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C와 C-V2X 진영 대립 중…성공적 자율주행 기술 위해 결정 내려야
[비즈니스 포커스]최근 자율주행 기술이 업계의 새 장을 여는 필수 신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 구축을 두고 열띤 논쟁이 한창이다. 쟁점은 C-ITS 기술 방식 선정으로, 단거리 전용 통신인 DSRC와 차량·사물 셀룰러 통신을 일컫는 C-V2X를 중심으로 두 진영이 대립하고 있다.
DSRC 방식은 오랜 실증을 거쳐 검증된 기술로, 한국에선 웨이브(WAVE)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웨이브의 하위 계층 중 하나다. 한편 C-V2X 방식은 선진 기술로 주요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C-ITS 구축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이후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 때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초기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C-ITS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해외 C-ITS는 C-V2X를 중심으로 재편 중
현재 한국에서는 DSRC 방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DSRC 통신 방식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802.11p 기술에 근거한다. 반면 해외 시장은 C-V2X에 무게를 두고 인프라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 2017년 국제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는 롱텀에볼루션(LTE) 다이렉트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동차용으로 최적화해 차량 사물 통신(C-V2X) 기술을 표준화했다. 처음부터 모빌리티 기술로 개발됐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건물 등이 시야를 가리는 비가시선(NLOS) 상황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등 안전성 보장에 초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C-V2X 통신 방식은 이동통신에서 진화된 기술로, 크게 LTE-V2X와 5G-V2X로 분류된다. LTE에서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스마트폰이 자연스럽게 진화한 것과 같이 LTE-V2X와 5G-V2X 또한 상호간 통신이 가능하다. 단, 휴대전화 이동통신은 민간 통신 사업자가 설치한 중계기를 이용해 통신하는 반면 C-ITS 통신은 국가가 설치한 노변 기지국을 통해 통신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또한 DSRC와 C-V2X는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C-V2X는 이동통신 사업자의 기지국이나 중계기 없이 국가가 설치한 노변 기지국을 통해 통신하거나 차량·인프라와 직접 통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통신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DSRC, LTE-V2X, 5G-V2X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는 없을까. C-ITS용으로 배정된 주파수 대역이 DSRC, LTE-V2X, 5G-V2X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 세 가지 통신 방식 가운데 두 가지 방식만 병행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G 기술이 빠른 속도로 확산, 발전하고 있는 만큼 5G-V2X를 미래 필수 통신 방식으로 보기 때문에 5G-V2X와 병행해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용이한 통신 방식을 DSRC와 LTE-V2X 중 선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기술적으로 사용이 검증된 조합은 LTE-V2X와 5G-V2X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LTE와 5G 스마트폰의 예에서 보듯이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은 구세대를 지원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LTE-V2X와 5G-V2X 또한 마찬가지로 상호간 통신과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LTE-V2X와 5G-V2X는 하나의 칩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5G-V2X로의 통신 방식 전환을 고려한다면 LTE-V2X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해외 시장에서는 중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DSRC와 5G-V2X의 조합에 대해서는 간섭 문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고 아직 두 기술을 병행 사용할 수 있는지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또한 DSRC와 5G-V2X를 동시 지원할 수 있는 단일 칩이 없기 때문에 두 개의 칩이 필요한 만큼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활기를 띠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전에서 주도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초기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해외 C-ITS가 C-V2X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이와 역행하는 선택이 훗날 추가적인 개발 비용과 시간으로 되돌아오지 않을지에 대해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