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자 “민노총, 체제 인정 안 해 … 노동이 권력 잡을 때까지 투쟁하려는 것”
입력 2020-11-02 14:52:40
수정 2020-11-02 14:52:40
[주목 이 정치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노동 유연성에 ‘쉬운 해고’ 프레임 씌우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ILO법안, 밀어붙여선 안돼…체면이 무슨 소용, 우리가 죽게 생겨”
“대체 근로 허용 반대하는 민주당, 집권 여당 맞나?
기업, 대한민국서 투자 안하면 취약계층 노동자가 피해”
“여권, 노동개혁 할 생각 없어…하르츠 개혁 꿈도 못꿔”
“인국공 사태, 그냥 놔두면 될 걸 긁어 부스럼 만들어”
“노동계에 있다면 더 세게 운동…그러나 정치인은 균형 필요”
[홍영식 대기자·고은이 기자] “아이고, 숨이 막힙니다. 엄청 스트레스 받고 있어요. 어디서부터 입을 떼야 할지…. 잘못 말하면 임이자는 쫓겨나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경북 상주·문경)은 고충부터 털어놓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조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와의 인터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의원회관으로 왔다. 그는 “10여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 받았는데 한결같이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그의 친정이다. 그는 27세 때부터 30년 가까이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노동계에 있었다면 더 세게 ‘운동’할 겁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달라야 해요. 노사 양쪽을 다 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죠.” 그러다 보니 그는 노동 관련법 논의 때마다 친정인 노동계로부터 거센 공격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는 20대 국회 4년 내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한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 환노위 소위 위원장을 맡았다. 출범 예정인 국민의힘 노동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장도 맡아 ‘김종인표 노동 개혁’의 총대를 메고 있다.
▶노동 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있습니까.
“1980년대엔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죠. 이런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죠.
“1990년 4월부터 노동 운동을 했습니다. 데모를 해 봐야 소용이 없더라고요. 국회의원이 돼 법을 바꾸는 것이 훨씬 빠르지…. 세상을 바꾸는 힘은 국회의원이 훨씬 크다는 것을 절감했죠. 노동자도 세력화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는 뭡니까. (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 때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나는 자유와 평등 가운데 자유를 더 중시합니다. 자유가 있어야만 인간의 다양한 생각이 존중받을 수 있고 그래야 풍요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풍요로울 때 사람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죠. 분배와 평등보다 자유와 성장이 우선돼야 합니다. 노동 운동을 하면서 분배와 평등을 요구했지만 획일적인 분배와 평등은 거부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때부터 환노위에서 활동하면서 친정인 노동계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데 고충이 심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가면 초월하게 돼 있죠. 20대 국회 때 숙박·식사비도 포함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혔더니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있던 내 지역 사무실(당시 임 의원은 자유한국당 안산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음)로 밀고 들어와 ‘의원님 얼굴에는 노동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고맙습니다. 내가 지금 노동 운동을 한다면 여러분들보다 더 세게 할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이다 보니 노사 양쪽을 다 볼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 갖춰야 할 3개 덕목을 고르면 신뢰·책임·균형 감각이다. 정치를 왜 하느냐. 노사 양쪽을 균형 있게 봐야지 한쪽으로 치우쳐진 운동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도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노동자도 좋아진다’고 얘기했죠.”
▶김 위원장이 언급한 노동 개혁은 무엇을 뜻하고 노동 관계법 개정 TF는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활동할 예정입니까.
“말 한마디 잘못하면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불만을 사기 십상입니다. 자칫하면 임이자가 쫓겨날 수도 있어요(웃음). 김 위원장이 화두를 던졌는데 시장이 녹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큰 틀에서 방향을 설명해 줄 수는 있지 않습니까.
