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이 정신적·신체적 폭력 경험…지난해 교내 살인 사건으로 큰 충격
[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 통신원] 최근 독일에서 학교 내 폭력으로 인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 7월 초 베르텔스만재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의 어린이와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무려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놀림이나 따돌림,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독일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또한 응답자 중 4분의 1은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번 조사는 8세에서 14세 사이 3448명을 대상으로 초·중등학교에서의 일상 경험에 대해 묻는 인터뷰를 실시해 얻어진 결과다.
◆‘놀림·왕따·구타 등 교내 폭력 경험 있다’ 65%
독일에는 다양한 학교의 유형이 있지만 유형을 막론하고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등학교를 통틀어 응답자의 약 65%가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의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놀라운 사실은 특히 초등학교에서 또래들에게 ‘공격’을 당한 건수가 높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응답자 중 30%가 한 달 이내에 다른 학생에게 놀림이나 왕따·구타 등 정신적·신체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떤 형태의 폭력도 당하지 않았다는 초등학생은 22%에 불과했다. 그룬트슐레(Grundschule)라고 불리는 독일의 초등학교는 4학년까지 해당한다.
중등학교는 초등학교에 비해 비율이 좀 낮았다. 5년제로 직업인을 양성하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6년제이고 실업계지만 추후 관심과 성적에 따라 대학 진학도 가능한 레알슐레(Realschule), 이러한 구분 없이 통합된 형태인 게잠트슐레(Gesamtschule) 등 각각 다른 형태의 중등학교에서는 약 5명 중 1명이 한 달 이내에 이러한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학력이 가장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김나지움에서는 10명 중 단 1명만이 이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중등학교 응답자의 36~43% 정도는 왕따나 폭력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학교에서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응답자들은 ‘학교에 가는 길이나 기타 학교 밖의 장소 또는 소셜 미디어에서도 이런 학대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응답하는 등 단순히 교내에서만 벌어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4분의 1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학교의 범주는 교내를 넘어 학교를 둘러싼 지역사회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집을 안전한 장소라고 꼽았지만 약 8.6%의 응답자는 심지어 집에서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유의미한 측면은 물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자주 학교 폭력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약 52%가 가족의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는데 이 아이들이 또래들에게 놀림·소외·구타 등을 더 자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위 높아지는 폭력 사태, 동급생 살인 사건 ‘충격적’
독일 사회가 학교 폭력 등에 보다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데는 지난해 벌어진 교내 살인 사건 영향이 크다. 사건은 2018년 1월 독일 서부의 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공업도시인 뤼넨의 케터 콜비츠 학교에서 발생했다. 다소 공격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던 15세의 학생이 14세의 동급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
당초 이 학교의 학생이었던 피의자는 이 ‘공격적 성향’이 문제가 돼 다른 학교로 전학 조치됐는데 사건이 일어난 당일 아침 다시 이 학교에 돌아오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살인을 저질렀다. 그는 피해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음흉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식의 진술을 경찰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학교 폭력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교육 등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였던 독일은 지난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후 보다 강화하는 분위기다. 규칙 위반 시 더 엄격한 조치가 취해지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도 관련 교육과 간담회를 실시하고 협조를 구하는 등 학교 안팎에서 관련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2월 작센안할트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교 내 폭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부모들의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사들은 이 편지에서 수업 중 혹은 쉬는 시간에 벌어지는 극도의 물리적 폭력을 비롯해 지속적인 수업 방해, 급우들에 대한 공격 등을 언급하며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내 폭력과 청소년 범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방 장관과 정치인들은 관련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범죄 등의 문제는 독일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한편 학생들 간 폭력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폭력 문제도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독일 최대 교원노조인 교육보육교원단체(VBE)가 한 연구 기관에 의뢰한 내용에 따르면 독일 학교 4곳 중 한 곳에서 교사들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안겼다.
그뿐만 아니라 절반의 학교에서 교사들이 언어적 위협을 받거나 모욕을 당한 적이 있고 5개 중 1개의 학교 교사들은 사이버 폭력의 희생자로 밝혀졌다.
