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돛 달고 ‘글로벌 톱4’ 순항…KT&G, 내수 강자에서 글로벌 다크호스로

[커버스토리 : 케이스 스터디 KT&G = 코로나19 뚫고 시장 개척, 글로벌 톱4 노린다]
-백복인 사장의 혁신 경영 5년 성과
-코로나19에도 내수·수출 ‘쌍끌이’로 어닝 서프라이즈 달성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KT&G가 올해 3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액은 1조4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222억원 대비 10.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3825억원보다 13.6% 늘어난 4346억원을 달성했다.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도 한국 담배 판매의 견고한 흐름과 해외 주력 시장 수출 확대, 해외 법인 판매량 증가, 부동산 호실적 등 전 사업 분야에서 고른 성장이 이어진 결과다.

기존 궐련 담배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과 차세대 사업인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에서 동시에 우위를 확고히 하는 백복인 사장의 ‘양손잡이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한국의 궐련 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110억 개비보다 8.2% 증가한 119억 개비로, 시장점유율은 64%에서 64.9%로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3분기 127억 개비의 담배를 판매해 작년 동기보다 30.9% 성장했고 매출액은 28.2% 늘어난 2629억원을 달성했다. 중동 등 주력 시장 수출이 늘면서 매출을 견인했고 미국·러시아 등 해외 법인에서의 유통망 확대가 수익성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 백복인 사장, 글로벌 톱4 전략 박차

실적의 비결은 백복인 KT&G 사장의 ‘글로벌 톱4’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백 사장은 2015년 10월 대표이사 취임 직후부터 실적 개선에 집중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왔다. 2017년 11월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 개발과 조직 운영 혁신을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톱4 담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글로벌 비전을 선포했다.

3년이 지난 현재 KT&G의 주요 재무 지표들은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출액·영업이익·시장점유율 등이 모두 2017년 3분기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주목할 것은 해외 수출 국가가 전보다 8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KT&G는 연내 진출 국가를 100개국으로 확대하고 5년 안에 200여 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톱4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한 백 사장의 기술 리더십 강화 전략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2016년 122억원 수준이었던 KT&G의 담배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는 점점 늘어 2019년 23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7년 95건이었던 특허 출원 건수도 2019년 431건으로 급증했다.

기술 리더십 전략은 신성장 동력인 ‘냄새 저감 담배’와 ‘전자담배’ 등 차별화된 혁신 제품을 탄생시켰다. 2017년 11월 첫선을 보인 궐련형 전자 담배 ‘릴’은 편의성과 휴대성 면에서 호평을 받으며 영향력 있는 전자담배로 성장했다.

또한 릴은 KT&G를 전통적인 담배 기업 이미지에서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백 사장은 변화하는 담배 시장 트렌드에 맞춰 2019년 3월 전자담배 담당 부서인 제품혁신실을 NGP사업단으로 격상시켜 부서의 권한을 강화했다. 올해 1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수출 계약을 체결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이어 최근 일본 시장까지 진출하며 전 세계 애연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글로벌 확장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도 강화했다. 백 사장은 2019년 7월 글로벌본부의 조직 개편을 단행해 개척실과 브랜드실에 4개 팀을 신설했다. 개척실이 시장 공략 전략을 수립하면 브랜드실에서 현지 맞춤형 세부 전략을 실행하면서 발을 맞추는 구조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이 줄어들고 실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력 시장인 러시아와 중동에서 ‘에쎄(ESSE)’와 ‘파인(PINE)’ 등을 앞세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신흥 시장 위주로 현지 맞춤형 제품을 출시해 판로를 확대한 것도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이 만들어 낸 성과다.







◆ 지속 가능 성장 기반 구축한 ‘ESG 모범생’

KT&G 실적의 또 다른 비밀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다. KT&G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G는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의 비재무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백 사장은 2017년 글로벌 비전 선포 당시 ESG를 강조한 뒤 구체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ESG 경영은 재무 성과 외에 환경 보호(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활동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선택’이었다면 향후 ESG는 ‘필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ESG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요 국가와 투자 기관들이 ESG를 기업 평가의 척도로 삼으면서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추세에 따라 글로벌 확장 전략을 추구하는 KT&G에게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KT&G는 고도화된 ESG 운영을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해 공정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환경 친화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인을 포용하는 업무를 통해 기업 가치 극대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의 일환으로 2MWh급 태양광 발전 시설 구축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전국 5개 공장에서 효율적 에너지 사용과 비용 절감을 위해 터보 냉동기 교체와 저탄소 녹색 성장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포장재·속지도 개선했다.

