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달러 돌파’ 눈앞에 둔 비트코인,  다음 번 상승기는 언제?


[비트코인 A to Z]


‘수요와 공급’ 법칙이 완전히 작동…채굴량 반으로 주는 다음 반감은 2023년 말



[한경비즈니스 칼럼=오태민 지놈체인 대표] 비트코인이 전고점 2만 달러(약 2214만원)를 향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뜩이나 뜨거운 시장에 금융 엘리트들이 기름을 끼얹고 있다. 토머스 피츠패트릭 씨티은행 글로벌팀장은 기관 고객에게만 보내는 보고서에서 2021년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000달러(약 3억520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비공개 보고서의 일부가 누군가의 트위터를 통해 외부로 흘러나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자산 규모가 7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정보책임자(CIO)는 11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일정 정도 금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자산 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을 투자 목록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반응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골드’로 불리기도 하지만 금융권의 주류 엘리트가 비트코인을 금과 비교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JP모간은 지난 10월 비트코인이 금의 대체재로서 장기적으로 상승 가능성이 ‘상당하다(considerable)’고 지적했다. 밀레니엄 세대가 금보다 디지털 형태의 비트코인을 선호한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회사 보유금 4억2500만 달러(약 4704억3250만원)를 비트코인에 투자해 3개월 만에 3억 달러 이상의 평가 수익을 기록 중이지만 향후 100년 동안 비트코인을 보유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던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도 비트코인이 금보다 100만 배 더 좋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엘리트들의 태세 전환과 상관없이 지금의 상승 장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한 인물이 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BKCM의 브라이언 켈리 대표다. 그는 2020년 5월 “지금부터 30~60일 후 비트코인이 본격적인 상승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한 이유는 5월에 비트코인 채굴량이 반으로 주는 반감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12년 동안 3번의 반감기가 있었는데 2012년, 2016년 두 번 다 반감기 이후 4개월 이내에 상승 장이 시작됐고 모두 20배 이상 오르는 거품으로 이어졌다. 이번 상승도 반감기 이후 2개월이 조금 지나 시작됐다. 미국은행감독청(OCC)의 은행들이 7월 22일 비트코인 수탁 업무 승인을 선언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는 채굴자들이 채굴을 포기하게 되므로 비트코인 매도 압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켈리 대표의 분석이다.


비트코인에 부정적이었던 거대 미디어들

엘리트들의 긍정적인 발언이 우연히 지금 쏟아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감기 이후 공급의 감소로 찾아오는 상승 장을 확인하면서 엘리트들이 태도를 바꾼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움직임을 특정한 뉴스의 결과로 보느냐, 아니면 비트코인 시스템에 내재된 특성에서 찾느냐에 따라 향후 움직임에 대한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2년 동안 언론들은 비트코인의 내재적 특성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초창기에 그들은 비트코인이 튤립 거품이라는 전제에서 접근했다. 언젠가는 거품이 꺼져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연기처럼 사라질 허상이라고 간주했다. 이런 전제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어떤 세력의 작전이나 대중의 무지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국계 피라미드 조직이 비트코인을 사들인다는 유형의 기사들을 제공하거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학자들이 언젠가는 비트코인이 0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뉴스로 내보냈다. 이런 뉴스를 내보낼 때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미디어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어느새 비트코인이 부상했다.


미디어 종사자들로서는 자신들이 싹을 잘라버린 줄 알았던 비트코인이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재등장하는 것을 목격하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비트코인이 단순한 거품과 허상이 아닐 수 있다는 반성 대신 주류 언론이 선택한 새로운 내러티브는 다음과 같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전도유망한 기술로 만든 첫째 제품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가격도 불안정하고 속도도 느리고 기술적인 내용도 깊지 않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이 혁신 기술로 만들어진 첫째 제품은 역사박물관에서나 의미를 가질 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완성도도 높고 생활에 파고들 수도 있는 제품이 나올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은 자연 도태될 것이다.


2016년 무렵부터 이런 관점의 기사들이 등장했다. 이런 관점의 수혜자는 이더리움을 필두로 다양한 블록체인 토큰들이었다. 따라서 2017년 붐은 비트코인에는 거대한 시련이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도 20배 이상 올랐지만 배수만으로는 이더리움이나 다른 블록체인 토큰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블록체인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빨리 죽어야 블록체인이 산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이렇듯 지난 12년 동안 미디어 환경은 비트코인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주류 언론들의 예측과 거의 180도 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록체인 토큰들도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미국 동부 금융권의 관심 증대가 뉴스의 초점으로 상승 장을 주도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주류 미디어의 보도 행태는 역사적인 오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론 종사자들이 비트코인의 내재적 속성 대신 환경적 요인만 추적한 것이 오보의 원인 중 하나다. 비트코인은 희소하고 강건하다. 비트코인의 희소성이나 강건성에 대해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채굴 시스템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용량 제한이나 느린 속도에 대한 부정적인 풍문은 그 명제들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부차적일 수 있다.


한계 채굴자가 포기해야 가격 오르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10분마다 6.25개씩 새로운 코인이 생긴다. 주식으로 간주하면 10분마다 신주가 발행되는 셈이다. 즉 새로운 코인을 시장이 흡수하지 못한다면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려는 채굴자도 없지 않지만 막대한 전기료를 감당하면서 노후되는 설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코인을 팔아야 한다. 즉 비트코인은 뉴스가 관심을 갖지 않는 침체기에도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다. 2000만원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80억원, 한 달 5400억원의 신규 자본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유입돼야 한다. 이보다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되면 가격이 오르는데 신규 자금이 증가하지 않아도 채굴되는 코인이 줄면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른다.


비트코인의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반 년 정도 지나 상승 장이 시작되는 것도 단순하지만 막강한 수요와 공급법칙 때문이다. 한계 채굴자들이 가격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지쳐 포기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영세한 채굴자가 포기해야만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른다는 사실은 매정하다. 이는 일반 투자자가 상승 장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과도 원리가 비슷하다. 하지만 이 패턴을 12년 동안 거의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세한 투자자들에게는 희망을 준다.


비트코인은 누가 뭐래도 장기적으로는 내재적 속성에 따라 움직인다. 이를 확신한다면 누구나 손쉽게 몇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다만 현란한 이벤트를 좇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다 보면 속성을 음미하는 정적인 능력을 배양하기 어렵다.


다음 번 반감은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로 예정돼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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