“김 위원장이 노동 유연성을 언급하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발끈했죠.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이 웬 말이냐고 하는데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이에요. 이걸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에 가둬선 안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어요. 과거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비대면으로 일하는 게 많아지면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지 않습니까. 다양한 노동 형태가 생겼습니다. 배달·대리운전 등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을 얻는 ‘긱 노동자’, ‘특수 고용 노동자’가 많아졌죠. 이제 과거 산업화 시대 때 만들어진 노동법으론 안 됩니다. 산업은 4.0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기존 노조법은 1.0으로만 쭉 왔습니다. 이 노조법으로는 산업 4.0 시대를 담기 버겁습니다. 현재 노조법은 과거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맞는 법이에요. 이 법으로는 변화하는 노동 형태에 따라 생겨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택배 노동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없어요. 본사·대리점과 위·수탁 관계에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지 않죠.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어서 노조도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자영업자라고 하더라도 본사·대리점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종속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의 건강권과 노동 조건, 예를 들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지 등이 TF에서 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특수 고용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문제에 대한 국민의힘의 방침은 무엇입니까.
“특수 고용 노동자들의 산재 적용 제외를 인정하다 보니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문제죠. 이들이 산재에 가입할 수 있지만 본인들이 적용 제외 신청을 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 방안 자체도 사각지대가 있어요. 65세 이후 신규 취업 노동자와 일정 소득 미만인 노동자는 적용 제외를 인정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계약법을 만들 계획입니다. 정규직·비정규직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해당되는 것으로 일종의 표준 계약입니다. 그리고 특수고용법을 제정해 플랫폼 노동자와 긱 노동자 보호에 나설 겁니다. 이들의 노동 조건, 노동 시간 등을 규정할 예정입니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유예 기간이 연말에 종료되지만 탄력근로제·선택적근로제 등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기업들의 우려가 큽니다.
“민주당은 탄력적 근로(특정일에 법정 노동 시간을 초과해 일했다면 다른 날의 노 동 시간을 단축해 일정 기간 평균 노동 시간을 법정 노동 시간에 맞추는 방식) 적용 기간을 6개월, 우리 당은 1년을 주장하다가 우리 당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노동자가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면 일정 기간 이내의 정산 기간을 두고 그 기간의 평균 노동 시간이 주52시간을 넘지 않으면 됨)를 받아주면 6개월을 수용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조차 별 의미가 없게 됐어요. 왜냐하면 비대면 노동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가 노동 시간에 대해 너무 개입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됐어요. 노사에 맡겨 놓으면 됩니다. 노동 시간 총량을 정해 놓되 구체적인 선택은 노동자가 정하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라면 남편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부인은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하면 아이를 키울 수 있죠. 제조업 노동자가 아니면 이런 선택적 근로가 가능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비정규직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잘못됐죠.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보세요. 자리와 업무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화하는 게 맞아요. 예를 들어 보안 검색을 정규직화한다든지…. 그리고 사람은 그다음 문제죠. 그런데 대통령은 사람을 먼저 정규직화한다고 했어요. 인천공항을 방문해 ‘여기 있는 분들을 정규직화시켜 줄게’ 이렇게 한 거죠. 마치 김정일 생일날 쇠고기 국 주는 것처럼 대통령이 간 날을 기준으로 ‘성은’을 받은 쪽은 시험을 면제하고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입사한 사람들은 시험을 봐야 하죠. 소방대원과 야생동물 통제직 241명을 직고용한다고 시험 보게 하니 47명이 실직자가 돼 버렸어요.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놓은 거죠. 앞으로 여객 보안 검색 요원 1902명도 시험을 보게 되면 몇 명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됐어요. 왜 그러느냐고요. 그냥 가만있으면 좋을 것을…. 누구는 산삼 뿌리 먹고 누구는 무 뿌리 먹고…. 공정도 정의도 아닙니다.”
▶여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 관련 법안을 정기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데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는 확연히 다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나기 전에 노사정이 모여 합의가 안 돼 공익안으로 가져 왔죠. 코로나19 사태 전이라면 이해합니다. 국정 감사 때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가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은 권고 사안이지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했어요. 물론 개정하지 않으면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데 대해선 동의합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체면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노사가 다시 진지하게 토론해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지 실추 문제보다 경제가 우선입니다.”
