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연간 73% 고성장…내년 ‘릴’ 해외 진출 본격화”


[커버스토리 : 케이스 스터디 KT&G = 코로나19 뚫고 시장 개척, 글로벌 톱4 노린다]
인터뷰 : 임왕섭 NGP사업단장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16년 7월 KT&G 마케팅본부는 어수선했다. 갑작스럽게 산하에 제품혁신실이라는 신생 부서가 설립되더니 서로 다른 업무를 보던 8명이 부서에 배치됐다.

이들 모두 표정이 심각했고 입에서 나오는 것은 한숨이 전부였다. 이들에게 맡겨진 임무는 전자담배 개발이었다. 대부분 전자담배가 무엇인지 구경조자 못했던 상황에서 청천벽력 같은 인사이동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는 바로 장을 맡은 현재의 임왕섭 NGP사업단장이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하기만 했던 그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전자담배를 개발하고 총괄하는 부서인 ‘NGP(Next Generation Product) 사업단’을 만들어 냈고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 처음 제품혁신실로 발령 받았을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말도 마세요. 암담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해봐야죠. 정말 백복인 사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에요. 실제로 사장님께서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덕분에 당시 8명에서 시작한 조직이 현재 100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 경쟁사에 비해 전자담배 출시가 늦었습니다.
“사실 전자담배는 회사에서 2005년부터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시작하지 못했던 것이죠. 또 하나 궐련형으로 만들지, 액상형으로 만들지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지 못했어요. 이 밖에 특허 문제 등이 있어 늦어지게 된 겁니다. 그 대신 우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습니다.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제품의 장단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바이스와 전자담배 전용 스틱 개발에 역량을 총동원했습니다.”

▶ 궐련형 전자담배를 주력으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담배는 담배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스틱을 사용하는 궐련형에 매력을 느꼈고 당시 일본 시장에서 아이코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궐련형으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 경쟁 현황은 어떠한지, 향후 시장점유율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플합니다. 한국 시장은 릴과 아이코스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10월 CVS 기준으로 릴의 디바이스 점유율은 60%에 달합니다. 스틱은 올해 3분기 CVS 기준 35.1%를 기록했고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습니다. 앞으로 전자담배 시장은 계속 커질 겁니다. 현재 전 세계 전자담배 시장이 40조원, 그중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18조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추세가 궐련형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궐련형은 연간 73%의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액상형은 18%대에 그치고 있죠.”

▶ 디바이스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
“디바이스가 중요합니다. 전자담배는 면도기와 면도날을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기기의 저변이 넓혀져야 스틱 판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니까요.”

▶ 디바이스 개발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용적이면서 미니멀리즘을 실현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버튼 하나도 허투루 넣지 않고 가장 심플하면서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죠.”

▶ 최근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을 통해 독자 진출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고 PMI의 전 세계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됐죠. 현재는 우크라이나·러시아·일본 등 3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고 내년에는 더 많은 국가에 릴을 선보일 겁니다.”

▶ 왜 직접 진출하지 않나요.
“담배 시장은 단기간에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어렵습니다. 특히 글로벌 톱3 기업(PMI·BAT·JTI)들이 유통망을 선점하고 있죠. PMI와 협력이 가장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인 해외 진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NGP사업단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시장 변동성이 큰 사업을 전개하는 부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는 봅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조직 내에서 무시되거나 폄훼되지 않아야죠. 그래야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직원들 역시 진취적인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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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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