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찾아온 해운업 ‘호황’… 운임 급등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미주 노선 중심 운임 오르며 어닝 서프라이즈…수출편 구하지 못해 임시 선박 투입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해운업계가 연말 높아진 운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HMM(구 현대상선)은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선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해 노선과 선복을 감축하면서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물 수송을 위한 배가 ‘귀한 몸’이 되면서 운임이 치솟았다. 운임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그간 기나긴 불황을 겪어 온 해운업계는 이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선박 공급 줄이자 쑥쑥 오르는 운임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의 해상 운송 수지는 1억57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해상 운송 수지가 약 4년 3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된 후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해상 운송 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한진해운 파산 직전인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그간 한국 해운 산업이 큰 위기를 겪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운임 상승 또한 지속되고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 운임 시황을 보여주는 상하이발 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4분기 평균 지수는 1753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0%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4분기 선사들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HMM의 4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50.4% 증가한 2조300억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4090억원으로 기존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분기와 같이 낮은 고정 거래 계약(SC) 단가로 HMM의 평균 운임 상승 폭은 이보다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컨테이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4%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상선은 창사 이후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SM상선은 11월 23일 2020년 3분기 매출액 약 2192억원, 영업이익 404억원, 당기순이익 302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3억원 증가했고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SM상선 측은 “현재의 시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더 높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 선사에 운임은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운임이 오르자 자연스레 실적 회복이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 운임의 강세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코로나19로 촉발됐다. 올 초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놓이자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물동량의 감소를 예상하며 노선과 투입될 선복량을 유지하거나 축소했다. 하지만 팬데믹 속에서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생산 기지들이 공장을 재가동하자 수출 물동량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공급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물동량 수요로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운임은 전 세계적으로 폭등했다.


운임은 12월 들어서도 연일 오르고 있다. 12월 둘째 주 기준 상하이~북유럽 항로의 운임은 20TEU당 2948달러로 지난주 대비 574달러 올랐다. 상하이~지중해 항로는 20TEU당 3073달러로 전주 대비 690달러 상승했다. 북미 항로도 상승세는 마찬가지다. 상하이~북미 서안 항로는 40TEU당 3948달러, 상하이~북미 동안은 FEU당 4804달러로 모두 지난주 대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물류 대란’으로 임시 선박 투입한 선사들


운임이 올랐다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사들은 컨테이너 운송을 위한 선박을 빌리는 것에 어려움이 생겼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가용 선박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고 현재 선주사들 또한 임대 호가를 급격히 올리거나 장기 임대차 계약만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박스 또한 ‘수급난’에 처했다. 전 세계적으로 물류 공급망이 적체를 빚으며 컨테이너 순환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 지역에서 현지 화주들이나 물류 업체의 운영이 원활하지 않아 컨테이너가 정체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선사 롤프 하벤 얀센 하파그-로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 지역의 컨테이너 부족 사태가 6~8주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컨테이너 박스 1개는 연 5회 화물을 싣고 이동하는데 올해에는 4.5회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기존 10~15%의 박스가 추가로 필요한 실정이다.


운임이 치솟는 와중에 올해 8월께부터 한국 화주들은 운송을 위한 선박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박 수급 불균형이라는 사상 초유의 ‘물류 대란’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힌 외국 선사들은 항만 적체와 선박 스케줄 지연을 핑계로 한국 기업의 거점인 부산항을 지속적으로 기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대미 수출 화물 운송 지연과 물류비용 증가를 동시에 겪게 됐다. 게다가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한국 선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줄면서 어려움을 더했다. 이에 따라 한국 화주들은 임시 선박 투입 등 대체 운송 방안을 모색해 줄 것을 요구했다.


HMM은 지난 8월 이후 매월 1척 이상의 임시 선박을 투입해 왔다. 11월까지 총 5척을 투입했고 12월에는 10일에 이어 월말에 임시 선박을 투입할 계획이다. 12월 10일 출항한 4600TEU급 컨테이너선에는 3900TEU의 화물이 실렸고 12월 21일 로스앤젤레스항에 도착한다. SM상선은 네트워크팀 선대운용파트를 비상 근무 체제로 수주 동안 가동, 해외 선주사들과 24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운영했다. 10월 초 5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을 단기 확보해 미주 노선에 투입했고 12월 초에는 3400TEU급 선박 1척을 확보했다. 또 12월 24일 미국 시애틀·포틀랜드, 캐나다 밴쿠버 등을 잇는 PNS(미주 서안 북부) 노선에 6500TEU급 선박이 투입돼 부산항을 출항할 예정이다.


SM상선 관계자는 “유휴 선박을 다른 글로벌 선사에 재임대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었지만 한국 수출 화주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직접 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선사들의 임시 선박 투입은 중견·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HMM의 임시 선박에 선적된 3900TEU의 화물 중 55%가 중견·중소기업의 물량으로 채워졌다.


컨테이너 수급부터 선박 확보까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운임 상승 기조가 꾸준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21년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신조 컨테이너선 인도 부족으로 빠듯한 수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 애널리스트는 “미주 노선 운임 강세가 유럽 등 다른 노선으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최근 전 세계 계선 비율은 3.7%로 제한적인 수준이고 물동량 강세와 컨테이너 박스 부족 이슈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 4월까지 현재의 시황이 이어진다면 고정 계약 단가가 상승해 보다 안정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8호(2020.12.21 ~ 2020.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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