▶해고 노동자와 퇴직자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등 노조의 권리를 강화한다면 대체 근로 허용 등 경제계가 요구하는 것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유럽은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데 우리는 금지하고 있죠.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당은 절대 허용해선 안 되고 단결권에 대해서도 절대 개입해선 안 된다고 하죠. 집권 여당이 맞는가 싶어요. 그렇게 하면 누가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누가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신도 아닌데 세금으로 단기 알바성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기업들이 해외로 가면 피해 보는 것은 취약 계층 노동자입니다.”
▶나라를 생각한다면 정기 국회에서 여야가 이것만은 고쳐 보자고 할 만한 게 어떤 게 있습니까.
“방금 얘기한 ILO 문제와 전 국민 고용보험제입니다. ILO 법안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선 안 됩니다. 고용보험도 전 국민이 다 같이 혜택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좋겠어요. 국세청에 디지털을 구축해 모든 소득을 다 신고하고 징세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거대 노조 기득권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민주노총은 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노동이 모든 권력을 잡을 때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 아닙니까.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충실하게 가는 것이죠.”
▶비정규직 사용 기한 2년 제한이 비정규직에 오리려 불리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2년으로 돼 있다 보니 1년 11개월 되면 비정규직을 자르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등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죠. 기업들은 기업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손해예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늘리자고 하면 비정규직 양산한다고 벌떼처럼 달려들죠. 하지만 탁상행정을 하지 말고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하자고 제안합니다.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되는지, 그대로 두는 게 도움이 되는지…. 개인적으로는 기한을 없애는 게 좋다고 봅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에 대해 동의합니까.
“일장일단이 있어요.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결권이 주어졌을 때 경영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 적용은 무리가 따릅니다. 다만 공기업에 대해선 세모입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독일 하르츠 개혁과 같은 노동 개혁을 여권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절대 못합니다. 여권은 집권 3년 6개월이 됐는데도 전혀 개혁할 생각이 없죠. 하르츠 개혁은 꿈도 못 꿔요.”
yshong@hankyung.com
◆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약력 : 경북 상주 출신. 화령고·경기대 법학과·고려대 노동대학원 졸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기 본부 상임부의장·여성위원장.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제20~21대 국회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 자유한국당 노동위원회 위원장. 국민의힘 제5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노동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장(예정).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
“노동 유연성에 ‘쉬운 해고’ 프레임 씌우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ILO법안, 밀어붙여선 안돼…체면이 무슨 소용, 우리가 죽게 생겨”
“대체 근로 허용 반대하는 민주당, 집권 여당 맞나?
기업, 대한민국서 투자 안하면 취약계층 노동자가 피해”
“여권, 노동개혁 할 생각 없어…하르츠 개혁 꿈도 못꿔”
“인국공 사태, 그냥 놔두면 될 걸 긁어 부스럼 만들어”
“노동계에 있다면 더 세게 운동…그러나 정치인은 균형 필요”
[홍영식 대기자·고은이 기자] “아이고, 숨이 막힙니다. 엄청 스트레스 받고 있어요. 어디서부터 입을 떼야 할지…. 잘못 말하면 임이자는 쫓겨나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경북 상주·문경)은 고충부터 털어놓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조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와의 인터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의원회관으로 왔다. 그는 “10여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 받았는데 한결같이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그의 친정이다. 그는 27세 때부터 30년 가까이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노동계에 있었다면 더 세게 ‘운동’할 겁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달라야 해요. 노사 양쪽을 다 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죠.” 그러다 보니 그는 노동 관련법 논의 때마다 친정인 노동계로부터 거센 공격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는 20대 국회 4년 내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한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 환노위 소위 위원장을 맡았다. 출범 예정인 국민의힘 노동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장도 맡아 ‘김종인표 노동 개혁’의 총대를 메고 있다.
▶노동 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있습니까.
“1980년대엔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죠. 이런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죠.
