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낙’ 뒤집은 ‘이재명 신년 지지율 1위’ … ‘밴드왜건’ 이냐 ‘언더독’ 이냐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1-01-13 16:54:48
수정 2021-01-13 16:54:48
[홍영식의 정치판]
신년 지지율 1위, 이재명 10·윤석열 3·이낙연 0
변수따라 지지율 언제든지 출렁일 가능성
대선 1년여 앞둔 지지율 뒤집힌 사례도 적지않아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10 대 3 대 0.’ 각 여론 조사 업체가 실시한 대선 주자 신년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둔 1위 성적표다. 물론 오차 범위 내에 있는 지지율이 적지 않아 일도양단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일단 외형상 나타난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2020년 중반까지만 해도 이 대표의 독주 체제였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지지율이 흔들린 것이다.
차기 대선은 내년 3월 9일 치러진다. 1년 2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관건은 이런 지지율이 그대로 지속될지 여부다. 과거의 예를 보면 대선 1년 전 지지율이 그대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는 숱하게 많다. 대선 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수많은 변수가 발생할 것이고 지지율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년 지지율 조사에서 특정 주자가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선 주자들은 이들 세 명만 있는 게 아니다. 지지율 수위를 달리는 주자는 ‘밴드왜건 효과(이길 가능성이 높은 강한 후보에게 유권자의 지지가 쏠리는 현상)’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쫓아가는 주자들은 ‘언더독(강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약한 후보를 지지해 선거 판세를 바꾸는 것)’ 반란을 노릴 것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언더독’이 관철된 사례도 많다. 예단은 금물이다.
지지율 들쭉날쭉…ARS 방식 모두 윤석열 총장 1위
어쨌든 신년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지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구체적인 여론 조사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 여론 조사 업체가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 지사는 총 13개 조사에서 1위가 10개, 2위 2개, 3위 1개를 나타냈다. 윤 총장은 1위 3개, 2위 5개, 3위 5개였다. 이 대표는 1위가 하나도 없고 2위 6개, 3위 7개를 기록했다.
1, 2위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월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다(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윤 총장이 30.4%로 이 지사(20.3%)를 10.1%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오차 범위 밖이다. 이 대표는 15%를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선 이 지사가 오차 범위 밖 1위를 나타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4%가 이 지사를 꼽았다. 윤 총장이 16%, 이 대표가 15%로 뒤를 이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2020년 12월 27~29일 실시한 조사에선 이 지사 21.7%, 이 대표 16.9%, 윤 총장 13.8%를 각각 기록했다. SBS의 의뢰로 입소스가 2020년 12월 28~30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 지사 23.6%, 윤 총장 18.5%, 이 대표 16.7%의 순을 나타냈다.
공교로운 것은 자동 응답(ARS) 방식의 3개 조사에서는 윤 총장이 모두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YTN·뉴시스 의뢰)와 알앤써치(데일리안 의뢰) 조사 등이다. 면접 조사원을 통하지 않고 전화 자동 응답 버튼만 누르면 되는 ARS는 전화 면접과 달리 응답에 부담이 적다. 이 때문에 속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샤이 보수’가 적극 응답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년 여론 조사 결과 무엇보다 이 대표에게 비상이 걸렸다. 2020년 8월 대표 경선 이전만 해도 여야 통틀어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확고하게 고수하면서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소리를 들은 것과 판이하게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 경선 전부터 친문(친문재인) 지지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펴 온 것이 지지율 정체 또는 하락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대표는 2020년 9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른바 ‘친문 팬덤’에 대해 “강성 지지자는 당에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옹호한 바 있다. 결속력이 강한 특정 지지층을 형성하지 못하고 당 지지 기반도 약한 이 대표로선 친문 지지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친문 지지층에 휘둘려 자기 목소리를 잃고 집권 여당 대표로서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중도층의 마음이 떠나게 한 것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낙연, 친문 의존·존재감 못 보여준 게 하락 원인”
이 대표로선 위기 국면을 타개할 필요가 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는 그런 차원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친문은 다른 주자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더 이상 친문이라는 협소한 지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의 임기는 3월 말까지다. 4월 7일 재·보궐 선거 공천 작업 마무리도 이 대표의 몫이다. 선거에서 지면 그 책임이 이 대표에게 돌아오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된다.
신년 지지율 구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언제 어디에서 돌발 변수가 터져 선거판을 흔들지 모른다. 더욱이 지지율 1위 후보는 집중적인 견제를 받기 마련이다. 대세론의 맹점이다. 이에 따라 과거 대선 1년~1년 반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1위 주자들이 ‘언더독’ 주자들에게 뒤집힌 사례가 많다. 대선 1년~1년 6개월 전 ‘언더독’이었던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뒤집기에 성공했다. 반대로 ‘박찬종·이회창·고건 대세론’은 물거품이 됐다.
1997년 ‘무균질’을 내세우면서 15대 대선에 출마한 박찬종 후보는 선거전 초반 여권 내 1위 주자였지만 중도 포기했다. 당 조직 기반 약화로 여권 주류의 지원을 받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모두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에 발목을 잡혀 김대중·노무현 후보에게 연이어 역전패 당했다.
2002년 대선 땐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대선 1년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1~2%에 불과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회창 대세’를 꺾고 승리했다. 2007년 17대 대선 땐 1년 반 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지지도에서 3위였고 박근혜 후보와 고건 후보가 1위 자리를 놓고 다퉜지만 이 후보가 반전 드라마를 썼다.
반면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고 끝까지 유지했다. 2017년 대선 땐 문재인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힘입어 대세론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승기를 거머쥐었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1위 유지 또는 역전 드라마를 쓰기 위한 조건으로 △경제·외교 안보·교육 지식과 글로벌 마인드 △어떤 경우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열정 지지층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통합 마인드 △국민들의 마음속을 침투할 수 있는 이슈 선점 △튼튼한 조직 기반 등을 꼽는다. 외부적 변수에 언제라도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준비를 갖춰 놓는 것도 필수라는 지적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