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신고와 취소 반복하며 집값 끌어올린다고 의심...취소 사유 의무 기재 조치는 실효성 없어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최근 흥미로운 부동산 기사 2건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첫째 기사는 일부 투기 세력이 실거래 신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호가를 올린다는 내용이고 둘째 기사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거래 절벽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기사의 배경이 같다는 점이다.
첫째 기사의 주장은 “주택 매매 계약건을 국토교통부에 실거래 신고하는 과정에서 집값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투기 세력이나 일부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높은 가격에 실제로 집이 팔린 것처럼 신고한 후 계약을 취소하는 등의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5억원까지 실거래된 단지가 있다면 매수자들이 5억원을 기준가로 생각하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선을 없애기 위해 특정 아파트를 6억원에 거짓 거래 신고를 한 다음 그 아파트를 5억5000만원에 매물로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매수자는 최근 실거래가보다 5000만원이나 싼 급매물로 착각하고 심리적 저항감 없이 거래하게 된다. 그 후 6억원에 신고된 아파트 거래 신고를 취소한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와 매수자는 실익 없고 리스크만 커
언뜻 보면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면 사실은 무엇일까. 우선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기사에 나오는 투기 세력과 일부 부동산중개사가 얻는 이익은 무엇이고 리스크는 무엇일까. 투기 세력의 이익은 잘 팔리지 않던 아파트를 종전 최고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처분했다는 것이고 여기에 참여한 공인중개사는 중개 수수료가 이익이 될 것이다.
반대로 리스크는 무엇일까. 불법 행위에 참가한 공인중개사는 자격 박탈이 가장 큰 리스크다. 그런데 실거래가가 5억원이 아니라 5억5000만원으로 오르면 매도자는 5000만원의 이익이 더 생기는 것이지만 공인중개사는 수수료가 20만원 더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 20만원의 추가 이익을 위해 자격증을 거는 공인중개사가 과연 있을까.
더구나 실거래가 올라가는 것은 매도자가 좋은 것이지 공인중개사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다. 공인중개사는 5억5000만원에 1건 거래하는 것보다 5억원에 2건을 거래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공인중개사는 호가를 올리는 것보다 호가를 낮춰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이익이라는 뜻이다.
물론 공인중개사 없이 직거래도 가능하므로 매도자와 매수자가 짜고 ‘자전 거래’를 할 수는 있다. 이때 매도자는 현실적인 이익이 있지만 매수자는 이익이 없다. 물론 매도자가 수고비로 금전을 건넬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리스크도 있다. 실거래 신고를 하면 본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정부 기록에 ‘영원히’ 남게 된다. 그런데 특정인이 실거래 신고를 하고 취소를 반복할 때 세무 당국이나 사법 당국의 관심을 끌 것이 뻔한데, 매도인의 편의를 위해 불법에 동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무 당국이나 사법 당국이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면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실거래 신고 취소가 일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으니 자전 거래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당수는 진짜 실거래 취소일 수 있다.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중도금이 지급되기 전까지는 매도자든 매수자든 언제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가격이 급등한다면 매도자는 자신이 너무 싸게 팔았다는 생각에 취소하고 싶을 것이고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면서도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등기 이후 신고도 부작용…정부가 취소자 리스트 관리·점검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에서는 2월 1일부터 실거래가가 해지될 경우 그 사유를 명기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개선으로는 자전 거래를 방지할 수 없다. 앞서 예로 든 것과 같이 가짜로 높은 가격에 실거래가 신고를 한 후 취소하더라도 그 사유만 적당히 적어 내면 되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을까. 실거래가 신고를 법원 등기 접수 이후로 늦춘다면 불법적인 자전 거래는 막을 수 있다. 취득세까지 내면서 자전 거래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작용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난다.
“집값 너무 뛰었나?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1213건, 전월 대비 5분의 1 수준” (A 신문), “집 살 사람 다 샀다? 서울 아파트 또다시 거래 절벽, 1월 거래량 전월 대비 4분의 1 수준 불과” (B 신문) 얼마 전 나온 기사 제목이다.
같은 1월 거래량을 다룬 기사인데도 어떤 기사에는 거래가 전월 대비 5분의 1 수준이라고 하고 어떤 기사에는 4분의 1이라고 하는 이유는 집계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중에 집계한 B 신문의 기사가 정확할까. 아니다. 그것도 틀린 기사다. 1월의 정확한 거래량은 3월 초에나 집계가 되기 때문이다.
1월 31일 계약된 실거래는 2월 1일 신고해도 되지만 30일째인 3월 2일 신고해도 되기 때문에 2월 중에 나오는 기사는 중간 집계일 뿐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부정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기사가 나오는 이유는 기사 제목에 나와 있다. “집값 너무 뛰었나?”, “집 살 사람 다 샀다?”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 집계의 절반도 끝나지 않은 이렇게 부정확한 수치를 인용하는 것이다.
만약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실거래가 신고를 법원 등기 접수일 이후로 늦춘다면 자전 거래는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지만 데이터의 집계 시점이 더 늦기 때문에 더 심하게 왜곡된 기사가 난립하게 될 것이다. 결국 정보의 정확성과 신속성은 반비례하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은 없다.
실거래가 신고제는 2006년부터 실시된 오래된 제도다. 참여 정부에서 실거래가 신고제를 마련한 이유는 공인중개사만 독점하던 정보를 실수요자도 언제든 검색해 시장 참여자 간에 정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일부 부작용 때문에 신고 자체를 늦춘다면 매수자는 다시 정보의 불균형 상태에 빠지게 돼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실거래가 취소가 자전 거래의 증거라는 논리를 증명하려면 정부에서 실거래가 신고를 취소한 개인의 리스트를 관리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