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의 리모델링 투자 가치에 주목하라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아파트보다 대지 지분 적지만 ‘용적률 최대 30~40%’ 늘릴 수 있어 매력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주상복합은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는 보안이나 방충 문제 등으로 저층보다 고층을 많이 선호한다.

아파트 고층부가 저층보다 전망이 좋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 때문에 아파트의 시세도 고층부가 저층부보다 높은 편이다. 반대로 상가는 1층이 가장 가치가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치가 덜하다. 1층은 고객의 접근성이 좋지만 층수가 올라갈수록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거 시설인 아파트에서는 찬밥이었던 1층이 상가에서는 귀한 몸이 되는 것이고 상가에서는 찬밥이었던 고층부가 주거 시설에서는 귀한 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물의 하층부는 상가로 채우고 건물의 상층부는 아파트와 같은 주거 시설로 채우는 것이 건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이런 개념으로 지어진 건물이 주상복합 아파트다. 하지만 상가 부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여자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건장한 아저씨들이 집 근처에 모여 수근거리고 있다면 불안할 것이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은 예전에 실패한 주거 시설로 치부됐다.

◆ 재건축 불가능한 주상복합

하지만 2002년 강남의 타워팰리스가 성공을 거두면서 주상복합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가에 마트·식당·병원과 같은 근린생활시설을 넣고 단지의 보안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의 실거주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주상복합이 진화한 것이다. 타워팰리스의 성공에 힘입어 2000년대 초·중반에 강남과 분당에 고급 주상복합이 대거 보급되면서 주상복합이 아파트를 대체할 차세대 고급 주택으로 인식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상복합은 투자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주상복합의 높은 용적률 때문이다. 아파트의 가치는 건물 그 자체보다 땅에서 나오는 것인데, 주상복합은 땅보다 건물에 돈이 많이 들어간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건물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낡아지기 때문에 감가상각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은 시간이 흐를수록 적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분당도 일반 아파트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이 올랐지만 주상복합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표>는 부동산뱅크가 집계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같은 분당 정자동에 있지만 대표적 일반 아파트인 상록우성 아파트와 대표적 주상 복합인 더샵스타파크가 지난 12년간 어떤 추세를 그려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상록우성이 56% 오르는 동안 스타파크는 18% 내렸다.

투자 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것은 대지 지분이 상당히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에서의 대지 지분이라는 것은 실제 땅이 아니다. 그 아파트 단지 대지의 일부를 소유했다는 의미이지 그 대지에 단독으로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시 말해 재건축이 되지 않는 한 대지 지분이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상복합은 투자 가치가 낮고 일반 아파트는 투자 가치가 높다”는 말이 미신처럼 퍼지면서 용적률이 높거나 고도 제한 등으로 재건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반 아파트보다 주상복합이 더 싸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상복합은 원칙으로 재건축이 안 된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재건축이 필요 없다. 일반 아파트에서 재건축이 필요한 이유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이 유한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붕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일정 시간이 흐르면 철근콘크리트는 반드시 재건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주상복합은 철근콘크리트로 짓는 것이 아니라 철골로 짓는다. 구조물의 수명이 거의 영구적이라는 뜻이다.

◆ 리모델링 사업 시장 열릴 가능성 높아

하지만 주상복합에서도 배관과 같은 설비는 시간이 갈수록 낡아진다. 만약 오랜 시간이 지나면 녹물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주상복합은 구조물의 교체는 필요 없지만 설비는 교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리모델링 사업이다. 재건축 사업과 리모델링 사업의 차이는 기둥과 같은 구조물을 철거하느냐 재활용하느냐의 차이다.

이에 따라 주상복합 시장에도 리모델링 사업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지어진 지 17년밖에 안 된 타워팰리스 1차가 가장 오래된 고급 주상복합이기 때문에 주상복합 시장에 리모델링이라는 변수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에 지은 주상복합도 앞으로는 15년이라는 리모델링 필요 기간이 충족되면 주상복합에서의 리모델링 시장도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일반 아파트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특성상 힘을 받는 구조물에서 비구조물을 분리해 철거하기가 쉽지 않다.

철거 작업 중 구조물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은 두 차례에 걸쳐 안전 진단을 한다. 첫째는 리모델링 사업이 필요한지에 대한 안전 진단이라면 둘째 안전 진단은 철거 작업이 구조물에 영향을 줬는지 검사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주상복합은 기술적으로 이러한 둘째 과정이 필요 없다. 구조물과 비구조물이 깔끔하게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아파트보다 비용이나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리모델링 사업은 일반 아파트보다 주상복합에 걸맞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리모델링 사업은 용적률을 최대 30~40%까지 늘릴 수 있고 층수를 최대 3개 층, 가구 수를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별 가구가 자체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사업이 되는 것이다.

“주상복합은 투자 가치가 떨어지고 일반 아파트는 투자 가치가 좋다”는 이야기는 과거에는 맞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주상복합의 가격이 떨어진 현시점에는 맞지 않는 얘기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먼 미래에 주상복합의 인기가 살아나면서 가격이 너무 올랐을 때 필자는 또다시 주상복합보다 일반 아파트가 투자 가치가 높다고 할 것이다.

결국 투자라는 것은 고정관념보다 그때 상황에 맞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몇 년 전의 지식이 아닌 현재의 시장 상황에 맞는 투자를 해야 수익이 따라온다는 뜻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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