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조치 시행 1년, 지역별 차별화·양극화 심화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공급 필요한 곳 아닌 쉬운 곳에 늘리는 ‘정책 오류’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9·13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9·13 대책이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자. 표면적으로 보면 9·13 조치를 계기로 주택 시장은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9·13 조치 이후 지난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34%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9·13 조치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 온 차별화와 양극화의 기조를 바꾸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대전·서울·광주는 크게 오른 반면 울산·충남북·경남북·강원도 지역은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9·13 조치 직전 1년의 기간 동안에도 서울·대전·광주를 포함한 경기·대구·전남 지역이 강세를 보이고 울산·경남북·충남북·강원 지역이 약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9·13 조치가 기존의 추세를 바꿨다고 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지속돼 온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보수적 투자성향을 띠는 부동산 시장

그러면 야심차게 발표됐던 9·13 대책이 왜 이리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9·13 대책의 주요 내용과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자. 9·13 대책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의 대폭 인상이다. 보유세 인상을 통해 주택 보유 의지와 매수 의지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에서 지역별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지역에 있는 아파트에 작년까지는 500만원의 종부세가 나왔는데 올해는 대폭 인상돼 1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종부세가 1000만원이나 나오기 때문에 그 집의 소유주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웬만한 회사의 연말 보너스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수준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매년 1억원씩 오른다고 하면 이 집의 소유주는 이 집을 팔까. 절대 아니다. 세금을 내더라도 1년에 9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B라는 지역에 있는 아파트에 작년까지는 100만원의 종부세가 나왔는데 올해는 인상돼 200만원을 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2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A 지역 아파트 종부세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매년 슬금슬금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면 이 집의 소유주는 어떤 생각을 할까. 집을 세금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인식하면서 서둘러 팔려고 할 것이다.

집을 보유하고 있어 봤자 시세 차익 가능성보다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B 지역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B 지역에서 집을 판 돈으로 무엇을 할까.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띤다. 부동산을 팔아 그 돈으로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 대신 수익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으로 갈아타기 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B 지역은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이지만 반대로 A 지역은 매수세가 몰리면서 오히려 집값이 강세를 보인다.

결국 종부세 인상은 지역 간 갈아타기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앞에서 본 사례와 같이 지역별 차별화·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의무만 있고 혜택은 없는 9·13 조치



9·13 조치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공급 정책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던 정부가 정책 방향을 180도 바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공공택지 30곳을 개발해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3기 신도시의 정책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공급이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쉬운 곳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적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19.2%로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오른 지역이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4.4% 상승에 그쳤다. 그런데 집값이 많이 올랐고 오르고 있는 서울에 공급해야 할 것을 집값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는 경기도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니 집값이 잡혀야 할 서울 집값은 꿈쩍하지도 않고 공급이 늘어나는 지역의 집값만 약세를 보이고 있다. 9·13 조치 후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2.91% 상승한 반면 고양 창릉 신도시의 영향권에 있는 일산동구는 1.23%, 일산 서구는 1.20% 하락했다.

파주도 1.03% 떨어졌고 인천 계양 신도시의 영향권에 있는 인천 지역도 0.27%나 하락했다. 특히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는 0.73%나 하락했다. 김포는 김포도시철도 개통 기대감으로 0.21% 상승하기는 했지만 경기도 평균 0.69%의 3분의 1도 오르지 못한 수준이다.

주변 지역의 공급과잉이 김포 지역의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9·13 조치 중에서 비교적 제대로 작동되는 것은 규제 지역 내에서 임대 사업자의 주택 신규 취득을 제한하는 것이다.

규제 지역 내에서 9·13 조치 이후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 사업용으로 편입하더라도 양도세가 중과세 되고 종부세가 합산된다. 한마디로 임대 사업자의 이점이 없어지는 것이다. 의무만 있고 혜택이 없어졌기 때문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을 올린 주범이 임대 사업자라는 현 정부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시중의 유동자금이 주식시장 등으로 흘러가기보다 규제가 없는 지역으로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9·13 조치 후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대전 유성구(7.6%)이고 광주 서구(5.0%), 대전 서구(4.3%), 대구 서구(3.8%)도 많이 오른 편이다. 소위 대대광(대전·대구·광주)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9·13 조치의 수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도 규제가 없는 부천(4.4%)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한마디로 풍선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규제의 종합 세트라고 불리는 9·13 조치는 하늘 높이 치솟던 집값 상승률을 안정 기조로 돌아서게 했다는 것이 큰 성과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관점에서의 안정세이지 심각한 지역적 차별화는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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