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한국 주식


[머니 인사이트]


2021년 상반기 공급 차질 위험이 예상치 못한 인플레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경비즈니스 칼럼=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2020년 12월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한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과 경제 봉쇄 우려,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백신의 유효성 논란, 미국의 추가 재정 부양책 협상 지연과 2021년 1월 5일 조지아 주의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 등 기술적인 단기 조정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비중 확대와 채권 비중 축소 전략을 여전히 유지한다. 향후 1년 동안 투자한다고 할 때 전 세계 증시 중에서 투자 매력도는 한국 주식이 가장 높다. 기업 이익 증가와 달러 약세로 한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재평가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원·달러 환율은 2021년 상반기 중 달러당 106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황 호조와 수출 회복, 외국인 주식 매수 흐름을 감안할 때 1000원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 신흥 시장의 단기 매력도도 높아졌다. 2021년 상반기까지 백신 보급, 중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교역량 회복,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반등, 채권 대비 높아진 투자 매력도를 배경으로 신흥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추가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재평가 구간 진입

주가수익비율(P/E)은 주가(Price)를 주당순이익(EPS : Earnings Per Share)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 또는 저평가돼 있는지 판단하는 대표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다. 즉 회사가 벌어들일 돈에 비해 주가가 얼마에 형성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는 약 13배로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고점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단순 비교를 통한 주가 고점 논란은 위험하다. 산업 구조의 변화를 감안해 평가해야 한다. 2007년 당시 P/E를 끌어올린 산업은 건설·조선·기계·필수소비재·유통 등 소위 중국 관련 수혜 업종들이었다. 반면 현재는 건강 관리·소프트웨어·화학 등 구조적 성장 산업들이 P/E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더구나 자동차·건설·통신·철강 등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구조적 변신이 기대되는 산업들은 여전히 시장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소재·산업 업종 등 소위 굴뚝 산업이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종목 수는 모두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이들은 부채 비율을 대폭 낮추면서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즉 재무 구조를 효율화해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또한 P/E가 과열의 신호로 판단되려면 기업 이익 수준이 높아야 하는데 5%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여전히 상향될 여지가 높다. 12%대 ROE에서 P/E가 13배까지 치솟았던 2007년과는 다르다.


물론 2020년이 워낙 극심한 침체였기 때문에 기저 효과도 있지만 기업 이익뿐만 아니라 매출도 함께 늘고 있어 수요 개선 효과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21년 유가증권시장의 영업이익 증가율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약 38% 수준이지만 52%까지 추가 상향될 전망이다. 미국 역시 소재·산업 업종 등 친환경으로 변신하는 인프라 투자 관련 수혜 업종들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빠른 속도로 상향 조정되는 중이다.


금융 시장의 변동성 대폭 확대될 가능성 존재


다만 2021년 상반기까지는 생산·원자재·서비스 등 세 가지 공급 차질 위험(shortage risk)이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와 금리 반등으로 이어질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넘어도 평균적으로 2%가 될 때까지는 일정 기간 용인하겠다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 미국 중앙은행(Fed)도 쉽게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2분기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각각 전년 대비 2.5%, 1.1%로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컨센서스는 이러한 물가 상승이 일시적 기저 효과일 뿐 추세적 인플레 요인은 아니라는 데 모아져 있다.


하지만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과 가파른 자산 가격 상승이 세 가지 공급 차질 위험과 순차적으로 맞물린다면 2021년 1분기 중반~2분기 중반까지는 Fed의 유동성 흡수 우려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자재와 서비스 공급 차질은 아직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생산의 공급 차질은 이미 삼성전자와 코스피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반영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는 막대한 보조금 지급을 통해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전 수준을 뛰어넘은 반면 생산은 경제 봉쇄로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아직 절반밖에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소비 급증에 따른 부족분을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수입으로 대체하며 미국의 경상 적자는 대폭 확대됐다. 반면 교역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와 수출은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백신 보급 기대는 미국과 선진국의 비어 있는 창고를 채우기 위한 강력한 중간재 수요와 재고 확충(restocking) 사이클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의 생산 증가가 곧 선진국 투자 사이클의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반도체와 한국 주식 시장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둘째, 원자재의 공급 차질은 국제 유가 등 원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 배출 절감,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 유럽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 석유 기업들의 원유·가스 자산 매각과 함께 미국 에너지 기업의 자본 지출(CAPEX) 감소는 필연적으로 원유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영국의 BP다. BP는 2050년까지 순탄소 제로 배출을 목표로 설정했고 2030년까지 CAPEX의 30%를 에너지 전환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약 250억 달러의 석유·가스 자산도 매각할 계획이다. 투자은행들의 셰일 산업 낙관론도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3대 메이저 석유회사의 2021년 CAPEX는 29억7000만 달러로 2020년 대비 2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시추공 증가에 부정적이다. 화석 연료 수요 감소로 장기 원유 가격은 현재보다 낮은 수준에서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 원유 가격은 다르다. OPEC+의 생산 확대가 가능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시적 수요 회복 시기에는 원유 수급이 매우 빡빡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아닌 중·장기적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셋째, 백신 보급 기대가 한껏 높아질 2021년 2분기부터는 서비스 공급 차질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 충격으로 영구 폐업 등 노동력이 떠나면서 서비스 공급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빠른 수요 회복은 서비스의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63%에 달한다. 경기 회복과 함께 후행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주택 가격 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 압력도 반영된다면 2~3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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