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세금 지원을 악용한 신종 사기 주의보

LH가 대항력 취득한 사실을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는 등 안전장치 필요

[법으로 읽는 부동산]

한국에서 은행권이나 비금융권을 불문하고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확실하게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채무자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은 오랜 기간 성행해 왔다.

채권자는 대여하기 전에 근저당 부동산에 대해 경매와 배당이 진행되면 자신보다 우선 배당받을 수 있는 다른 채권자가 존재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해당 부동산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실제 살고 있고 임대차 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은 임차인이 대표적으로 우선 배당받는 채권자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부동산을 담보로 채무자에게 대여하는 채권자로서는 경매 배당 시 자신보다 우선하는 채권자(임차인)의 존부 및 우선하는 금액(임대 보증금)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임대차계약서·전입세대열람원 등을 채무자에게 필수로 요구한다.

그동안 전세금 또는 임대 보증금 사기가 문제된 영역은 매우 다양한데, 그중 임대인(소유자)과 임차인이 가족이나 지인 사이인 경우 소유자에게 대여하려는 채권자에게 그 소유자와 임차인은 ‘무상거주확인서’를 함께 작성해 줌으로써 채권자를 안심시킨 후 실제 경매와 배당에서는 임대 보증금이 상당히 존재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제시하며 배당을 요구하는 행태가 꽤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 경매법원에서는 이미 채권자가 제출한 무상거주확인서를 기초로 임차인에게 배당하지 않거나 임차인에게 배당하더라도 채권자는 배당 이의의 소를 통해 임차인에 대한 배당을 막을 수 있었기에 결국 채권자가 실제 거주자로부터 사전에 무상거주확인서를 수령했다면 손해 볼 일은 거의 없었다.



대항력 인정받는 LH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2항에서는 대통령령에 따라 대항력이 인정되는 법인을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현 시세가 2억원인 주택에 대해 전세금 1억3000만원인 전세 계약에서 LH가 1억원, 주거 지원을 받는 실거주자가 3000만원을 각각 분담하되 전세 계약은 집주인과 LH가 체결하고 실거주자가 실제 거주하면서(주택 인도) 전입신고(주민등록)까지 마쳤다면 LH가 대항력을 취득한다는 것이다.

즉 집주인이 돈을 빌리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했고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경매로 그 소유자가 변경되더라도 LH는 새로운 소유자에게 여전히 임차인임을 주장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돈을 빌리려는 집주인(임대인)과 임차인이 짜고 무상거주확인서를 채권자에게 제시하는 경우 앞서 살핀 것처럼 보통의 경우라면 채권자가 경매와 배당 과정에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지만 만약 전세금 일부를 지원한 LH가 임차인으로 계약했다면 경락인으로서는 나중에 LH에 지급해야 할 전세금을 감안해 경락 받을 것이고 그 경락 대금은 매우 낮아질 것이다.

즉 현 시세 2억원, 전세금 1억3000만원 중 LH가 1억원을, 실거주자가 3000만원을 부담했던 사례에서 LH는 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임차인으로서 전세금 전액을 반환받을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집주인에게 대여한 채권자로서는 임차인의 무상거주확인서를 믿고 채권자 자신이 최선순위 권리자라고 판단해 대여한 것뿐인데 대여 시 도저히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LH로 인해 경락가가 매우 낮아지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2015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을 신설함으로써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LH의 대항력을 인정하기로 한 긍정적인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항력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 LH의 전세 지원금 존부나 금액은 외부에서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임차인이 제시한 무상거주확인서를 믿은 채권자에 대한 보호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고 경매 과정에서야 드러나는 LH의 대항력으로 인해 거래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돼 입법의 공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LH가 전세금을 지원함으로써 대항력을 취득한 사실을 등기부에 기재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거래 안전을 도모하고 채권자 이익과도 균형을 맞추려는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조주영 법무법인 동신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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