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에서 얻는 교훈 [장동한의 리스크 관리 ABC]
입력 2020-11-30 11:36:20
수정 2020-11-30 11:36:20
[리스크 관리 ABC]
[한경비즈니스 칼럼=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1986년 1월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유펜(U-Penn) 대학원 경제학 박사 과정에 있을 때다. 맥닐 빌딩 3층 강의실에서 졸리고 따분한 로렌스 클라인 교수(198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계량경제학 수업을 듣던 중 잠이 확 깨는 뉴스를 접했다.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도중 공중 폭발해 우주 비행사 7명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최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챌린저호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고 당시 사고의 내막을 알게 됐다. 이유는 어이가 없다. 세계 최강국 정상급 조직의 의사결정이 ‘특별위원회의 다수결’로 이뤄졌던 것이다. 그 결정은 다른 일도 아니고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최첨단 전자 부품들의 집합체인 우주 왕복선 안전 발사 여부였다. 예정 발사일 새벽에 기온이 섭씨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동체 곳곳에 얼음이 생겼다. 이에 따라 추진 로켓 동체의 접합부 틈새를 막아주는 오 링(o-ring)에 분명한 기술적인 결함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챌린저호 발사를 강행하는 도박을 저질렀다. 성과 달성에 연연하고 주어진 일정에 허덕이며 과학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급급했던 당시 NASA의 행태를 보니 전혀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다.
지난 50여 년 고속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엔 실로 많은 인재(人災)들이 발생했다. 그 내용을 보면 어김없이 성과 만능 주의, 안전 불감증, 관리·감독 소홀, 무책임, 실수의 반복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방화 사고,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1995년 4월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1993년 10월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사고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재수가 너무 좋아 사고가 안 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지속 가능 성장은 거버넌스에서 출발
이에 따라 비즈니스든 정부든 조직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조직의 의사결정을 구성원들이 함께 또 투명하게 추진한다는 원칙이 바람직한 거버넌스의 기본이다. 구성원 간에 신뢰가 없고 조직 운영과 사업 운영에서 투명성이 결여되면 불합리한 의사결정이 나오기 십상이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까지 소홀하게 돼 문제가 중첩되면 큰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1:29:300’이라는 하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 사고의 배경을 보면 적어도 29번의 의미 있는 경고가 있고 평균 300번의 경미한 조짐이 있다는 얘기다. 리스크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리스크에 더욱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나마 사고를 예방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많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개인·가정·비즈니스·사회에 공히 리스크 관리가 답이다.
계속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는 지속 가능 성장에 있다. 필자는 지속 가능 성장을 안정 속의 성장이라고 정의한다. 안정이 동반된 성장이라야 의미가 있다. 비즈니스의 안정적인 지속 성장 차원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기업 지배구조·리스크 관리·준법(GRC)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GRC는 한 조직이 비즈니스 목표에 맞춰 발전 및 운영 방향을 전사적으로 설정해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하며 조직이 당면한 제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법과 규제의 준수 및 내부 통제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한다. 여기서 핵심 전략인 리스크 관리 기능이 한 조직에 내재화돼 체화되고 타 기능들과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즈니스 지속 가능 성장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