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격차 승부수 나올까...끝없는 혁신이 ‘삼성 DNA’


[SPECIAL REPORT]


-막 오른 ‘뉴 삼성’ 이재용 시대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선대 이병철 회장이 한국 1등 삼성을 만들었다면 이건희 회장은 세계 1등 삼성을 만들었다. 이제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차례다. 이 부회장은 이미 세계 1등이 된 삼성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이 부회장이 짊어지고 나아갈 삼성의 과제를 생각했다. hawlling@hankyung.com


‘승어부(勝於父).’ 10월 28일 치러진 고(故)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고교 동창이자 오랜 친구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한 말이다. 김 회장은 이 회장에 대해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친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듯이 이건희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아버지에게 승어부는 인생 최대의 뿌듯함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아들들에게 승어부는 인생 최대의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처럼 승어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까마득하다.





◆본격적으로 막 오른 ‘뉴 삼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경제 위축과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반도체·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 불확실성 고조 등은 이 부회장을 가로막고 있는 큰 장애물이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병상에 있던 지난 6년여 동안 삼성을 이끌며 후계자로서,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총수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를 뛰어넘어 삼성의 장점인 창의력과 도전 정신, 일등주의 등을 계승함과 동시 이 부회장이 약속한 ‘뉴 삼성’을 이끌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작년 50주년 행사에서 초일류 100년의 역사를 다시 쓰자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50년은 여러분 모두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했다”며 “앞으로 50년, 마음껏 꿈꾸고 상상하자.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전자 장비),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를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낙점한 만큼 ‘포스트 반도체’ 발굴과 주력 사업 ‘초격차’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서도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며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 총 20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먼저 삼성의 핵심인 반도체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확대, 유망 기업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유는 메모리 부문 세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해 1위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삼성을 따돌리고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M&A도 활발하다. 삼성이 메모리뿐만 아니라 2030년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을 달성하려면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에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AI·5G·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자동차용 전장 사업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이 회장의 유산이었다면 첨단 고품질의 반도체와 AI·5G·전장 사업 등은 이 부회장이 발굴한 삼성의 새로운 역점 사업이다.


다른 한 축은 사회적 가치 강화다. 이 부회장은 과거의 관행과 선을 긋고 ‘동행’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작년 4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 선포식’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는 게 개인적인 믿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베트남 출장에서 역시 “뒤처지는 이웃이 없도록 주위를 살피자”면서 “조금만 힘을 더 내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 도전의 원동력”


실제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2018년 2월 경영에 복귀해 상생과 사회 공헌, 사회적 난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 매듭, 삼성전자서비스 8700명 직고용, 협력사 스마트 공장 지원, 스타트업 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올 초에는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신년 첫 행보로 화성 사업장을 찾아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말했다.


사회 각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뉴 삼성’에 거는 기대감도 속속 내비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을 조문하며 “이 부회장의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게 고인의 마지막 생각이 아니셨을지 영정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 체제의 새로운 삼성에 대해 “여러 가지 좋은 쪽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일류 전략과 사회적 가치를 키우고 이어 가는 것이 ‘승어부’를 위해 이어 갈 지속적인 과제라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이 부회장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법 문제의 해소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정 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과 삼성물산·제일모직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두 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 농단 재판은 2016년 박영수 특검에 의해 기소된 이후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 유예로 석방됐지만 2019년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그해 10월 열린 파기환송심은 올해 12월 결심 재판이 예정돼 있다.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서는 2018년 하반기부터 400건 이상의 소환 조사, 50여 건의 압수 수색이 진행됐고 지난 6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지난 9월 검찰은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은 10월 22일에야 첫 재판으로 공판 준비기일이 열려 앞으로 최소 2~3년간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의 성과는 계승하면서 그 성과의 그늘에 쌓여 있던 과제들을 넘어서기 위한 변화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진행되는 ‘변화’도 이러한 전통을 계승해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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