“1990년 4월부터 노동 운동을 했습니다. 데모를 해 봐야 소용이 없더라고요. 국회의원이 돼 법을 바꾸는 것이 훨씬 빠르지…. 세상을 바꾸는 힘은 국회의원이 훨씬 크다는 것을 절감했죠. 노동자도 세력화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는 뭡니까. (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 때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나는 자유와 평등 가운데 자유를 더 중시합니다. 자유가 있어야만 인간의 다양한 생각이 존중받을 수 있고 그래야 풍요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풍요로울 때 사람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죠. 분배와 평등보다 자유와 성장이 우선돼야 합니다. 노동 운동을 하면서 분배와 평등을 요구했지만 획일적인 분배와 평등은 거부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때부터 환노위에서 활동하면서 친정인 노동계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데 고충이 심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가면 초월하게 돼 있죠. 20대 국회 때 숙박·식사비도 포함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혔더니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있던 내 지역 사무실(당시 임 의원은 자유한국당 안산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음)로 밀고 들어와 ‘의원님 얼굴에는 노동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고맙습니다. 내가 지금 노동 운동을 한다면 여러분들보다 더 세게 할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이다 보니 노사 양쪽을 다 볼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 갖춰야 할 3개 덕목을 고르면 신뢰·책임·균형 감각이다. 정치를 왜 하느냐. 노사 양쪽을 균형 있게 봐야지 한쪽으로 치우쳐진 운동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도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노동자도 좋아진다’고 얘기했죠.”
▶김 위원장이 언급한 노동 개혁은 무엇을 뜻하고 노동 관계법 개정 TF는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활동할 예정입니까.
“말 한마디 잘못하면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불만을 사기 십상입니다. 자칫하면 임이자가 쫓겨날 수도 있어요(웃음). 김 위원장이 화두를 던졌는데 시장이 녹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큰 틀에서 방향을 설명해 줄 수는 있지 않습니까.
“김 위원장이 노동 유연성을 언급하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발끈했죠.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이 웬 말이냐고 하는데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이에요. 이걸 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에 가둬선 안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어요. 과거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비대면으로 일하는 게 많아지면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지 않습니까. 다양한 노동 형태가 생겼습니다. 배달·대리운전 등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을 얻는 ‘긱 노동자’, ‘특수 고용 노동자’가 많아졌죠. 이제 과거 산업화 시대 때 만들어진 노동법으론 안 됩니다. 산업은 4.0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기존 노조법은 1.0으로만 쭉 왔습니다. 이 노조법으로는 산업 4.0 시대를 담기 버겁습니다. 현재 노조법은 과거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맞는 법이에요. 이 법으로는 변화하는 노동 형태에 따라 생겨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택배 노동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없어요. 본사·대리점과 위·수탁 관계에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지 않죠.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어서 노조도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자영업자라고 하더라도 본사·대리점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종속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의 건강권과 노동 조건, 예를 들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지 등이 TF에서 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특수 고용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문제에 대한 국민의힘의 방침은 무엇입니까.
“특수 고용 노동자들의 산재 적용 제외를 인정하다 보니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문제죠. 이들이 산재에 가입할 수 있지만 본인들이 적용 제외 신청을 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 방안 자체도 사각지대가 있어요. 65세 이후 신규 취업 노동자와 일정 소득 미만인 노동자는 적용 제외를 인정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계약법을 만들 계획입니다. 정규직·비정규직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해당되는 것으로 일종의 표준 계약입니다. 그리고 특수고용법을 제정해 플랫폼 노동자와 긱 노동자 보호에 나설 겁니다. 이들의 노동 조건, 노동 시간 등을 규정할 예정입니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유예 기간이 연말에 종료되지만 탄력근로제·선택적근로제 등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기업들의 우려가 큽니다.
