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로고·인테리어 무단 도용하면 부정경쟁행위…레시피는 보호받기 어려워
[지식재산권 산책]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인지 특정 아이템이 인기를 끌면 곧바로 유사한 아이템을 취급하는 업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이른바 ‘미투(me too)’ 창업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맛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근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은 식당의 대표 메뉴 이름을 그대로 도용해 상표를 출원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도한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명 맛집의 지식재산권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상호·로고 제삼자가 상표 등록하면 무효 심판
음식점의 상호나 로고는 상표 등록을 통해 상표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상표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식별력이 있어야 하므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흔히 있는 성(姓) 또는 명칭, 간단하고 흔히 있는 표장 등은 수요자가 출처를 식별할 수 없어 상표로 등록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상표 등록을 받지 않았더라도 특정 상호나 로고를 장기간 또는 널리 사용해 해당 음식점의 출처를 나타내는 표시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면 제삼자가 무단으로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로고를 사용해 혼동을 초래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 금지하는 부정 경쟁 행위가 된다. 이에 대한 민·형사상 대응도 가능하다. 상표로 등록되지 않은 유명 맛집의 상호나 로고를 제삼자가 먼저 상표로 등록하는 경우에는 상표법에 따라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매장 인테리어 자체는 그동안 상품이나 영업의 출처를 나타내는 표시라고 보기 어려워 유명 맛집이나 프랜차이즈 매장의 인테리어를 유사하게 모방하더라도 상표권 침해나 부정 경쟁 행위를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4월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과 다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 판매·서비스 제공 방법 또는 간판·외관·실내장식 등 영업 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영업상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거나 타인의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를 부정 경쟁 행위로 규정하게 됐다. 따라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매장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외관을 모방해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는 부정 경쟁 행위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맛집의 레시피는 아이디어에 해당하거나 결과물을 얻기 위한 기능적인 설명에 불과할 뿐 창작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없어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단지 메뉴판이나 요리책 등 레시피를 구체적이고 창작적으로 표현한 설명이나 묘사·사진·그림 등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저작권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해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해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해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고 표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나 이론 등은 설령 그것이 새롭고 독창적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만일 맛집에서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고 영업 비밀로 관리하고 있었다면 레시피를 부정하게 취득하거나 비밀 유지 의무에 위반해 레시피를 사용, 공개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영업 비밀 침해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특히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명 맛집이나 프랜차이즈 매장의 내부 인테리어나 메뉴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행위가 부정 경쟁 행위를 구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유명 암소갈비 식당의 간판과 무쇠 불판 및 메뉴 등을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하게 구성하는 방법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에서 금지하는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송재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