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변창흠 후보자, 부동산 시장을 이론 실험장 만들까 걱정”

[주목 이 정치인] 부동산 전문가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

“부동산 정책, 무지·무시·무능 3無 정권…24번 대책 실패, 수요·공급 시장 기능 무시 때문”

-“부동산 정책, 정부 말 믿으면 될 것이라는 신뢰 완전히 끝나”
-“끊임없이 표 계산…이념으로 가진자·못가진자 편가르기”
-“서울 재개발·재건축, 60만호 공급 가능…이걸 빼니 힘들어”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공급 물량 적어 집값 안정 한계”
-“재개발·재건축, 이익 환수 아닌 지역위한 재투자 유도해야”
-“이·박 전 대통령 시절 과오, 국민 받아줄때까지 사과 필요”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한국경제 논설위원/사진=서범세 기자]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로 꼽히는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전 의원)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인간의 욕망과 투자의 기능을 적절히 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의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그는 재개발·재건축 확대 ‘+α’방식, ‘착한 공급’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 데도 집값을 잡지 못한 원인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 기능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발탁에 대해선 “부동산 시장이 학자의 이론적 실험장이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가 24번의 대책을 내놓았는 데도 집값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놓았기 때문이죠. 이 정부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기능을 무시합니다. 시장에서 값이 나가는 것은 투기꾼 탓이라고 하지만 수요가 몰리는 것은 희소가치 때문입니다. 희소가치를 없애줘야 하는데 희소가치에 돈을 투자한 사람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시장 기능을 무시하고 있죠. 한국에서 집은 욕망의 수단이기도 하고 가족들과 안식을 취하는 삶의 쉼터입니다. 부동산은 일반 가구들의 자산 형성의 중요한 수단이 됐습니다. 정부가 집을 ‘사는(to buy)’ 것이 아니라 ‘사는(to live)’ 곳이라고 강조하더라도 30년 동안 시장에서 학습된 것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욕망을 무한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이나 다른 대체 수단으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주택에 투자하지 않죠. 온통 돈이 주택으로 몰리게 해 놓고 값이 오르니 하지 말라고 하면 기존에 들어온 사람만 돈을 벌라는 겁니다. 30대가 분노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집을 사는 이유는 열패감 때문입니다. 부모 세대는 취직하고 집을 사면 값이 올랐는데 나는 취직도 못하고 취직해도 집을 살 수 없다는 거죠. 불과 4년 전 집을 산 사람은 엄청난 부자가 됐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은 쫓아갈 수 없는 상태예요. 욕망을 누르지 말고 물꼬를 터 줘야 하는데 이 정부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왜 그렇다고 봅니까.
“노무현 정부의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그때 부동산 정책을 잘못해 정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후퇴하면 안 된다는 거죠. 정책은 생물인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약을 바꾸거나 투약 용량을 달리해야 하는데 너무 무능합니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3무(無), 즉 무지·무시·무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저금리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비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숨겨 놓은 원인도 아니고 다 알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런 구조적 원인에 맞게 대책을 수립했어야죠. 이 정부의 정책은 이념 성향이 굉장히 강합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강남과 비강남권으로 편 가르기를 해 끊임없이 표를 계산합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 약력 : 1969년 서울 출생. 정신여고·가천대 도시계획학과·대학원 졸업(도시계획학박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20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원내부대표.

▶정부가 막판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은데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밀리다가 뒤늦게 공급 정책 쪽으로 가는데 늦었죠. 당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안 됩니다. 공급 정책을 내놓고 효과를 보려면 최소 5년이 걸립니다. 시장에서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호텔을 집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이는 사실 ‘조삼모사’라고 봅니다. 민간이 지어 놓은 것을 포장지만 바꾼 거죠. 원룸을 아무리 지어 봤자 아파트 단지 하나 개발하는 것과 양적인 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미하죠. 효과가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잘 압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신뢰가 없다는 것이죠. 이 정부의 말을 믿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신뢰가 완전히 끝났어요. 대통령은 임기 초반의 집값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양심 선언했죠. 그런데 정책은 하나도 바뀌지 않아요. 변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는 여전합니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 때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1년 신축 가구 수가 13만 호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6만 호 내외에 불과합니다. 지을 땅이 없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대규모 택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재개발·재건축이죠. 서울에서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낡은 주택이 55만 호 정도 됩니다. 이걸 허물고 추가로 좀 더 지으면 60만 호 이상을 신규 공급할 수 있어요. 이렇게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서울시가 매년 짓는 10년 치 분량의 신규 주택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빼고 주택 대책을 내놓으니 너무 힘든 거죠. 물론 재개발·재건축은 여러 부작용도 있지만 큰 공공 투자가 없어도 양호한 주거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낡은 주택을 방치하면 나중에 전부 정부 부담이 되죠. 슬럼화되고 방치되면 범죄 위협이 도사립니다. 10년만 지나면 민간 스스로도 재건축·재개발을 못한다고 할 겁니다.”

▶왜 그렇죠.
“주택 소유자들이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추가 부담금 없이 할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이 거의 없어요. 최소 1억원 이상 집어넣어야 합니다. 그 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점차 없어지죠. 또 나이가 들다 보니 주거지를 떠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주민 동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요. 그나마 정부가 조금 지원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에요.”

