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못 잡고 ‘풍선’만 더 키웠다… 부동산 규제의 역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역대급 규제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 현황 분석




[한경비즈니스 칼럼=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역대급 규제라고 할 수 있는 6·17 부동산 대책(이하 ‘6·17 조치’)이 나온 지도 반년이 지났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노력과 달리 6·17 조치는 주택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6·17 조치 직전인 2020년 6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6개월간 전국 아파트 값 상승률은 7.05%다. 이는 6·17 조치 직전 6개월간 상승률 2.43%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는 6·17 조치 이후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의미로, 6·17 조치가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표1]은 6월 1일부터 12월 중순까지 전국 및 서울 아파트 상승률을 주간 단위로 나타낸 표다. 실선은 매매가 상승률이고 점선은 전셋값 상승률이다. 6·17 조치 이전에는 완만하게 오르던 집값이 6·17 조치 이후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확대해 보면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표2]에서 6·17조치 이전 3주간 상승률과 이후 3주간의 상승률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정책이 안착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해명과 달리 집값 상승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모든 지역에서 같은 강도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지역별 수급 상황이나 호재 유무에 따라 상승세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6·17 조치 이후 압도적으로 많이 오른 지역은 세종시다. 세종시는 규제가 집중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천도론에 힘입어 32.6%나 상승했다. 그다음 서울(10.2%)이 두 자릿수로 상승했고 경기도(8.5%), 부산(8.3%), 대구(8.3%), 울산(8.1%) 순으로 상승했다. 흥미로운 것은 17개 광역 지역 중에서 집값이 하락한 곳은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가장 적게 오른 곳은 제주도로 0.7% 상승에 그쳤다. 2010년대 전반기에는 수도권 약세, 지방 강세, 2010년대 후반기에는 수도권 강세, 지방 약세 현상이 벌어졌다고 하면 6·17 조치 이후에는 수도권이나 지방 모두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표3]을 보면 6·17조치 이후 극적으로 시장 상황이 반전된 곳은 부산이다. 6·17 조치 이전 6개월 동안 0.5%밖에 오르지 않았던 것이 6·17 조치 이후 6개월 동안 8.3%나 올라 7.8%포인트 더 상승했다. 그다음 서울(7.6%포인트), 대구(7.0%포인트), 울산(5.9%포인트)이 6·17 조치의 수혜지역이다. 반면 인천은 6·17 조치 이전보다 상승률이 줄어든 유일한 광역 지역이다.


인천의 상승률이 이전보다 떨어진 이유는 6·17 조치로 인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영향이 크다. 이처럼 6·17 조치로 상승세가 크게 줄어든 대표적인 지역은 6·17조치 이후 6개월간 0.7%밖에 오르지 않은 평택을 비롯해 안성(0.9%), 청주(1.6%), 양주(1.9%)가 있다. 이 밖에 용인 처인구, 안산, 시흥, 인천, 오산 지역이 6·17 조치 이후 매수세가 이전보다 급감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규제 지역에 묶이게 되면 2주택자의 취득세가 올라가고 양도소득세도 중과가 되며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2년 실거주해야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또는 감면받을 수 있다. 이렇듯 세제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같은 상승률이라도 비규제 지역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규제 지역으로 묶인다고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6·17 조치 이후 남양주·고양·경기도 광주시·의정부·부천은 전국 평균 상승률 이상으로 올랐다. 규제로 묶였지만 그동안 다른 지역보다 덜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추가 상승한 것이다. 규제 지역 내에서도 일종의 ‘풍선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물론 풍선 효과는 비규제 지역이 더 강하다. 대표적인 지역이 김포와 파주다. [표4]를 보면 김포는 서울과 맞닿아 있는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비규제 지역이기 때문에 투자자와 이에 자극받은 실수요자가 몰려들면서 19.2%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가 있는 파주 지역도 11.7%의 높은 상승률을 거뒀다. [표5]를 보면 지방 비규제 지역 중에서는 부산의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해운대구가 19.0%라는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을 필두로 부산 강서구(14.9%), 수영구(11.8%), 금정구(9.7%), 부산 진구(9.4%)가 강세를 보였고 대구에서는 달서구(15.7%), 울산에서는 남구(14.6%), 중구(7.8%)와 창원에서는 의창구(11.1%)와 성산구(10.8%)가 시장 평균 상승률 이상으로 올랐다.


물론 규제 지역에 지정되지 않았다고 모든 지역에 풍선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6·17 조치 이후 지금까지 집값이 떨어진 지역인 김천(-2.9%), 목포(-1.6%), 당진(-1.3%), 마산회원구(-0.4%)는 오히려 비규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비규제 지역이라는 것만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6·17 조치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오른 상위 12개 지역 중에는 비규제 지역이 5곳이다. 예전부터 규제 지역이었던 곳이 5곳, 신규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2곳이다. 규제 지역이 7곳으로 비규제 지역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는 앞으로도 비규제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할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수급 상황과 호재를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주택 투자의 경우 2년 미만의 단기 투자는 세율이 높기 때문에 실익이 적다. 앞으로는 취득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기간에 처분할 때는 77%, 2년 미만 보유 후 처분할 때는 66%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비규제 지역이라도 2년 이상 보유해야 수익이 보장된다. 2년 이내에는 현실적으로 팔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현재는 비규제 지역이라고 해도 매도할 시기에 규제 지역에 묶이게 되면 양도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실익이 적다. 결론적으로 무주택자 또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취득 시 실거주 요건이 필요 없다는 점과 1주택자가 취득 시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보유세나 양도세 등 세제상 혜택이 별로 없어 비규제 지역이라고 묻지 마 투자를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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