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만드는 사람 중심의 ‘스마트 시티’ [AI 따라잡기]


[AI 따라잡기]


보안 전문 기업 에스원, AI 기술 활용해 신원 인증부터 화재·도난 감지까지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인류의 역사는 곧 도시의 역사다. 도시는 영어로 시티(city), 프랑스어로 시테(cit)를 일컫는 단어이며 라틴어 키비타스(Civitas)에서 유래된다. 키비타스는 한정된 공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각자 책임과 의무, 권리를 갖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아테네는 전 세계 도시 중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종교와 방위의 기능을 갖는 도시의 상징적 구조물이었고 그 주변에는 ‘아고라’라는 광장이 있어 이곳에서 아테네 시민은 이야기를 나누고 회의를 하고 재판을 했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로마에서도 도시가 형성됐다. 로마의 도시는 매우 잘 정비된 도로를 갖춘 사각형 모양으로 도시가 만들어졌는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도시의 모습에서 유래한 말이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에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업 도시가 발달했다. 공장이 들어선 지역은 일자리를 찾아 많은 인구가 유입됐고 그 주변에는 철도·도로·노동자들의 대규모 거주 지역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공업뿐만 아니라 서비스·금융·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도시로 발전되고 인구 집중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그에 따른 환경·교통·범죄 등 도시의 다양한 문제들이 계속해 증가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 시티가 대두되고 있다.


스마트 시티의 개념은 아직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시티는 도시에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접목해 각종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스마트 시티의 가장 중요한 것은 ‘연결’이다. IoT는 도시를 인터넷에 연결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도시 활동을 최적화한다.


스마트 시티는 IoT 응용의 하나이지만 스마트 홈과 자율주행 자동차를 포함하는 매우 큰 범위를 차지한다. 개인과 개인은 물론 가정과 가정, 사람과 도시 전체가 연결된 확장판이다. 사물의 범위가 도시이므로 매우 포괄적이다. 개별 가정과 도로·환경·도시 안전 등 모든 도시 인프라를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따라서 4G·5G의 셀룰러망뿐만 아니라 저전력 광역 통신망(LPWAN) 기술인 로라(LoRA),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같은 통신 기술을 이용해 급증하는 데이터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유통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의 사물(Thing)은 ‘인터넷 오브 싱스(Internet of Things)’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생긴 말이다. 여기에서 사물은 유형뿐만 아니라 가상의 사물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인터넷으로 연결할 것인가’보다 ‘왜 인터넷으로 사물들을 연결하는가’에 있다. 바로 사물의 지능화와 사물들 간의 정보 공유를 위해서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센싱 데이터 기반의 도시 지능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즉, 도시 전체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기술들이 필요할까. 우선 센서가 탑재된 다양한 디바이스들을 통해 의미 있는 센싱 정보들을 수집해야 하므로 센서와 상황 인지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은 데이터를 전달하기 위한 네트워크 기술,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환경과 AI·빅데이터 기술 그리고 지능형 플랫폼 기술이나 보안 기술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중심의 응용 서비스 기술이 중요하다. 따라서 스마트 시티에 사용되는 기술은 여러 기술들이 정교하게 제어되는 커다란 제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개인 서비스다. 홈·자동차·헬스 등 개인 주변 생활 제품에 연결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관련된 것이다. 이는 개인의 안전과 편리한 삶을 위한 사용자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둘째, 공공 서비스다. 이는 전력망의 공급자와 소비자 간 양방향, 실시간 전력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나 교통신호등·주차장 등에 센서를 설치해 지능형 교통 관리 등을 지원하는 사업 등이 있다. 또한 도시 데이터와 AI를 접목하면 재난 대응과 치안 효과를 높일 수 있다.


AI가 핵심인 스마트 시티

스마트 시티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는 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감시 영역이다. 기존 도시들은 대부분 폐쇄회로 TV(CCTV)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영상을 검색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AI 시스템을 점점 더 많이 채택할 수 있다. 주요 시설물의 방범·관리 모니터링, 도로·교통 위험 상황 모니터링, 차량 운행·관리 모니터링이 이에 해당된다. 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감시 영역에서는 보다 빠르고 보다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다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해 열화된 이미지를 선명하게 개선하는 전처리(pre processing) 기술, 전경과 배경을 분리하고 객체를 인식하는 기술, 인식된 객체의 이동(궤적)을 추적하는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삼성의 보안 전문 기업인 에스원은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스마트 시티에 적용 중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자.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해 어떤 차량이, 언제, 출입했는지 조회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아파트 단지 뒤쪽 또는 외곽 지역에 가상으로 경계선을 긋고 누군가 접근하면 경보를 울린다. 또한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이를 감지하고 경비 요원이 출동하고 112와 119 신고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조형물 등 특정 물품의 도난을 감지하고 화재를 자동으로 감지해 알려준다. 공공 청사에서는 지능형 CCTV에 촬영된 출입자의 얼굴을 분석, 얼굴 인식을 통한 출입 허가와 직원 근태 관리가 가능하다. 초창기 얼굴 인식 기술은 출입자가 멈춰 정면으로 카메라를 응시해야만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활용 분야가 제한적이었지만 최근 AI 기술 적용 덕분에 얼굴 템플릿 추출, 포즈 추정, 매칭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보행 중에도 얼굴 인식이 가능해졌다. 또한 적외선 얼굴 인식과 위·변조 얼굴 감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스마트 시티에서의 신원 증명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로·교통 위험 상황 모니터링은 도로 곳곳에 설치된 지능형 CCTV를 활용해 위험 상황을 감지한다. 영상 분석을 통해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을 응용해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를 감지하고 일반 도로에서의 무단 횡단을 감지한다.


미국·영국·캐나다·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들도 다양한 스마트 시티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스마트 시티 ‘네옴(NEOM)’을 계획하고 있다. 이 도시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만 진입을 허용한다고 한다. 한국 정부 역시 세종과 부산에 스마트 시티 조성과 확산을 위한 국가 시범 도시를 추진한다.


기술보다 사람 중심의 스마트 시티 돼야

스마트 시티는 스마트홈411과 자율주행 자동차를 포함하는 넓은 응용 범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IoT·AI·통신 네트워크 등 다양한 기술의 최적화된 결합을 요구한다. 응용 범위는 넓고 기술은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스마트 시티는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까.


2000년 초 추진됐던 유비쿼터스 시티(Ubiquitous city)의 실패 이유는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접근했다는 지적이 많다. 스마트 시티 개발은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 기술은 수단이다. 기술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도시가 해야 할 일은 도시 안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IoT나 AI 기술은 도시를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을 데이터화하고 그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그들에게 실제 필요한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통해 개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AI 헬스케어와 접목해 노인과 환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응급 상황에서 원격 진료를 할 수 있다.


‘논어’에 ‘수기안인(修己安人)’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는 군자를 일컬어 ‘자신을 갈고닦아 남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군자의 마음으로 기술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행복을 위한 기술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의 행복을 위한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 스마트 시티의 최종 목적은 사람들을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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