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 핀테크 이어 콘텐츠 시장에서 정면 승부

빅히트와 손잡은 네이버, 동맹 구축 박차...카카오는 자회사 합병으로 내부 역량 집중
카카오-카도카와, 네이버-왓패드로 글로벌 IP 경쟁력 확보

[비즈니스 포커스]

네이버는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는 영상 기반 K팝 팬 커뮤니티 서비스인 브이앱과 위버스를 통합해 새 플랫폼을 출시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테크핀에 이어 ‘콘텐츠’로 정면 승부에 나선다. 네이버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1조원이 넘는 돈을 콘텐츠에 투자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고 카카오는 자회사 합병을 통해 기업 가치 7조원이 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출범시킨다.

콘텐츠 승부수를 위한 접근법은 서로 다르다. 네이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과 ‘콘텐츠 동맹’을 맺는 전략을 택했다. 카카오는 자회사 합병을 통해 내부 역량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콘텐츠 협력을 통해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고 카카오는 내부 콘텐츠를 수직 계열화한다는 전략이다. 접근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글로벌 시장의 수익성과 영향력 확대다.

네이버, K콘텐츠 동맹 이끈다

2020년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 매출 성장률은 48.8%다. 66.6% 성장한 테크핀에 이어 매출 성장률이 둘째로 높은 만큼 네이버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에 4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가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비엔엑스는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한다.

네이버의 기술력과 빅히트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역량을 합쳐 유튜브에 맞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기존에 네이버는 ‘브이라이브’, 빅히트는 ‘위버스’라는 동영상 기반의 글로벌 팬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K팝 아티스트와 팬들을 연결했다.

네이버가 2015년 출시한 브이라이브는 지난 1월 누적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고 현재 순이용자만 월 3000만 명이 넘는다. 해외 이용자 비율이 90%에 이르고 글로벌 국가 중에서는 미국·인도네시아·일본 순서로 사용자가 많다. 그중 24세 미만의 젊은 이용자 비율이 84%가 넘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다. 유료 콘텐츠와 굿즈 판매 등 수익 모델 역시 확보한 상태다.

2019년 출시된 위버스는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뉴이스트·세븐틴·여자친구 등 빅히트 소속 가수들부터 씨엘·선미 등의 가수들이 활동하는 팬 플랫폼이다. 지난해 빅히트가 자체 제작해 위버스로 유통한 BTS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BTS MAP OF THE SOUL ON:E)’은 191개국, 99만3000여 명이 관람했다. 티켓 판매액만 491억원에 달했다.

‘K팝 팬 커뮤니티’라는 시장을 두고 경쟁해 오던 네이버와 빅히트는 양 사의 기술력과 콘텐츠 역량을 합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새 플랫폼 운영에서 네이버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빅히트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집중한다.

플랫폼 통합 작업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 플랫폼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며 “K기술과 콘텐츠로 독보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전부터 YG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CJ그룹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해 왔다.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와 YG인베스트먼트 펀드에 1000억원을, 지난해 8월에는 브이라이브 경쟁력 확보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빅히트·YG엔터테인먼트·YG플러스가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에 1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K콘텐츠 동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지분 맞교환을 통해 콘텐츠 제작과 유통 역량까지 확보했다. CJ 영상 제작 계열사인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각각 1억5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네이버·CJ ENM·스튜디오드래곤 모두 웹툰·드라마·영화 등 K콘텐츠 지식재산권(IP)의 중심에 서 있는 회사다. 다양한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시작으로 팬 커뮤니티와 커머스로 이어지는 엔터테인먼트 가치 사슬 전반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카카오, '기업 가치 7조' 엔터테인먼트 공룡 출범

카카오는 자회사 합병을 통해 기업 가치 7조원의 엔터테인먼트사를 3월 출범시킨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해 종합 콘텐츠 업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난다.

웹툰·웹소설을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지와 다수의 연예기획사·제작사를 보유한 카카오M을 하나로 합치고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양 사의 매출 합계는 2019년 기준 약 7000억원, 2020년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를 7조원대로 추산한다. 빅히트의 기업 가치에 육박하는 만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도 초유의 합병으로 거론된다.

각 매출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카카오 자회사 간의 대규모 합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합병은 정보기술(IT)·유통 대기업들이 콘텐츠 신흥 강자로 도전장을 내미는 등 격전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양 사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번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은 그동안 양 사가 축적해 온 IP 비즈니스 역량과 플랫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양 사의 합병으로 연결되는 관계사만 50여 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산업 내 파트너들과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다.

