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 ‘1위 탈환한다’…효성에 도전장 내민 코오롱

-코오롱글로벌로 흩어졌던 판매 역량 집중 ‘승부수’…치열한 선두 싸움 예상돼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올해도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1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 대수는 약 24만3400대에 달한다. 지난 8월 이후 매달 판매량이 계속 2만 대 이상을 기록 중인 것을 감안하면 2018년 달성했던 역대 최고 판매 실적(약 26만 대) 돌파가 유력하다.

갈수록 커지는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코오롱그룹이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수입차 판매 계열사들의 역량을 한곳에 결집하기로 결정하고 업계 ‘1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이 시장에서 1위를 기록 중인 효성그룹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섬유·화학 부문에서의 오랜 라이벌인 두 기업의 수입차 시장 선두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벤츠 등에 업고 질주하는 효성


효성과 코오롱은 수입차 판매(딜러) 시장을 대표하는 ‘메가 딜러’다. 메가 딜러는 두 가지 이상의 수입차 브랜드를 취급하는 판매 회사를 의미한다. 효성은 더클래스효성 등 6개 수입차 판매 계열사에서 벤츠·페라리·마세라티·도요타·렉서스·재규어·랜드로버 등 7개 수입차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코오롱은 3개 수입차 판매사에서 BMW·아우디·볼보·미니·롤스로이스 등 5개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차 판매 시장에서 두 회사는 오랜 기간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그간 양 사의 명암을 가른 것은 다름아닌 수입차 시장의 판도 변화였다.

BMW를 앞세운 코오롱은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수입차 딜러사 가운데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BMW가 계속 압도적인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효성의 주력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벤츠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BMW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당시 BMW와 벤츠의 판매량 격차는 1000대 미만으로 좁혀졌었다. 게다가 2015년 효성이 수입차 라인업 강화를 위해 동아원으로부터 페라리·마세라티 딜러사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까지 인수하면서 효성은 결국 2015년 처음으로 수입차 판매 실적에서 코오롱을 앞섰다.



이 흐름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 벤츠가 아예 BMW를 누르고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고수하면서 효성의 위치는 더욱 견고해졌다. 반면 코오롱은 BMW의 판매가 주춤해진 데다 2016년 불거진 아우디 ‘디젤게이트’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2인자로 내려앉았고 거꾸로 효성을 추격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코오롱은 앞으로 효성을 제치고 다시 1위를 탈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워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수입차 1위 탈환을 위해 코오롱은 그간 흩어져 있던 수입차 판매사들을 모두 한곳에 모으기로 했다. BMW·미니·롤스로이스 딜러 사업을 전개하며 전체 수입차 판매 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이 중심으로 수입차 시장을 장악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11월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 주식 인수(보통주 100%)를 결정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지주사의 계열사로 존재하던 수입차 판매사들을 모두 코오롱글로벌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판매 흐름 변화에 주목해야


그의 말처럼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는 볼보 딜러 사업을 하는 코오롱오토모티브 지분 100%와 독일차 아우디 딜러 사업을 하는 코오롱아우토 지분 99.33%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오롱글로벌은 아우디와 볼보자동차의 딜러 사업권과 수입차 정비 사업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내부적으로는 판매 역량 결집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소형차에서 고급 중형차까지 애프터서비스(AS)를 아우르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명실상부한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뤄진 임원 인사에서도 코오롱의 수입차 판매 시장 ‘왕좌 탈환’을 위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를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이끄는 자동차 부문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 신임 부사장은 코오롱그룹의 4세 경영인으로 차기 회장 자리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물론 효성이 수입차 판매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저력 또한 만만치 않다. 총 6개 수입차 판매사들의 매출 총합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조6990억원에 달한다. 코오롱의 지난해 수입차 매출은 약 1조4130억원이다.

효성은 수입차 판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더클래스효성의 실적 상승세가 특히 눈에 띈다. 벤츠 딜러사인 더클레스효성은 2018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조12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 시장에서 벤츠의 꺼지지 않는 인기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을 판매하는 효성프리미어모터스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25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660억원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기준으로만 봤을 때 양 사의 매출은 약 3000억원 벌어져 있다. 이 격차를 좁히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코오롱이 최근 내부의 역량을 모아 자신 있게 1위 탈환을 외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올해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다시 한 번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코오롱 딜러사들에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우디와 볼보의 활약이 코오롱의 실적 전망을 밝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우디는 올해 다양한 신차 모델들을 한국 시장에 쏟아내면서 그간의 부진을 점차 만회하고 있다. 현 추세라면 수입차 판매량 ‘톱3’ 안착이 무난해 보인다. 볼보도 최근 수년간 계속 판매가 급증하며 수입차 판매량 ‘톱5’ 브랜드로 도약했다.

반면 효성은 여전히 벤츠가 굳건한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도요타·렉서스·재규어·랜드로버 등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렉서스는 최근 회복 추세이긴 하지만 예전만 못한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고 도요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까지 잘나갔던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AS 관련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면서 올해 판매량이 급격하게 추락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향후 수입차 판매사들의 급격한 순위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즉, 코오롱이 아무런 계산 없이 갑작스럽게 '1위 탈환'을 외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