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조대식 SK수펙스 의장 '3연임'에 주목하는 이유

-관계사 CEO 평가 등 권한·상징성 막강…글로벌 사업 등 그룹 포트폴리오 강화 이끌어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조용한 카리스마.’ 재계에서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이렇게 표현한다. 최태원 SK 회장이 수년째 강조하고 있는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의 실행을 진두지휘하면서도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성향 때문이다.

최근 마무리된 SK그룹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인사에서 조대식 의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3연임이라는 상징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의 반응은 180도 다르다. 조대식 의장이 2013년부 터 SK(주) 사장으로 4년간,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4년간 재직하는 등 지난 8년 동안 최 회장을 보좌하면서 SK그룹을 변화시킨 것을 감안하면 앞 으로도 큰 변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첫 의장 3연임…전문 경영인 체제 정착

인수·합병(M&A)업계에서는 SK그룹이 2021년에도 M&A 등을 앞세운 사업 재편 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SK그 룹 경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룹 포트폴리오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가 조 의장의 3연임을 가볍게 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갖는 권한과 상징성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의장은 SK그룹의 총수인 최 회장을 보좌하는 전문 경영인 중 최고의 자리다. SK(주)·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SK E&S 등 16개 주력 관계사 CEO들을 평가하는 자리 인 것이다. 이 같은 권한과 상징성을 갖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를 조 의장이 처음으로 3연임하게 됐다.

둘째는 조 의장이 SK(주) 사장과 SK수펙 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서 지금까지 거둔 성과를 감안할 때 향후 예상되는 경영 행보 때문이다. 조 의장은 2013년 이후 4년 동안 SK(주)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SK(주)를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 완전히 체질을 개선했다. 기존 한국의 지주회사들은 관계사들로부터 받는 배당 수익과 브랜드 수수료에 의지했지만 조 의장은 SK(주)에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바이오와 반도체 소재, 신에너지 영역에서 활발한 지분 투자와 M&A를 성공시켰다. SK바이오팜의 신약 수출, SK머티리얼즈 의 불화수소 양산 뒤에는 ‘전략통’ 조 의장 의 집요하고 철저한 준비와 실행이 있었다.

이번 인사에서 40대 CEO로 발탁돼 화제가 된 추형욱 SK E&S 사장도 조 의장이 발탁한 경영진이다. 추 사장이 팀장이던 시절, 조 의장이 추 사장에게 ‘액화천연가스 (LNG) 밸류체인 강화’라는 미션을 내려 G&P(Gathering & Processing)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조 의장은 2017년 의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도 전략위원회 위원장은 겸직하면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특히 조 의장은 지난 4년 동안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SK그룹의 상대적인 약점인 글로벌 사업을 강화했다. SK바이오텍의 BMS 아일랜드 생산 시설 인수, SK(주)의 북미 천연가스 및 셰일 원유 투자, SK(주)의 미국 의약품 생산 업체 앰펙 인수 등 고부가·고성장 사업의 글로벌 확장 밑그림을 그린 이가 조 의장이다.

그는 SK그룹 차원의 베트남 빈 그룹과 마산그룹 투자를 통해 동남아 사업 영역 확대를 진두지휘하는 등 과거 관리와 조정 기능에 집중됐던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 전략을 세우는 조직으로 진화시켰다. 조 의장의 3연임은 최 회장이 공들여 온 ‘전문 경영인 체제’가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SK그룹은 총수가 있음에도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최고 협의 기구를 통해 주요 CEO들과 그룹의 중요 전략과 방향성을 조율하고 있다.

그만큼 최 회장이 협의회 수장으로서 조 의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또다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재계에서는 조 의장이 내년에도 경영 화두인 ESG 경영을 중심축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어떻게 써내려 갈지 주목하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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