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매거진 = 정상미 기자]'논어'의 위정편에 ‘온고지신’이 등장하니 이미 지나간 옛것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연구하여 새로움을 발견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 유교·신라·가야의 찬란한 얼이 깃든 경북 3대 문화는 낙동강, 백두대간의 생태 축을 핵심 요소로 엮어 생생한 오늘과 손을 잡는다.
웰컴! 금강소나무의 세계, 금강송에코리움
단단하고 붉은 수피를 두른 채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는 나무가 있다. 조선시대에 이 나무를 베면 곤장 100대의 큰 벌을 받을 만큼 왕실의 귀한 대접을 받았으니, 금강소나무(금강송)다. 금강소나무는 일반 소나무에 비해 재질이 단단하고 뒤틀림과 갈라짐이 적다. 직사광선에도 무늬가 변함없이 아름다워 궁궐 건축 등에 사용했다. 울진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다. 북면 두천리에서 금강송면 소광리 일원에 7개 구간으로 이뤄진 금강소나무숲길을 탐방할 수 있다. 이 길은 나라가 나서 지켰던 금강소나무의 빼어난 위용을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 보부상들이 걸었던 십이령 보부상 옛길을 걷는 탐방로서도 의미가 크다.
금강송에코리움은 금강송면 소광리(솔평지) 일원에 약 16만㎡(5만 평) 규모로 조성된 체류형 산림휴양시설로서 금강송치유센터, 금강송테마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에서는 금강소나무의 역사, 문화, 생태, 울진금강송 농업유산시스템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휴식의 즐거움에도 빠져든다. 금강송에코리움에서는 요가, 우드카빙, 뱅쇼, 차훈 명상 등을 경험하는 리;버스(Re;Birth) 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이용자에 한하여 식사, 숙박, 강송숲길, 유르트, 찜질방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금강송에코리움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여행을 추구하며, 입소 시 수련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체험활동이 이뤄진다.
‘금강소나무 숲길, 같이 걸어요’
조선 왕실의 염원이 담긴 황장목의 길, 보부상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길, 화전민의 삶이 스며 있는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에서 관리하며, 하루 탐방인원을 제한하고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금강송에코리움에서는 프로그램 참여자를 위해 숲길 7구간 중 ‘가족탐방로’ 예약을 돕는다. 7구간은 약 3시간이 소요되며, 식사비는 1인당 7000원. 지역 주민의 수익사업으로 현금 결제만 가능하니 참고하자.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십이령로 552 | 054-783-8904 | www.pinestay.com
천천히 가도 신나는 길, 구미에코랜드를 향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며 새 아침을 소홀히 여겼던 나날을 떠올린다. 별일 없는 일상이 더없이 소중한 요즘이다. 구미에코랜드에 소풍을 나온 유치원생 아이들이 티 없이 맑은 하늘 아래 새로운 생명에 대해 배우고 있다. 이건 무슨 꽃이고, 저건 어떤 식물이고. 선생님의 설명에 아이들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구미에코랜드는 산림문화휴양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곳으로 구미시산림문화관, 생태탐방 모노레일, 산동참생태숲, 자생식물단지, 어린이테마교과숲, 문수산림욕장 등으로 이뤄졌다. 각 시설의 규모도 엄청나 시민들의 여가와 휴식 장소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설은 산림문화관으로 1층은 에코체험관·영상관·북카페, 2층은 생태학습체험관·녹색체험교실·어린이놀이공간 등이 자리해 다채로운 교육과 전시가 이뤄진다. 큰 인기를 받는 시설 중 하나인 생태탐방 모노레일은 3층 탑승장에서 이용 가능하다. 어린이 손님도 무서워하지 않을 만큼 천천히 생태숲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으며 약 30분이 소요된다. 모노레일 안에서 바라보는 산동참생태숲의 전경은 직접 산길을 올랐을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하얀 나비도 보고, 같은 계절이지만 다른 색으로 물드는 나무들도 찬찬히 살펴본다. 정거장마다 안내요원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천천히 가도 신난다.
구미에코랜드에서 꼭 해볼 것
생태탐방 모노레일은 이름처럼 생태를 탐방하기 위한 시설로 사방이 뚫려 있고 아주 천천히 운행된다. 덕분에 숲의 풍경, 바람의 숨결, 새소리, 작은 나비들의 몸짓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 모노레일과 함께 숲해설 프로그램도 유익하다. 전문 숲해설가의 안내로 염료식물원, 자생식물단지 코스를 1시간여 탐방하고 나면 손수건 물들이기 등 체험거리가 기다린다.
경북 구미시 산동면 인덕1길 195 | 054-480-5887 | http://gumi.go.kr/ecoland
향수와 추억을 물으러
낙동강, 삼강문화단지
남쪽으로는 낙동강과 내성천으로 흐르고, 동쪽으로는 소백산 줄기가 감싸는 배산임수의 고장, 예천. 예천은 예로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낙동강 따라 이야기도 굽이굽이. 삼강나루터는 상인들과 선비들이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 갈 때 반드시 거쳐 가던 길목이었다. 그 앞에는 삼강주막이 자리했으니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으로 유명하다. 오늘날에도 손맛 좋고 인심 후한 어르신들이 삼강주막에서 길손을 맞이하니 파전과 막걸리를 앞에 두고 옛 풍경을 그려본다. 삼강문화단지는 삼강주막, 보부상문화체험존, 삼강나루캠핑장, 그리고 강문화전시관 등으로 이뤄졌다. 그중 강문화전시관은 삼강문화단지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영상관, 다큐멘터리존으로 전시관을 구성해 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해온 우리나라 강 문화를 되짚어준다.
태백산 황지에서부터 부산 을숙도까지 이어지는 낙동강의 항공 뷰, 500년간 삼강주막을 지켜온 회화나무 앞의 샌드아트 영상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사람의 다큐멘터리존에는 삼강주막을 그대로 재현해 나그네들과 마지막 주모인 유옥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놓는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밥상을 서둘러 준비하고, 미안해하며 외상을 하는 손님을 내치지 못했던 주모. 낙동강은 매일 이 따뜻한 풍경을 바라봤겠다. 이 밖에도 강문화전시관은 경북 고유의 콘텐츠를 현대적인 기술과 융합해 한층 더 성숙해진 우리나라 전시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맛있는 추억 만들기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으로 잘 알려진 삼강주막을 찾았다. 회화나무도, 주막도 그 자리에 있는데 마음씨 좋은 주모 할머니만 없다. 현재 삼강주막 일대는 그때의 모습처럼 손님에게 음식을 내어주는 휴게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다는 쌀막걸리를 주전자에 담아 부추파전과 도토리묵, 두부와 김치까지 푸짐히 즐겨본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길 53-23 | 054-650-6802 | www.ycg.kr/open.content/sam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