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코로나는 국가혁신을 요구한다

[경제 돋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려면 조지프 슘페터의 혁신이 필요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주장이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21세기는 슘페터의 시대”라고 했다. 슘페터는 혁신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고 혁신을 촉진하는 나라는 성장을 지속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해관계 집단이 권력화된 나라는 혁신이 멈추고 경제가 쇠락해 결국 자본주의가 붕괴한다고 했다. 좌파 엘리트가 국가 권력을 잡아 복지 만능주의가 판치고 노조는 정책 결정에 참여해 기업을 억누른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슘페터의 예상대로 혁신이 멈춘 나라는 코로나19 피해가 크고 피해를 복구하기도 어렵다. 한국은 어떤가.

코로나19 방역에 모범적인 국가의 작년 경제성장률을 보면 한국은 마이너스 1%로 대만(3.0%), 베트남(2.9%), 중국(2.3%)보다 낮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과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마비된 유럽과 비교해 선방했다고 자화자찬한다.

착각일 뿐이다. 대만은 물론 베트남과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친기업·친혁신으로 V자 반등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1~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이 3%로 중국(6.3%)의 절반도 안 되고 선진국 평균(3.7%)보다 낮다.

선진국이라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마이너스 6% 안팎으로 같은 유럽 국가보다 매우 낮다. 이들 국가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포퓰리즘에 빠져 혁신이 멈춰 코로나19의 피해가 커졌고 회복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국은 슘페터의 우려처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길을 가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제조업이 쇠락하고 실업률이 오르며 불평등이 커지고 재정도 악화했다. 규제를 늘리고 노동 시장을 경직적으로 만들고 복지로 해결한다고 하다가 성장이 후퇴했다.

정부 지원도 고소득층에 더 돌아가 K자로 양극화가 커졌다. 이 틈을 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발호했다. 결국에 코로나19가 발생해도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했고 폐쇄적인 민족주의로 고립돼 위기 해결에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다.

한국이 V자 반등과 K자 양극화 해소가 힘든 이유는 이들 국가의 추락에서 알 수 있다. 소득 주도 성장, 공정 경제, 평화 경제 등 포퓰리즘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혁신과 멀어져 성장률이 떨어지고 불평등이 커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포퓰리즘이 더 기승을 부렸다.

그래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한쪽에서 여당의 대권 후보들이 현 정권에 이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시대를 앞서는 기업가들이 혁신에 몰두하고 있다.

여당은 선거철을 맞아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겨냥해 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을 만든다. 피해 비례의 원칙에 따라 재난 지원금을 증액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법을 만든다며 더 꼬이게 한다.

법이 졸속이고 내용도 오락가락해 수혜 대상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도 결국 실망하기 알맞다. 작년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인데 기업은 설비 투자를 6.8% 늘렸다.

한국 기업은 외국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규제와 징벌에 억눌려 있다. 하지만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 기술 기업은 물론 자동차·화학·식품 등 전통 기업도 코로나19로 빨라진 변화에 발맞춰 꿋꿋하게 신사업으로 전환해 왔다.

포퓰리즘이냐, 국가 혁신이냐를 선택할 시간이 왔다. V자 반등과 K자 양극화 해소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슘페터가 경고한 대로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엉큼한 유혹에 넘어가면 고통이 기다린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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