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

[경영전략]-성장 환경 다른 만큼 ‘가치관’에서 큰 차이 보여…기성세대 마인드 변화 필요해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요즘 직원들은 너무 이기적이에요. 조직 생활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같이 일해야 할지 참 막막할 때가 많아요.”
많은 리더들은 이 같은 고민을 한다. 소위 ‘요즘 것들’이라고 불리는 젊은 직원들, 또 다른 말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무시해 버릴 수는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신입 사원’의 튀는 행동이었을 수 있지만 2~3년만 지나면 조직 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이런 세대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자라면 이들과 ‘함께’ 일하기 위한 지혜를 찾아야만 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밀레니얼 세대
윗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밀레니얼 세대. 왜 이런 고민이 나타나는 것일까.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한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가르침에 따라 이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힌트를 찾아본다.
연구자마다 밝히는 숫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통상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집단을 일컫는다. 그러면 밀레니얼 세대가 유년시절을 보낸 1980년대,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시대에 따라 달라진 우리 정부의 인구정책을 떠올려 보자. 1960년대까지는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쳤다. 1970년대부터는 그 유명한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산아제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런 덕분일까, 1980년대 들어 출산율이 2명 이하로 떨어졌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인 셈이다.
당시 시대상은 크게 3가지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다. 첫째는 ‘핵가족’이다. 대가족이 아닌 부모와 아이 2명 정도의 4인 가족이 보편적 가족 형태로 나타난 시기다.
둘째는 ‘자동차’다. 19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는 기억하겠지만 당시 ‘맵시-나’라는 자동차가 등장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한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가 100만 대를 넘긴 것도 이 시기인 1985년이다.
셋째 키워드는 ‘피아노’다. ‘좀 산다’는 집 거실엔 피아노가 한 대씩 놓여 있었고 아이들은 ‘당연한 듯’ 피아노를 배웠다. 부모가 배우지 못한, 그래서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뤄줄 대리인이 당시의 아이들이었고 이를 대표하는 게 피아노였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풍요로움이 시작된 시기에 부모의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자라난 세대’가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겐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다. 대가족 체제에서처럼 형제자매를 위한 무수한 양보를 강요받지도 않았고 하고 싶은 공부가 있을 때 어떻게든 지원해 주려는 부모 밑에서 자라 왔다. 이런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이들이 ‘나만’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기성세대들이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기성세대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당신이 처음 해외여행을 한 게 몇 살 때인가요.”
한 온라인 여행사의 설문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36세, 밀레니얼 세대는 24세에 처음 해외여행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런 통계가 중요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기존과 ‘다른’ 환경을 접한다. 익숙한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경험을 한다. 이 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은 보편적 지식의 ‘절대성’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 혹은 익숙한 사람들의 집단 안에서 보편적 가치관을 배우며 ‘공통분모’를 쌓아 온 기성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가치관을 접했다.
인종차별로 힘들어 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집단과 친구를 맺기도 한다. 사람이 모두 ‘다를 수 있음’을 일찌감치 깨닫게 되면 역설적으로 ‘나’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과거처럼 ‘정답’이 없기에 주어진 기준에 맞춰 살기보다 살아가면서 자기 기준을 찾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결국 세상의 중심이 ‘나’인 삶을 살게 되는 게 이들이다.
◆개인적인 영역은 건드리면 안 돼
‘이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직원들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런 특성의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첫째 방법은 기성세대의 인식, 즉 마인드의 변화다. 너무 빤한 얘기일 수 있지만 정작 실제 생활에서 잘 실천하지 못하는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해야 한다.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게 아니다. 그저 다른 것뿐이다. 그러니 이를 바꾸기 위해 힘 빼지 말자. 지나가는 말이라도 “왜 결혼 안 하고 살아”라고 묻지도 말자.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 삶의 영역이니까.
인생 선배가 그 정도의 조언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제는 아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릎을 치게 만든 인터뷰 장면을 봤다. 초등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는 뭘까요.”
그 아이의 답변은 “잔소리는 기분 나쁘고 조언은 더 기분 나빠요”였다. 자기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조언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다.



오해하지 말자. 일과 관련된 것도 ‘다르니까’라고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은 서로의 책임이 얽혀 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을 냈다면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는지’ 가이드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일 외적인 삶과 시간은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자.
그렇다면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어떻게 얘기해야 ‘뇌 구조’가 다른 밀레니얼 세대들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함께 일할 수 있을까.

조직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대부분은 ‘표현’에서 올 때가 많다. 세대 간 의사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말’로 피드백 하느냐에 따라 수용도가 높아지기도 하고 오히려 반발을 사기도 한다. 그러면 ‘나 중심’으로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의 피드백을 수용하게 하려면 어떤 표현이 필요할까.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이 ‘나’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그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의 도중 누군가 의견을 제시하면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 스스럼없이 묻고 리더가 개선 피드백을 줘도 ‘네’하고 받아들이기 전에 ‘제 생각은 그게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얘기한다.

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리더에게는 ‘튀는’ 이들의 행동이 불편할 수는 있다.
이때 필요한 말하기 방법은 ‘영향력’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들의 스스럼없는 태도가 가진 긍정적 의도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회의 분위기에, 크게는 조직 전체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자는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그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물고기에겐 물이 있는 게 당연하듯이 그들에겐 ‘아닌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그 말이 세대가 다른 사람들에게 ‘튀는 행동’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알려 줘야 한다. ‘함께’ 일해야 하는 조직이니까.
리더들은 “예전과 너무 달라 힘들다”는 하소연을 참 많이 한다. “무슨 얘기만 하면 꼰대 소리 들을까봐 조심하게 된다”는 푸념도 많이 한다. 오죽하면 ‘낀 세대’라고 칭해지는 40대 리더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됐을까.
하지만 힘들다고 피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을 이해해야 하고 그들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그 반대의 움직임, 다시 말해 기성세대 리더들을 이해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남을 먼저 더 생각하는 기성세대 리더들이 한 발 먼저 움직여 주면 어떨까.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리더의 변화에 자극 받고 함께 움직여 주기를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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