여기에 원천 스토리 IP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자부터 가수와 배우 등 아티스트, 음악·드라마·영화·공연의 기획·제작사에 이르기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와 전 장르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021년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카카오페이지는 7000억원 이상의 통합 거래액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는 1조원 이상의 거래액을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지는 8500개에 달하는 웹툰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한 IP 비즈니스를 주도해 왔다. 2014년 ‘기다리면 무료’라는 수익 모델을 통해 무료였던 웹툰 시장의 유료화를 이끌어 냈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던 카카오의 글로벌 역량을 확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한국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을 비롯해 일본의 ‘픽코마’, 미국의 ‘타파스 미디어’, 인도네시아의 ‘카카오페이지(네오바자르)’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올 상반기에는 대만과 태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전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과 미국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카카오재팬의 픽코마가 일본 전체 모바일 앱 매출 1위를 차지하며 일본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픽코마의 성장으로 카카오재팬의 작년 한 해 전체 거래액은 188% 성장한 4146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오리지널 IP 유통을 글로벌로 적극적으로 확대한 결과 연간 거래액이 2019년 대비 64% 성장한 528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M은 가수·배우 기획사 11개와 공연·영상 제작사 7개를 거느리고 있다. 유명 배우 현빈·수지, 아이돌그룹 몬스타엑스 등이 카카오M 소속이다. 최근 카카오TV를 통해 드라마와 연예인 예능 등을 선보이며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IP의 기획·제작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카카오M 김성수 대표와 카카오페이지 이진수 대표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은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한민국 콘텐츠 비즈니스 구조의 혁신과 글로벌화를 이끌어 온 김성수 대표와 대한민국에 없던 웹툰·웹소설 산업의 혁신을 이끌며 모바일 콘텐츠 산업을 선도해 온 이진수 대표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합병 법인을 이끌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진화와 혁신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왓패드 vs 가도카와, 글로벌 IP 선점 전쟁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억 달러(약 6596억원)에 인수했고 카카오재팬은 일본 최대 콘텐츠 IP 회사 가도카와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는 2006년 설립된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이다. 전 세계 이용자만 9000만 명에 달하고 5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네이버와 왓패드를 합치면 월간 순이용자만 1억6000만 명을 확보하게 된다.

네이버는 글로벌 1위 웹툰과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도약하며 글로벌 IP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왓패드의 웹소설을 네이버웹툰으로 제작한다면 글로벌 독자 확대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일본 시장에서 비게임 부문 앱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종이 만화가 강세였던 일본 만화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디지털 만화 시장이 종이 만화를 추월했다. 한국산 ‘웹툰’으로 디지털 만화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는 이제 일본 최대 콘텐츠 회사인 가도카와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IP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 등재된 가도카와의 주주 명부에 따르면 카카오는 가도카와 주식 517만8300주(7.3%)를 보유하고 있다. 가도카와는 1954년 일본 도쿄에 설립된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만화·애니메이션·영화·잡지·게임·대중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매출 약 2조7478억원, 영업이익 약 33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배급사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지난해 2분기부터 가도카와의 지분을 순차 매입했다. 일본 내 IP 경쟁력을 확보한 가도카와를 통해 픽코마의 콘텐츠 수급과 함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 사가 IP 확보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하나의 IP를 활용해 2차, 3차 창작물을 통한 수익 확대와 플랫폼 이용자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IP 시장 선점은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한 필수 전략이다.

네이버 웹툰 원작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은 영어·일본어·프랑스어 등 9개국 언어로 서비스되며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2억 뷰를 달성했다. 드라마를 본 해외 시청자들이 다시 웹툰으로 유입되는 선순환도 이뤄졌다.

네이버 측은 4분기 콘퍼런스 콜을 통해 “‘스위트홈’의 넷플릭스 방영 이후 네이버 웹툰에 글로벌 방문자가 증가했고 다양한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웹툰의 2020년 거래액은 8200억원, 월간 순이용자 수 7200만 명을 달성하며 최대치를 찍었다. 카카오 역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 한국 누적 조회 수 5억 뷰를 달성했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해당 웹툰을 애니매이션화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던 다음웹툰 ‘이태원 클라쓰’ 역시 조회 수 4억 회를 기록하고 드라마로 제작돼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190개국에 방영됐다. 일본에서는 ‘롯폰기 클라쓰’로 현지화해 인기를 모았고 드라마는 일본 넷플릭스 종합 톱2를 차지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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