▶변창흠 후보자의 기용으로 주택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봅니까.
“변 후보자는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현실 정치, 사회 변화 운동에 참여한 훌륭한 학자라고 봅니다. 문제는 그분이 역량을 발휘하기엔 여건이 너무 맞지 않다는 겁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문성은 없지만 정치력이 뛰어나죠. 집권 초반에는 정치력을 갖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끌어가기에 맞았다고 보는데 너무 오래했습니다. 정치적 역량만 갖고 주택 시장을 다루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예요. 학자인 변 후보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려고 할 텐데 정치가 망쳐 놓은 부동산 시장이 어떤 학자의 이론적 실험장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변 후보자가 주장해 온 토지임대부(토지는 정부가 갖고 건물만 분양), 환매조건부(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분양받은 뒤 소유자가 매각 때 공공 기관에 되파는 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이론적으로는 명분이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집값 안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용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한계가 있어요. 3기 신도시에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을 기껏 해봐야 10~20% 정도 지을 텐데, 그럴 경우 집값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는 거죠. 또 내 집을 갖고 싶고 적정한 수익이 나 노후를 보낼 수 있으며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만큼 집값이 오를지 모르는데 사람들의 불안 심리에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지도 의문입니다. 물건이 당장 없어 ‘영끌’하는 마당에 양을 늘릴 생각보다 그 양을 나눠 주는 방법을 먼저 얘기하는 것은 시장과 온도차가 있습니다.”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확대하면서 그런 방식을 적용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 정부가 싫어하는 재개발·재건축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적용하는 것은 분명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를 적용할 수 있는 곳이 몇 개나 될지, 또 워낙 물량이 적다 보니 누구한테 줄지도 문제가 될 겁니다. 그래서 보다 유연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외국에는 민간이든 조합이든 사업자들에게 공모 방식으로 사업을 선정할 때 몇 가지 미션을 줍니다. 그 지역 세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임대 주택과 공원을 짓고 도로를 확보하는 것 등입니다. 이렇게 할 때 필요한 용적률 규제 인센티브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업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고민하죠. 개발 이익을 돈으로 환수하는 게 아니고 그 지역을 위한 재투자를 유도하는 겁니다.”

▶고밀도 재건축을 허용하되 용적률을 높이고 기대 수익의 90%를 환수하는 정부의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이 정부는 개발 이익 자체를 죄악시하기 때문에 반드시 공공이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제안하는 방식은 인간의 욕망과 투자의 기능을 적절히 배합하는 거죠. 개발 이익을 인정하되 소유주만 갖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같이 공유하자는 것이죠.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는 옛날 방식입니다. 운동권의 헨리 조지식 토지 공개념에 딱 부합한 모델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 후보자가 주장해 온 역세권 개발 고밀화·복합화 개발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물량이 많지 않아요. 역세권 말고 기존 도심 주거 환경도 좋고 교통도 좋은 데 집만 낡은 곳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합니다. 변 후보자가 주창하는 것 중 또 하나가 ‘공공 디벨로퍼’예요. 공공이 개발 사업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은 주인의식이 없어 방만해진다는 게 문제죠. 손해 봐도 세금으로 채워 주니 치열함이 없어요.”

▶국민의힘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구체적 내용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발표할 예정이고 힌트를 준다면 ‘착한 공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공급을 할 겁니다. 정권에 따라 규제와 제도가 들쑥날쑥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년 적정량을 꾸준히 공급하는 정책이죠. 둘째, 서민들도 구입 가능한 가격입니다. 주택 생산 단가를 줄이고 부족한 부분은 금융 제도를 통해 열심히 벌어 갚을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만들 겁니다. 셋째, 단순히 주택만 짓는 게 아니라 주택 주변의 공원, 건강과 관련한 것을 같이 제공하는 복합 개발을 하자는 겁니다. 재개발·재건축을 예측 가능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를 잡아 꾸준히 추진할 겁니다. 그 대신 골프장 등 도시 주변의 녹지는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α’ 방식이 될 겁니다.”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반대합니다. 통일 이후를 고려한다면 지금 세종시가 더 커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어요. 또 ‘언택트’ 시대에 왜 세종으로 옮기느냐는 겁니다. 국고 낭비죠.”

▶비대위원으로서 김종인 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과오에 대한 사과 문제는 어떻게 봅니까.
“우리가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과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국민이 우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다시 한 번 하자는 거죠. 사과는 국민들이 받아줄 때까지 하는 겁니다. 이제는 우리가 탄핵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바로잡으려면 야당이 힘이 있어야 합니다. 야당의 힘은 국민의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니들이 민주당보다 더 못해, 니들도 국정을 맡으면 똑같을 것 같다’라고 하면 국민들이 우리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요.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열 번이 아니라 백 번이라도 사과를 해야죠. 국민의힘은 수권 정당의 능력과 도덕적 자질도 갖췄다는 것을 인정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 분열 우려가 나옵니다.
“내부의 문제입니다. 서로 설득하고 공동의 목표에 대해 논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고 보면 다른 목소리가 용납 안되고 똑 같은 목소리만 나올 때 정권 몰락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건강한 정당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견에 대해 적대시하는 게 아니고 부딪혀서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게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공수처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때 토론할 상황이 아니라고 한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입법기관에서 토론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무엇일까요. 결국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너희들은어떤 일도 해봐야 소용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토론이라도 하게 하고 다른 의견을 듣는 게 정치 아닙니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권은 나한테 유리한 것은 개혁, 불리한 것은 저항이라고 합니다. 윤 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뭐가 검찰 개혁에 반대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윤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이 정권이 윤석열이라는 칼을 버리지 못하고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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