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쓰면 보관·관리 등 부담 없어…‘물건’을 넘어 ‘경험’까지 공유 확산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이제는 귀찮음마저 사업이 되는 시대다. ‘귀찮음’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연결한, 이른바 공유 서비스의 대두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아이디어였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사회구조의 급변과 첨단 기술의 진화가 만들어 낸 신소비군이다.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시장으로선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선행 주자들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귀찮음의 대안으로 등장한 공유 소비에 주목했다.
공유 소비는 신인류의 유력한 소비 스타일이다. 공통점은 하고 싶은데 귀찮은 극단적인 소비 욕구다. 가령 고가 임대주택은 부자지만 굳이 사고 싶지 않는 이들에게 맞고 초고속열차는 비싸도 시간 절약을 비롯해 편리성이 커져 이용한다. 성장이 일단락된 시장에서 틈새 욕구는 훌륭한 대안 모델이다. 몇 안 되는 고확률 소비 시장으로 예견된다.
◆코디의 귀찮음 해결한 ‘의류 공유 서비스’
압권은 무엇이든 사지 않고 빌리려는 소비 욕구다. ‘리프(leeap)’는 남성 대상 양복 공유 서비스다. 2016년부터 제공된 서비스로 회원 등록 후 매월 다양한 양복을 배달한다. 1개월 후 반납하면 다시 새로운 양복이 온다.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키잔키잔)가 최신 트렌드, 회원 연령, 용도 등에 맞춰 엄선 아이템을 조합해 보내준다.
비용은 의외다. 가령 ‘자켓팬츠코스’는 양복세트 2벌로 매달 1만3800엔에 달한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차라리 구입하는 편이 저렴할 수 있다. 결국 다른 이유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귀찮음의 방지다. 구입하면 옷값과 함께 보관비(세탁비 등)와 유행 확인비(잡지 구입 등)가 든다. 유행이 지나면 입기 어려운 위험도 감수할 몫이다.
장롱 속 옷 대부분이 버리지도 입지도 못한다. 반면 빌리면 돈은 좀 들어도 모든 추가 비용이나 수고가 사라진다. 일부는 패션 공유 서비스 이용 이후 소유 자체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잘된 샘플은 곧 벤치마킹된다. 의류 계열 공유 서비스 시장은 확대 일로다. 신규 진입이 늘어나면서 일본에선 ‘공유경제협회(Sharing Economy Association)’까지 결성됐다. 정보통신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공유 경제는 2018년 1조8874억 엔에서 2030년 11조1275억 엔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란 얘기다. 플랫폼으로 개인·기업의 물건·장소·기능·시간 등 모든 자산을 공유하는 소비 스타일이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소유에서 공유로’를 넘어 ‘물건에서 경험으로’까지 확장되는 소비의 거대한 변화에 예외는 없다. 부동산·자동차 등 고전적인 공유 대상을 넘어 사실상 전체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현재 10여 개 의류 계열 공유 서비스 운영 회사도 협회의 멤버다.
의류 공유는 여성 소비자를 만나 빛을 발한다. 패션에 민감한 여성 고객일수록 검증받은 유행 아이템의 선호가 높기 때문이다. 패션 공유 서비스를 내걸고 2006년 설립한 ‘락세스(Laxus)테크놀로지’의 ‘락세스’는 브랜드 가방에 특화된 사업 모델로 유명하다.
월 6800엔이면 샤넬 등 55개 브랜드 가방을 월 1회 무제한 빌려준다. 개당 평균 30만 엔짜리로 2018년 3월 현재 2만3000개 종류를 갖췄다. 계절과 패션의 유행에는 민감하고 금전 부담이나 수납 또는 관리 여부가 귀찮은 이들에겐 일종의 ‘외부 장롱’인 셈이다. 의류와 가방을 매칭하는 것이 중요한 여성에겐 코디의 귀찮음도 줄여준다. 어울리는 가방은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마저 전문가에게 부탁…진화하는 ‘귀찮음’
공유 시장은 새로운 소비 욕구와 맞물린다. 교통에콜로지모빌리티재단에 따르면 일본에서 자동차는 2017년 등록 회원이 109만 명으로 2014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공유 대상과 이용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 규모를 보면 공유 시장 성장세는 놀랍다. 2025년 6700억 달러(약 73조 엔, 렌털 서비스 포함)로 2016년 반도체 시장(3390억 달러)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견인 주체는 달라진 소비 마인드다. 지금까지 공유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품목까지 소유보다 활용이 채택된 덕이다. 공유 애호가, 예컨대 셰어러(sharer)의 등장이 시장 성장을 부추긴다. 의류가 전형적인 분야인데 피부에 닿는 옷마저 ‘소유 < 공유’로 넘어온 셈이다.
