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vs 서경배, 한한령 이후 벌어진 실적… 아모레, 부진 딛고 ‘디지털화’ 성공할까


[커버스토리=라이벌 경영 맞수 2021년도 달린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VS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화장품업계의 맞수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리면서 K뷰티의 ‘큰손’이었던 중국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시장의 비중이 높았던 아모레퍼시픽엔 한한령은 더욱 뼈아팠다. 이러한 사이 LG생활건강은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한 발짝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들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모레퍼시픽엔 또 다른 위기였다. 고가 화장품의 주요 판매처인 면세점과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이 모두 위축됐다. 특히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타격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




◆63분기 연속 성장세 예측되는 LG생건

양 사의 격차는 당분간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먼저 LG생활건강은 63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의 2020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2조706억원, 영업이익은 5.1% 증가한 327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2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3분기 매출은 1조2086억원, 영업이익은 6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49%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1조866억원, 영업이익은 560억원으로 역시 22%, 48% 감소했다.

다가올 4분기 실적 예측도 엇갈린다. 증권가에서는 LG생건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중국 시장 철수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곧 발표될 4분기 실적이 향후 그룹의 전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각 그룹의 수장인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사업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14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 부회장은 LG그룹뿐만 아니라 한국 10대 그룹 계열사 최고 경영자 중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 62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며 이른바 ‘차석용 매직’을 이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차 부회장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음료·생활용품·화장품이라는 삼각 편대로 LG생활건강을 재편한 인물이다.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을 시작으로 2010년 더페이스샵·한국음료, 2011년 해태htb(구 해태음료), 2013년 캐나다 보디 용품 업체 ‘프루트 앤드 패션(Fruits & Passion)’을 인수했다. 또 뷰티 시장에서는 2014년 ‘CNP코스메틱’ 인수를 통해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진출했다.

차 부회장의 M&A는 LG생활건강이 각각의 사업이 갖고 있는 장점을 통해 비수기에도 서로 보완이 가능한 회사로 거듭나게끔 만들었다. 뷰티 사업은 여름이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리프레시먼트 사업은 성수기가 여름이다. 이른바 ‘계절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한령으로 중국 사업이 타격을 입었지만 LG생활건강은 ‘고급 화장품’ 전략으로 이에 맞섰다. 2020년 11월 열린 중국 광군제에서 LG생활건강의 후·숨·오휘·빌리프·VDL·CNP 등 6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 15억5000만 위안(약 26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4% 성장한 수치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후’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광군제 매출은 2019년 대비 181% 성장하며 뷰티 브랜드 10억위안(약 1680억원) 브랜드 클럽에 입성했다. 특히 후 ‘천기단 화현 세트’는 티몰 전체 카테고리 중 매출 기준으로 화웨이와 애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19년보다 200% 증가한 76만 세트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뷰티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했다.


◆디지털로 돌파구 찾을 아모레퍼시픽

한국 화장품업계를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은 과거의 영광은 뒤로한 채 실적 개선을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서 회장은 2017년 이후 침체된 아모레퍼시픽의 성적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20년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은 서 회장의 향후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서 회장은 2020년 연말 인사에서 김승환 그룹인사조직실장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격시키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김 신임 대표는 서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를 맡는다. 김 대표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기획 디비전장, 그룹인사조직실장 등을 지냈다. 특히 전략기획 디비전장 당시 해외 법인 설립과 중국 사업 확장에 성공하며 입지를 다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마케팅 위주였던 기존 브랜드 조직에 국내외 모든 채널을 아우르는 영업 전략 기능을 합치는 것이다. 브랜드마다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을 차별화한다. 또 혁신 상품을 연구·개발하는 조직과 기술 혁신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하는 조직을 신설한다.

무엇보다 아모레퍼시픽이 2021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디지털화’다. 그간 아모레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 때문인지 온라인 채널에는 다소 소홀하다는 평가를 들어 왔다.

하지만 2020년부터 적극적인 디지털 전략을 택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오픈 마켓 11번가와 협약을 맺고 설화수·헤라 등 주요 브랜드 기획전을 강화했다. 동시에 유통업계가 앞다퉈 도입 중인 ‘라이브 커머스’도 매달 선보였다. 2020년 8월에는 뷰티 시장의 디지털 확장과 유망 초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온라인 패션 커머스 기업 무신사와 합자 조합을 결성했다. 또 2020년 11월 뷰티 전문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디밀’에 3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뷰티 영역에 높은 전문성을 갖춘 디밀을 통해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2021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에서 e커머스 비율을 50% 이상 확대하고 e커머스 성장률 30% 이상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에서도 e커머스 성장률 30%를 이룰 예정이다. 설화수와 라네즈는 독립된 본부로 승격해 그룹의 핵심 브랜드로 육성한다.

LG생활건강은 그간 이어 온 M&A 기조가 2021년에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LG생활건강은 2020년 유럽 더마 화장품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인수했다. 독일에서 시작해 아시아·유럽·남미에서 판매 중인 더마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은 특히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의 더마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다소 벗어나 화장품 매출이 성장할지도 관심사다. 유안타증권은 LG생활건강이 2021년 후·숨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 6개를 앞세워 중국에서만 화장품 매출 1조원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면세점 내 화장품 매출도 2020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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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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