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스승’ 미쓰비시자동차 마스코 오사무 회장의 마지막 말


[이방주 제이알투자운용 회장]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자동차 회장이 지난 8월 71세로 사망했다. 그는 원래 미쓰비시종합상사 출신으로 미쓰비시자동차가 경영 위기에 있을 때 2004년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2014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다.

2012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때 현대자동차의 스승이었던 미쓰비시가 지금은 한참 뒤지고 있다고 인정한 인물이다. 서울 주재 당시(1975~1978년) 정세영 회장도 알고 지낼 정도로 현대차와 가까웠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현대차가 엄청나게 성장해 버렸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는 평균적인 일본인답지 않게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말투로 거래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캐릭터였고 필자와는 각별한 사이로 업무 외에도 그 당시 서울의 무교동과 일본 도쿄의 긴자를 오가며 자동차 산업, 일본 경제, 회사 내의 갈등, 결혼 문제 등 젊은 직장인의 애환을 나누며 우정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가 1999년 현대자동차를 떠난 이후 마스코 회장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 한국말 유창한 친한파 기업인

작년 봄인가 스미토모신탁은행 중역과 식사 도중 미쓰비시 이야기가 나와 무심코 마스코 회장이 내 젊은 시절 카운터 파트너였다고 하자 그는 자기 은행도 미쓰비시와 거래가 많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에게 마스코 회장에게 언제고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곤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본 비즈니스에는 유념할 것이 있다. 그들은 정확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실제로 스미토모신탁은행 중역이 마스코 회장에게 필자의 이야기를 전했고 실로 오랜만에 저녁 식사를 같이하게 됐다.

식사 도중 마스코 회장은 모 한국 프로골퍼와 라운딩 한 번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해 어렵게 기회를 만들었는데 그의 급작스러운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올해 9월 초 그의 비서로부터 그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과 함께 그가 마지막으로 지인들에게 전하는 말을 듣게 됐다. “먼저 가게 돼 미안합니다. 함께 더 좋은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아쉽습니다”라는 짤막한 전언이었다.

그는 평균적인 일본인으로, 아마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멘트는 어느 경전에 못지않은 철학적 표현이다. 인간관계고 사업이고 인생이고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는 내세보다 현세를 중요시하는 현실주의자이지만 마지막 순간, 결정적인 순간에 소리(sorry) 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다. 갑자기 그가 보고 싶어졌다.

그는 한국말도 유창하다. 필자가 자네 때문에 일본말을 배울 기회를 놓쳤다는 농담 아닌 진담을 할 정도로 친한파 기업인이었다. 이와 같이 한·일 관계에 많은 우정과 교류가 사적인 면에서 굳건히 존재하고 있다. 하루바삐 한·일 관계의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치기를 기원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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