반려동물인 ‘펫(pet) 공유’도 시작됐다. 페트숍(DOG HEART)은 2012년 펫 렌털을 시작했다. 1시간에 3600엔으로 300엔의 과자 간식을 추가, 최대 1시간 연장할 수 있다. 연장 요금은 15분에 500엔이다. 펫 사육의 묘미는 가족 일원의 연대를 통한 정서적 만족 추구다. 당연히 반려동물은 남과 공유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남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따르는 불가피한 한계 때문이다. 산책이나 훈육이 힘들거나 귀찮고 기르지 못하는 임대주택도 있으며 아프면 의료비가 들 뿐만 아니라 늙으면 간병까지 큰일이다.
특히 고령의 반려동물은 배회나 짖음이 잦아지고 배변 훈련도 곤란해진다. 소유하는 즐거움 이상으로 기를 때 발생하는 불안이 걱정스러운 셈이다. 그렇다고 버릴 수 없다. 이때 공유 카드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제격이다. 최소한의 비용과 수고로 걱정 없는 교감을 체험할 수 있다.
공유 대상은 확대된다. 물건을 넘어 숙련까지 공유화가 진행된다. 가령 가사 대행 서비스(DMM Okan)를 매칭해 주는 ‘DMM.com(오쿠야쿠)’은 청소에 익숙지 않은 고객과 가사 숙련자를 연결해 준다. 90분 3600엔의 요금으로 8개 청소 대상 작업을 대행한다.
심지어 퍼즐 맞추기인 직소 퍼즐 대행업도 포함한다. ‘유키피노퍼즐대행’은 대행료로 조각당 1~1.5엔으로 퍼즐을 완성해 준다. 대개 2~3시간 걸리는 1000조각이면 1000~1500엔대다. 완성품을 받아 걸어두는 것만으로 좋다는 수요 덕분이다.
프라모델 제작 대행 의뢰로 완성본만 받겠다는 트렌드와 맥이 닿는다. 프라모델 완성본의 거래는 1개월 약 5000만 엔 시장으로까지 컸다. 개중엔 정교한 도장까지 실시한 고가의 제작 의뢰도 있지만 단순 조립도 많다.
롤 게임의 등급 상향 의뢰도 적지 않다. 숙련 대행을 의뢰하면 기술자를 찾아주는 ‘란사즈’는 2008년 개업 이후 193만 건의 의뢰 건수를 기록했다. 그 비용만 해도 2018년 4월 말 기준으로 2019억 엔이다.
게임마저 전문가에게 부탁하는 조류는 ‘즐거움 < 귀찮음’의 욕구 변화 때문이다. 좋아서 걸고 싶어도 만드는 게 귀찮고 모험·도전하고 싶어도 패배하기 싫고 귀찮아서다. 즐거운 것은 좋은데 귀찮은 것은 싫다는 본말 전도의 신시장인 셈이다.
다만 귀찮음의 해소가 오히려 악영향을 시장에 줄 수 있다. 자전거 공유가 자전거 산업을 축소시킬 수 있다. 이용료가 낮다는 점에서 지나고 나면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 공유 자동차 보급 이후 자동차 출하 대수가 급감했다.
뭣이든 귀찮아하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고 사고력이 낮아진다는 걱정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굳어진 듯하다. ‘소유에서 공유로’의 소비 트렌드는 성숙 시장에선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이제는 귀찮음마저 사업이 되는 시대다. ‘귀찮음’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연결한, 이른바 공유 서비스의 대두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아이디어였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사회구조의 급변과 첨단 기술의 진화가 만들어 낸 신소비군이다.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시장으로선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선행 주자들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귀찮음의 대안으로 등장한 공유 소비에 주목했다.