기존 비닐류 케이스 사용을 제한하고 펄프 사용량이 적은 종이를 사용해 연간 펄프 사용량을 1500톤 감축했다. 담뱃갑 내부 속지 개선을 통해 연간 알루미늄 사용량을 850톤 감축하고 재활용 펄프를 사용해 연간 펄프 사용량을 400톤 감축했다. 친환경 필름을 사용해 제품 분해 속도를 기존 100년에서 10년 이하로 단축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사용 냉동기를 전기 에너지원으로 변경하면서 연간 약 2500만원의 비용을 줄였다.

지역 사회와 협력과 상생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실질적인 사업 성과도 창출했다. 특히 협력 회사와의 상생, 동반 성장은 농가를 비롯한 협력 회사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생활 안정화에 기여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KT&G의 안정적인 성장에는 민영화 이후 본격화한 외풍 없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도 한몫했다. 주주와 이해관계인의 가치 제고와 권익 보호를 위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고 이사회와 감사 기구는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구성,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해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소유과 경영이 분리된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독립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중심의 책임 전문 경영 체제를 통해 투명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적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있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주주 권리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 민영화 성공 모델, 지배구조도 우수

ESG 강화 노력에 힘입어 KT&G는 최근 세계적인 투자 정보 제공 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전 세계 8500여 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했다. 지난해 ‘BBB’에서 한 단계 상승한 것으로, 글로벌 톱3 담배 기업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KT&G는 제품 안전과 품질 분야에서 책임 있는 마케팅과 우수한 품질 관리로 11개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공급망 노동 기준 분야에서도 파트너사들의 노동 관행 개선을 위한 행동 규범 강화 노력 등을 인정받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운영으로 지배구조 분야도 업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KT&G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실시한 ESG 평가에서도 2018년부터 2년 연속 ‘A+’ 등급을 받았다. 2018년 한경비즈니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56개 대기업집단 소속 253개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KT&G가 지배구조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KT&G는 지배구조 관련 평가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 연합이 2006년 KT&G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경영권을 공격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KT&G는 다른 기업보다 더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KT&G 관계자는 “KT&G는 이사회에 ESG 관련 계획을 보고하고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수준의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T&G는 1883년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으로 시작해 1989년 담배인삼공사를 거쳐 2002년 민영화됐다. 2003년 한국 기업 최초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했다. 민영화 이후 우수한 지배구조와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 CEO 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써 왔다. 수익성 극대화, 핵심 역량 투자, 경쟁력 강화 등으로 비약적인 경영 성과를 달성했다. 고강도의 구조 조정과 경영 시스템 선진화로 이전보다 기업 가치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KT&G는 민영화와 함께 담배 제조 독점 체제가 폐지되면서 경쟁 체제가 도입된 후 자생력 확보와 성장을 위한 투자 등을 위해 자율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1988년 담배 시장 개방 이후 외국산 담배의 공세 속에서도 성공적인 민영화를 발판 삼아 한국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며 국내 1위 토종 담배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KT&G는 이제 국내 시장의 성과를 넘어 세계적으로 시장을 키워 나가 글로벌 톱4 담배 회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커버스토리 : 케이스 스터디 KT&G = 코로나19 뚫고 시장 개척, 글로벌 톱4 노린다 기사 인덱스]
- KT&G, ESG 돛 달고 ‘글로벌 톱4’ 순항…내수 강자에서 글로벌 다크호스로
- 방경만 KT&G 전략기획·글로벌본부장 “신시장 개척에 ‘올인’…2025년까지 200개국 간다”
- 10대 중 6대는 ‘릴’, 한국 전자담배 시장을 평정하다
- 임왕섭 KT&G NGP사업단장, “궐련형 전자담배 연간 73% 고성장…내년 ‘릴’ 해외 진출 본격화”
- [르포] 반도체 라인 못지않은 자동화 공정…‘초슬림 생산 세계 1위’ KT&G 신탄진 공장
- 김종철 KT&G 신탄진 공장장 “4~5년 후엔 수출 물량이 내수 능가할 것”
- KT&G 보유 특허만 553건…글로벌 담배 시장의 ‘게임 체인저’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