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oT 시대의 중심은 ‘인간’…인문학적 상상력 갖춘 인재 키워야”


[인터뷰]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갤럭시 신화 주역, 지역 고교생 위한 코딩 캠프 개최도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의 대학 교육은 무엇이 달라야 할까. 한국의 AI 저변 확대에 인재 양성이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학 교육의 변환이 요구되는 때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AI와 사물인터넷(IoT)이고 기업은 실무 능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겸비한 인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3년 말 삼성전자 연구임원을 마치고 성균관대로 자리를 옮겼다. 스마트폰과 IoT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다.


김 교수는 부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20년 오픈한 AI·IoT교육지원센터를 꼽았다. 이곳 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코딩 교육과 AI·IoT 교육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새롭게 생각하고 만들어 보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핸즈온 역량을 갖춘 인재로 커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삼성에서 연구·개발자로 오랜 시간을 지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1983년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31년 동안 순수 엔지니어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27년간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 휴대전화의 핵심인 모뎀 소프트웨어 개발, 멀티미디어 솔루션을 개발했고 사업부에서 갤럭시 첫 모델부터 4년간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담당했어요. 부품 개발(반도체 칩)에서 출발해 스마트폰 제품 개발까지 두루 중요 기술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재직 중 ‘엔지니어 세상의 중심에 서라’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현재 대학원에서 강의 중인 스마트폰 관련 과목은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이라고 들었습니다. 교과목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모바일 시스템 디자인 특론’이라는 과목은 삼성에서 갤럭시를 개발하면서 배운 경험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핵심 칩들을 모두 분석해 이해하는 시간인데, 평균 50명 정도가 수강할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교재는 별도 개발했어요. 또 융합 과목은 두 과목을 강의합니다. ‘인문과 기술’이라는 대학원 과목은 동양철학과·경영학과 교수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부 과목으로 인문·사회 전공자 대상인 ‘창의융합프로젝트’가 있는데 발명 기법인 트리즈를 배우고 이를 토대로 5년 후의 스마트폰을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과목입니다.”


AI와 IoT 교육에 인문학을 포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문학은 꼭 필요해요. 새로운 서비스 창출과 인간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인문학은 문학·역사·철학을 연구하는 학문이죠. 문학은 ‘인간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고 역사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보는 학문입니다. 또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근본적인 이유를 던지고 탐색합니다. 인문학의 요체는 인간의 가치와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 즉 비판적 사유에 있다고 봅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심하고 전혀 새롭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학원에서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인문과 기술’ 과목을 개설하고 기업인을 대상으로 매년 인문학 강좌를 개최하는 이유는 인간을 이해하고 인문학적 물음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 상상력을 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IoT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사업은 철저하게 인간 중심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시티를 말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시티 개발은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기술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고민해야 하죠.”


산업 현장에서 오래 있었습니다. 대학 교육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요.
“작년에 수영을 배우는데 참 어렵더군요. 머리로는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몸이 그렇게 안 됩니다. 학교 교육이 그렇습니다. 머리로만 배우기 때문에 막상 취직해 현장에 투입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회사에 입사하면 머리로만 알던 일을 손과 몸에 익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대학에서 실무 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AI·IoT 교육지원센터를 개설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학교에 와서 보니 제가 수십 년 전에 배운 커리큘럼과 크게 바뀐 게 없었습니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가는데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도 AI와 IoT가 중요합니다. 두 기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만한 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고 마침 지하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강의장이 있어 실습실이자 AI·IoT 교육지원센터로 만들었습니다. 제안한 제가 센터장을 맡게 됐고 두 명의 젊은 주임 교수가 각각 AI와 IoT를 담당합니다.”


지역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방학 중에 코딩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 주변에 있는 3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코딩캠프를 성균관대에서 진행합니다. 대학 기숙사에서 기숙하면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교육의 집중도가 있어 효과적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이번 겨울방학 캠프는 온라인으로 교육이 진행됩니다. 이번이 5회째로 1월 4일 시작했습니다. 저는 매번 첫날 ‘창의코딩, 배워서 기계와 즐겁게 놀자’라는 제목의 특강을 통해 학생들을 만납니다.”


젊은이들의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기업은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들지요. 기업을 통해 혁신 성장이 이뤄질 것입니다. 혁신 성장의 시작은 스타트업에서 나와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시장 변화에 더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사업화까지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을 최고의 직업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많다면 대한민국은 암울합니다. 정부의 혁신 성장은 젊은이들의 스타트업 창업에서 찾아야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는 대학이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교수 중심의 연구실 창업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대학에서는 중·장기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통해 기술을 축적할 수 있고 이는 창업을 통해 사업화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적인 기술 제품을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합니다.
“결국은 교육입니다.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연결되는 교육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는 암기식 교육을 바꿀 때가 지났습니다. 만들어 보고 실수하고 실패하게 해야 합니다. 머리와 가슴과 손발이 다 움직여야 합니다. 창의성 교육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더군요. 계속해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하면 됩니다. 그러면 고민하게 됩니다. 생각하는 힘이 경쟁력입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관·박물관·전시회장을 직접 찾아가 ‘무슨 생각으로 이걸 그렸을까’, ‘어떻게 만들었을까’와 같은 질문도 던져보고 설명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학생들과 미술관 탐방을 해보니 자연스럽게 그러한 의문을 갖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을 만드는 것이 창조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특히 AI 경쟁력 확보가 관건입니다. AI 기술이 산업계에 활용될 때 유망 분야는 어디입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연결(connectivity)과 지능(intelligence)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 기술은 IoT와 AI입니다. 예를 들어 IoT의 응용에 AI가 더해지는 형태에서 산업계 응용 분야를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물지능(AIoT)이라는 용어도 생겨났습니다. 헬스케어,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자동차가 좋은 분야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AI 프로세서가 들어가 카메라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무엇이 필요한가요.
”신성장 산업은 남의 것을 모방하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퍼스트 무버 전략의 시작은 국가 연구·개발(R&D)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투자에 있습니다. 초기의 혁신 기술은 어렵고 위험 부담이 크며 신제품은 시장도 작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혁신적이고 위험성이 높은 과제들은 정부 출연 연구소나 대학이 담당해야 합니다. 사실상 기업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번 실패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높은 목표의 도전적인 과제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오히려 실패하면 더 칭찬하고 더 지원하는 R&D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 R&D 과제의 전체 50% 이상은 실패해도 좋을 정도로 마음껏 도전하는 R&D 체제를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바로 도전적인 실패에서 성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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