“민주당은 탄력적 근로(특정일에 법정 노동 시간을 초과해 일했다면 다른 날의 노 동 시간을 단축해 일정 기간 평균 노동 시간을 법정 노동 시간에 맞추는 방식) 적용 기간을 6개월, 우리 당은 1년을 주장하다가 우리 당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노동자가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면 일정 기간 이내의 정산 기간을 두고 그 기간의 평균 노동 시간이 주52시간을 넘지 않으면 됨)를 받아주면 6개월을 수용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조차 별 의미가 없게 됐어요. 왜냐하면 비대면 노동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가 노동 시간에 대해 너무 개입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됐어요. 노사에 맡겨 놓으면 됩니다. 노동 시간 총량을 정해 놓되 구체적인 선택은 노동자가 정하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라면 남편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부인은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하면 아이를 키울 수 있죠. 제조업 노동자가 아니면 이런 선택적 근로가 가능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비정규직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잘못됐죠.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보세요. 자리와 업무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화하는 게 맞아요. 예를 들어 보안 검색을 정규직화한다든지…. 그리고 사람은 그다음 문제죠. 그런데 대통령은 사람을 먼저 정규직화한다고 했어요. 인천공항을 방문해 ‘여기 있는 분들을 정규직화시켜 줄게’ 이렇게 한 거죠. 마치 김정일 생일날 쇠고기 국 주는 것처럼 대통령이 간 날을 기준으로 ‘성은’을 받은 쪽은 시험을 면제하고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입사한 사람들은 시험을 봐야 하죠. 소방대원과 야생동물 통제직 241명을 직고용한다고 시험 보게 하니 47명이 실직자가 돼 버렸어요.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놓은 거죠. 앞으로 여객 보안 검색 요원 1902명도 시험을 보게 되면 몇 명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됐어요. 왜 그러느냐고요. 그냥 가만있으면 좋을 것을…. 누구는 산삼 뿌리 먹고 누구는 무 뿌리 먹고…. 공정도 정의도 아닙니다.”
▶여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 관련 법안을 정기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데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는 확연히 다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나기 전에 노사정이 모여 합의가 안 돼 공익안으로 가져 왔죠. 코로나19 사태 전이라면 이해합니다. 국정 감사 때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가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은 권고 사안이지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했어요. 물론 개정하지 않으면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데 대해선 동의합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체면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노사가 다시 진지하게 토론해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지 실추 문제보다 경제가 우선입니다.”
▶해고 노동자와 퇴직자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등 노조의 권리를 강화한다면 대체 근로 허용 등 경제계가 요구하는 것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유럽은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데 우리는 금지하고 있죠.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당은 절대 허용해선 안 되고 단결권에 대해서도 절대 개입해선 안 된다고 하죠. 집권 여당이 맞는가 싶어요. 그렇게 하면 누가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누가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신도 아닌데 세금으로 단기 알바성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기업들이 해외로 가면 피해 보는 것은 취약 계층 노동자입니다.”
▶나라를 생각한다면 정기 국회에서 여야가 이것만은 고쳐 보자고 할 만한 게 어떤 게 있습니까.
“방금 얘기한 ILO 문제와 전 국민 고용보험제입니다. ILO 법안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선 안 됩니다. 고용보험도 전 국민이 다 같이 혜택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좋겠어요. 국세청에 디지털을 구축해 모든 소득을 다 신고하고 징세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거대 노조 기득권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민주노총은 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노동이 모든 권력을 잡을 때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 아닙니까.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충실하게 가는 것이죠.”
▶비정규직 사용 기한 2년 제한이 비정규직에 오리려 불리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2년으로 돼 있다 보니 1년 11개월 되면 비정규직을 자르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등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죠. 기업들은 기업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손해예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늘리자고 하면 비정규직 양산한다고 벌떼처럼 달려들죠. 하지만 탁상행정을 하지 말고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하자고 제안합니다.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되는지, 그대로 두는 게 도움이 되는지…. 개인적으로는 기한을 없애는 게 좋다고 봅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에 대해 동의합니까.
“일장일단이 있어요.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결권이 주어졌을 때 경영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 적용은 무리가 따릅니다. 다만 공기업에 대해선 세모입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독일 하르츠 개혁과 같은 노동 개혁을 여권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절대 못합니다. 여권은 집권 3년 6개월이 됐는데도 전혀 개혁할 생각이 없죠. 하르츠 개혁은 꿈도 못 꿔요.”
yshong@hankyung.com
◆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약력 : 경북 상주 출신. 화령고·경기대 법학과·고려대 노동대학원 졸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기 본부 상임부의장·여성위원장.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제20~21대 국회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 자유한국당 노동위원회 위원장. 국민의힘 제5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노동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장(예정).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