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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험·취향·소비 패턴 등 ‘NFT’ 통해 온체인화…메타버스 속 기업 브랜드와 가치 고민할 때
[한경비즈니스 칼럼=김백겸 해시드 선임심사역] 처음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을 때 많은 이들은 앞으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보다 투명하고 공평한 인프라로서 인터넷(혹은 클라우드)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티어1 애플리케이션(앱)이 블록체인으로 완전히 인프라를 옮겨 온 사례는 없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한 ‘더 넥스트(the next)’ 인터넷은 무엇일까. 우리는 대체되는 ‘기술’보다 새로운 ‘경험’의 탄생에 집중해야 한다. 메타버스(metaverse)에서 이 변화의 시작을 찾을 수 있다.
‘메타버스’는 젠슨 황이 언급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했다. 이 소설은 아바타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 인간들은 가상 공간 메타버스에서 아바타가 돼 현실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활동한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가상 세계가 우리가 탐험할 신대륙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인류는 신대륙을 탐험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면서 발전해 왔는데 그다음 신대륙은 가상 세계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가상 세계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만들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만들어 낸 수많은 아이덴티티·정보·활동 등은 파편화돼 있었고 대부분이 가치 생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가상 세계 플랫폼들은 유저들에게 주어진 거버넌스 기회가 제한적이었고 제작자가 만든 세상을 소비하는 것에 머물렀다.
NFT를 통한 새로운 경험
가상 세계는 물리적 세계(정치, 경제 변화, 새로운 상품, 토지 개발)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한다. 이 세계에서 유저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재정 또는 평판으로 한정된다. 가상 세계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사회를 설계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정치적 역학을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 랩이 될 것이다.
대체 불가 토큰(NFT : Non-Fungible Token)은 각각의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토큰으로,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암호화폐를 말한다. NFT 시장을 개척한 ‘크립토키티’ 이후 ERC-721 표준을 통한 예술품과 스포츠 기념품 등의 토큰화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단순히 NFT가 토큰화된 단순한 제품일 때는 흥미롭지 않다.
이것은 단지 기술을 증명하는 목표에서 끝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상 세계와 경제의 초기 특성은 본질적으로 투기적이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무가치한 세상에서 땅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NFT가 고도화된 콘텐츠 생성과 사용자 경험을 주기 위한 매체와 메타버스 세상 운영 구성원들의 이해관계 조정 매체로 사용될 때 이 기술은 많은 이들에게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멤버십 경험 : 디지털 아트와 수집품을 시장에서 NFT로 판매하는 것은 소유자가 비공개 소셜 서클에 들어가 더 넓은 범위의 일부로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NFT로 제한된 수량의 가상 배지를 판매하는 것보다 덜 흥미롭다. 예를 들어 단순한 잡지 구독료가 아닌 NFT 형태의 소속감을 주는 경험이라면 어떨까. 기고자들 간의 교류, 구독자와 기고자들 간의 원활한 정보 공유 등이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 칼럼의 기여도에 따른 레벨업이나 보다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체성과 평판의 연결성 : NFT를 사고 소유하고 보유하고 거래하는 행동을 통해 사용자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신원과 평판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NFT 트랜잭션 이력으로 구축된 이러한 신원과 평판을 어떻게 공유하고 발견하고 다른 사람, 조직 및 브랜드와 연결할 수 있을까. 브랜드들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또는 더 나은, 불가능한) 새로운 사용자와 소비자 경험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정판 명품 백 NFT 자체의 가치보다 고객들의 거래 이력으로 누가 차익 거래를 노리는지, 누가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고객인지 알 수 있는 브랜드가 더 궁금할 것이다. 가지고 있는 가방의 NFT에 따라 취향과 구매 능력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벤트 경험 : 여행·콘서트·수업·운동 등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자신을 소개한다. 경험을 NFT로 수집하면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고 인터넷으로 국경을 넘어 공유된 집단적 경험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컬렉션을 사용해 플랫폼의 상위 레벨에서 새로운 경험과 참여할 커뮤니티를 추천하거나 발견하는 프로토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NFT는 사람들이 온체인 경험의 역사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줄 것이고 그것은 보다 세분화된 수준에서 다른 사람들을 찾고 새로운 경험으로 연결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이는 직장·학교·사교행사·여행·취미·정치·동호그룹·소매·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설정에 적용될 수 있다.
NFT는 그동안 파편화돼 온 메타버스의 연결점들을 이어 주고 새로운 콘텐츠를 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기존 재미와 흥미를 찾기 위해 가상 세계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가상 세계를 활용하게 된다. 그만큼 투자되는 시간과 노동력이 많아지고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콘텐츠 소비자가 콘텐츠 공급자의 역할 동시에 수행하게 되면서 메타버스는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진다.
탈중앙화된 메타버스
이제는 콘텐츠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메타버스에서 기업의 브랜드와 가치들을 어떻게 제공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참여자들을 통한 참여자들을 통해 프로토콜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내에서의 프로토콜 경제 디자인은 가상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이루고 살아가야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기존의 네트워크와 달리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통제 없이 모든 사람이 연결할 수 있고 동시에 분산화된 형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 네트워크와 달리 누군가의 개입 없이 우리의 이익을 대변한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세계’다. 따라서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과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데 우리의 이익을 직접 대변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구성원 간 의사 통합이 중요해지고 복잡해질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 거버넌스’다.
점점 더 빠르게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아이덴티티들은 언번들링(분업 후 협업)될 것이다. 자신의 여행 경험, 취향, 학력, 사회적 관계, 소비 패턴 등은 NFT를 통해 온체인에 올라가고 그것들은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게 되는 주 채널이 될 메타버스에서 표현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