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활용 사례]
- 눈 움직임 인식해 페이지 넘기고 누구나 ‘오디오북’ 제작 가능…“오디오북의 ‘유튜브’ 노린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인공지능(AI)으로 확장성을 높이고 있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디지털 중심 독서 콘텐츠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신기술을 통해 독자 저변을 확대하고 플랫폼의 진화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 ‘시선 추적’ 기능, ‘AI 보이스’를 활용한 ‘내가 만든 오디오북’이 있다.
밀리의 서재가 도입한 ‘시선 추적’은 두 손을 사용하지 않고 눈으로 ‘클릭’하는 기능이다. 책을 읽다가 시선이 페이지 하단에 이르면 상단에 두 개의 버튼이 생성되고 버튼을 바라보면 3초 뒤 페이지가 넘어가는 방식이다. 전자책 분야에서 최초 적용된 사례로,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12월 말 자체 개발한 뷰어에 이 시선 추적 기능을 선보였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비교할 때 이동 중에 읽는 수요가 많다. 또 자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책을 볼 때 손목과 손가락이 불편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밀리의 서재는 이와 같은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독서 환경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시선의 위치와 움직임을 추적
시선 추적 기능을 활성화하면 ‘두 손은 자유롭게’ 요리를 하거나 다른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전자책 단말기도 편안한 독서 환경을 위해 리모컨을 제공하고 있지만 시선 추적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AI 기술은 시선 추적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비주얼캠프와 파트너십 관계를 통해 구현했다. 비주얼캠프는 2015년부터 시선 추적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왔다. 아이 트래킹(eye tracking)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시선의 위치나 움직임을 인식한다. 비주얼캠프는 특히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응시 지점을 시선 좌표 값으로 변환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시선 추적 기능을 구현한다. 방향성뿐만 아니라 응시 대상을 분석해 페이지터너(‘시선 고정’으로 페이지 이동), 아이 스크롤링(텍스트의 위아래·좌우 이동) 등 새로운 전자책 사용자 환경(UI)을 개발했다.
밀리의 서재는 2019년부터 ‘전사적인 프로젝트’로 기술 도입을 추진해 왔다. 원천 기술은 비주얼캠프의 것이지만 독서 플랫폼에 적용하기 위해 무엇보다 각 팀의 ‘협업’을 중시했다. 콘텐츠 담당, 플랫폼 기획, 개발 등 부서에서 기획·개발 단계에 참여하며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용자 디바이스, 독서 환경, 낮밤 여부에 따라 사용성이 달라지는 만큼 각종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도 주요 과제였다. UI 관점에서 ‘책을 다 읽은 후 시선을 어디에 두게 할 것인지’, ‘페이지를 어떻게 넘어가게 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이 기획 단계부터 주요하게 고려됐다.
이 과정에서 ‘AI 보이스’를 활용한 ‘내가 만든 오디오북’ 서비스도 비슷한 시기에 론칭했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 1월 6일 사용자가 직접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인 ‘내가 만든 오디오북’을 오픈했다. 밀리의 서재가 자체 개발한 키트를 통해 누구나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고 직접 만든 오디오북을 밀리의 서재에 공개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만약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하는 도서 중 오디오북 제작이 가능한 책을 골라 본인의 목소리로 읽거나 AI 보이스를 활용하면 오디오북 한 권을 만드는 셈이다. 공개된 오디오북은 한 명이 3분을 초과해 재생할 때마다 100원씩 적립되며 적립금으로 5만원 이상이 누적되면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밀리의 서재는 한국 최초로 전자책 구독 경제 모델을 선보이며 독서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 비대면 시대를 맞아 누적 구독자 수는 2020년 초 200만 명 수준에서 작년 말 기준 300만 명을 넘보는 상황이다. 밀리의 서재는 콘텐츠 기업이면서 콘텐츠 못지않게 ‘사용 환경’을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콘텐츠 기업이 신기술에 적극적인 이유는?
