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에게 넘어간 카페, 권리금 못 받을까

-임대인이 의사 확실하게 밝혔다면 신규 임차인 주선할 필요 없어…권리금 회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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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사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이 권리금을 보장 받을 길이 더 넓어졌다고 한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을 직접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특별한 권리이기 때문에 법률이 정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비로소 보장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 법률은 임대인이 해서는 안 되는 방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만 임대인이 이러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는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 조항이 각 호로 정한 유형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이 같은 행위로 인해 임차인이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이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해야 하고 그 새로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도 체결하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임대인과의 임대차 계약 체결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기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부터 체결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법원은 올해 융통성을 부여한 판례를 연이어 내놓았다.

2012년 A는 상가를 임대해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후 임대인 B는 2016년께 A에게 ‘상가를 더 이상 임대하지 않고 아들의 커피 전문점으로 사용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임차인 A는 임대인 B에게 본인이 주선하는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B는 ‘A에게 상가를 인도받은 후 직접 사용할 계획’이라는 답변서를 보냈다.

A는 권리금 6000만원을 받고 신규 임차인을 소개받으려고 했지만 임대인인 B가 상가를 직접 사용하겠다고 의사를 분명히 밝혀 더 이상 신규 임차인을 찾지 않았다. 이후 A는 B에게 상가를 인도했고 B는 A가 영업하던 자리에서 커피 전문점을 개업했다. 이에 A는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지급받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B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면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거나 주선할 신규 임차인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A에게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차인 A의 손을 들어줬다. 임대인이 사전에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에게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돼 부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다른 판결에서 임차인이 애초에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 없었다면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리하면, 임차인이 권리금 계약을 체결할 것을 예정하고 스스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한 경우에만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임대인에게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5호(2019.10.07 ~ 2019.10.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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