데이터를 다 가지고 있는 게 핵심입니다.”
이경전 : “센드버드가 메시징·채팅에서 API를 제공하는 데 계속 부가 가치를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머신러닝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앞으로 센드버드는 어떤 회사로 발전시킬 계획입니까.”
김동신 :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계속해 인터랙션(상호작용)할 겁니다. 채팅·음성콜·화상콜이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으로 발전해 나갈 텐데 사람들의 실시간 인터랙션에서 업계 표준이 되는 글로벌 개발자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월 1억 명 정도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전 세계 인터넷 인구인 40억~50억 명이 알게 모르게 다양한 앱을 통해 센드버드의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 같습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