밀리의 서재의 주요 독자층은 책에 관심이 있지만 독서 습관을 만들지 못한 이들에게 가깝다. 비독서 인구에게 꾸준히 책을 보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고 맞춤형 ‘독서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등 콘텐츠의 사용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다. 밀리의 서재가 ‘독서를 통해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기능성 개선을 꾸준히 고민해 온 이유다. ‘시선 추적’의 개발 과정에서도 가장 공들인 부분은 자연스러운 UI를 만드는 것이었다.
AI 보이스는 특히 사용자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게 관건인 프로젝트다. 밀리의 서재는 2018년 오디오북 제작을 시작한 이후 작년 말까지 약 1000권의 오디오북을 선보인 바 있다. 10만 권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은 약 1%의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 반면 이용률은 20%에 이른다.
오디오북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더 많이 제작하지 못했던 이유는 ‘비용’과 ‘시간’에 있다. 일례로 전문 성우가 스튜디오에서 책 한 권을 완독하기까지는 약 3일이 소요된다. 육성으로 책을 한 번에 읽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한 AI 보이스는 이러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다. 여기에 5개의 AI 보이스를 선택하고 또 자신의 목소리와 해설·요약, 유머 코드를 얹을 수 있어 ‘DIY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다고 밀리의 서재는 강조했다.
최근 오디오 콘텐츠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팟빵’과 ‘스푼라디오’ 등에는 영상 없이 목소리만으로 팬덤을 형성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책’이라는 콘텐츠로 자신의 재능을 풀어 내는 ‘스타플레이어’들을 육성해 ‘오디오북의 유튜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셀럽형 오디오북’과 새로 도입한 ‘내가 만든 오디오북’ 등 투 트랙을 운영하면서 향후 이용자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 참여형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김태형 밀리의 서재 유니콘팀장
“기존의 제작 시스템 개선하고 오디오북 활성화에 기여”
밀리의 서재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술은 무엇인가.
“밀리의 서재는 ‘완독 지수’와 ‘취향 지수’라는 이름의 자체 독서 지수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기존 출판 업계에서는 없던 새로운 개념의 독서 지수다. ‘완독 지수’는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으로 이뤄져 있고 이러한 완독 지수를 통해 사람들이 실제로 각 분야의 책을 얼마나 완독했는지, 완독했다면 어느 정도나 시간을 들여 읽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해당 책이 각자의 취향과 얼마나 잘 맞을지 알려주는 개인화 데이터인 ‘취향 지수’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사가 서비스 중인 모든 도서에 대해 완독 지수와 완독 매트릭스, 취향 지수로 이뤄진 독서 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이러한 완독 지수나 취향 지수와 같은 독서 지수가 책을 고르는 기준을 점차 바꿔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동시에 더 많은 책이 발견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했을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독서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고 그 자체로 여전히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즐길 것이 점차 많아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독서의 가치를 이어 가면서도 독서하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확산하고자 하는 것이 밀리의 서재가 가진 사명이다. 밀리의 서재가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AI 기능들을 붙이고 시도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도 독서할 수 있는 편의성과 간단한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접근성이 밀리라는 플랫폼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AI 기능이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고 ‘독서하는 일상’을 확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에도 이런 차원에서 AI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전자책 분야에서 AI 기술이 도입되면 어떤 창의적인 일들이 가능해질까.
“가장 적합한 사례는 ‘AI 보이스’ 기능이 접목된 ‘내가 만든 오디오북’가 아닐까 싶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오디오북을 만들고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밀리의 서재에서 ‘내만오 KIT’를 설치해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하는 도서 중 오디오북 제작이 가능한 책을 골라 가이드에 따라 본인의 목소리로 읽고 편집하면 오디오북이 만들어진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이 기존 오디오북 제작의 어려운 점을 극복하고 더욱 다양한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조직 문화 차원에서 변화한 부분이 있나.
“밀리의 서재는 새로운 기능을 플랫폼에 도입할 때 전사적으로 직원들에게 그 과정을 공유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담당 팀이나 조직, 담당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문제를 파악할 수 있기도 하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인사이트를 종종 얻곤 한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