교사에 대한 폭력은 학교 내 폭력의 또 다른 형태로 학생들 간 폭력 문제와 결코 분리된 사례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우도 벡만 VBE 대표는 “이것이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 사안인지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교사들에 대한 폭력 문제가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 대해 주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
[베를린(독일)=박진영 유럽 통신원] 최근 독일에서 학교 내 폭력으로 인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 7월 초 베르텔스만재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의 어린이와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무려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놀림이나 따돌림,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독일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또한 응답자 중 4분의 1은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번 조사는 8세에서 14세 사이 3448명을 대상으로 초·중등학교에서의 일상 경험에 대해 묻는 인터뷰를 실시해 얻어진 결과다.
◆‘놀림·왕따·구타 등 교내 폭력 경험 있다’ 65%
독일에는 다양한 학교의 유형이 있지만 유형을 막론하고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등학교를 통틀어 응답자의 약 65%가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의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놀라운 사실은 특히 초등학교에서 또래들에게 ‘공격’을 당한 건수가 높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응답자 중 30%가 한 달 이내에 다른 학생에게 놀림이나 왕따·구타 등 정신적·신체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떤 형태의 폭력도 당하지 않았다는 초등학생은 22%에 불과했다. 그룬트슐레(Grundschule)라고 불리는 독일의 초등학교는 4학년까지 해당한다.
중등학교는 초등학교에 비해 비율이 좀 낮았다. 5년제로 직업인을 양성하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6년제이고 실업계지만 추후 관심과 성적에 따라 대학 진학도 가능한 레알슐레(Realschule), 이러한 구분 없이 통합된 형태인 게잠트슐레(Gesamtschule) 등 각각 다른 형태의 중등학교에서는 약 5명 중 1명이 한 달 이내에 이러한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학력이 가장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김나지움에서는 10명 중 단 1명만이 이와 같은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중등학교 응답자의 36~43% 정도는 왕따나 폭력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학교에서의 경험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응답자들은 ‘학교에 가는 길이나 기타 학교 밖의 장소 또는 소셜 미디어에서도 이런 학대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응답하는 등 단순히 교내에서만 벌어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4분의 1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학교의 범주는 교내를 넘어 학교를 둘러싼 지역사회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집을 안전한 장소라고 꼽았지만 약 8.6%의 응답자는 심지어 집에서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유의미한 측면은 물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자주 학교 폭력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약 52%가 가족의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는데 이 아이들이 또래들에게 놀림·소외·구타 등을 더 자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위 높아지는 폭력 사태, 동급생 살인 사건 ‘충격적’
독일 사회가 학교 폭력 등에 보다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데는 지난해 벌어진 교내 살인 사건 영향이 크다. 사건은 2018년 1월 독일 서부의 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공업도시인 뤼넨의 케터 콜비츠 학교에서 발생했다. 다소 공격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던 15세의 학생이 14세의 동급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
당초 이 학교의 학생이었던 피의자는 이 ‘공격적 성향’이 문제가 돼 다른 학교로 전학 조치됐는데 사건이 일어난 당일 아침 다시 이 학교에 돌아오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살인을 저질렀다. 그는 피해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음흉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는 식의 진술을 경찰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학교 폭력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교육 등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였던 독일은 지난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후 보다 강화하는 분위기다. 규칙 위반 시 더 엄격한 조치가 취해지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도 관련 교육과 간담회를 실시하고 협조를 구하는 등 학교 안팎에서 관련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2월 작센안할트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교 내 폭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부모들의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사들은 이 편지에서 수업 중 혹은 쉬는 시간에 벌어지는 극도의 물리적 폭력을 비롯해 지속적인 수업 방해, 급우들에 대한 공격 등을 언급하며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내 폭력과 청소년 범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방 장관과 정치인들은 관련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범죄 등의 문제는 독일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한편 학생들 간 폭력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폭력 문제도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독일 최대 교원노조인 교육보육교원단체(VBE)가 한 연구 기관에 의뢰한 내용에 따르면 독일 학교 4곳 중 한 곳에서 교사들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안겼다.
그뿐만 아니라 절반의 학교에서 교사들이 언어적 위협을 받거나 모욕을 당한 적이 있고 5개 중 1개의 학교 교사들은 사이버 폭력의 희생자로 밝혀졌다.
교사에 대한 폭력은 학교 내 폭력의 또 다른 형태로 학생들 간 폭력 문제와 결코 분리된 사례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우도 벡만 VBE 대표는 “이것이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 사안인지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교사들에 대한 폭력 문제가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 대해 주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