공유 소비는 신인류의 유력한 소비 스타일이다. 공통점은 하고 싶은데 귀찮은 극단적인 소비 욕구다. 가령 고가 임대주택은 부자지만 굳이 사고 싶지 않는 이들에게 맞고 초고속열차는 비싸도 시간 절약을 비롯해 편리성이 커져 이용한다. 성장이 일단락된 시장에서 틈새 욕구는 훌륭한 대안 모델이다. 몇 안 되는 고확률 소비 시장으로 예견된다.
◆코디의 귀찮음 해결한 ‘의류 공유 서비스’
압권은 무엇이든 사지 않고 빌리려는 소비 욕구다. ‘리프(leeap)’는 남성 대상 양복 공유 서비스다. 2016년부터 제공된 서비스로 회원 등록 후 매월 다양한 양복을 배달한다. 1개월 후 반납하면 다시 새로운 양복이 온다.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키잔키잔)가 최신 트렌드, 회원 연령, 용도 등에 맞춰 엄선 아이템을 조합해 보내준다.
비용은 의외다. 가령 ‘자켓팬츠코스’는 양복세트 2벌로 매달 1만3800엔에 달한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차라리 구입하는 편이 저렴할 수 있다. 결국 다른 이유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귀찮음의 방지다. 구입하면 옷값과 함께 보관비(세탁비 등)와 유행 확인비(잡지 구입 등)가 든다. 유행이 지나면 입기 어려운 위험도 감수할 몫이다.
장롱 속 옷 대부분이 버리지도 입지도 못한다. 반면 빌리면 돈은 좀 들어도 모든 추가 비용이나 수고가 사라진다. 일부는 패션 공유 서비스 이용 이후 소유 자체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잘된 샘플은 곧 벤치마킹된다. 의류 계열 공유 서비스 시장은 확대 일로다. 신규 진입이 늘어나면서 일본에선 ‘공유경제협회(Sharing Economy Association)’까지 결성됐다. 정보통신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공유 경제는 2018년 1조8874억 엔에서 2030년 11조1275억 엔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란 얘기다. 플랫폼으로 개인·기업의 물건·장소·기능·시간 등 모든 자산을 공유하는 소비 스타일이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소유에서 공유로’를 넘어 ‘물건에서 경험으로’까지 확장되는 소비의 거대한 변화에 예외는 없다. 부동산·자동차 등 고전적인 공유 대상을 넘어 사실상 전체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현재 10여 개 의류 계열 공유 서비스 운영 회사도 협회의 멤버다.
의류 공유는 여성 소비자를 만나 빛을 발한다. 패션에 민감한 여성 고객일수록 검증받은 유행 아이템의 선호가 높기 때문이다. 패션 공유 서비스를 내걸고 2006년 설립한 ‘락세스(Laxus)테크놀로지’의 ‘락세스’는 브랜드 가방에 특화된 사업 모델로 유명하다.
월 6800엔이면 샤넬 등 55개 브랜드 가방을 월 1회 무제한 빌려준다. 개당 평균 30만 엔짜리로 2018년 3월 현재 2만3000개 종류를 갖췄다. 계절과 패션의 유행에는 민감하고 금전 부담이나 수납 또는 관리 여부가 귀찮은 이들에겐 일종의 ‘외부 장롱’인 셈이다. 의류와 가방을 매칭하는 것이 중요한 여성에겐 코디의 귀찮음도 줄여준다. 어울리는 가방은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마저 전문가에게 부탁…진화하는 ‘귀찮음’
공유 시장은 새로운 소비 욕구와 맞물린다. 교통에콜로지모빌리티재단에 따르면 일본에서 자동차는 2017년 등록 회원이 109만 명으로 2014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공유 대상과 이용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 규모를 보면 공유 시장 성장세는 놀랍다. 2025년 6700억 달러(약 73조 엔, 렌털 서비스 포함)로 2016년 반도체 시장(3390억 달러)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견인 주체는 달라진 소비 마인드다. 지금까지 공유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품목까지 소유보다 활용이 채택된 덕이다. 공유 애호가, 예컨대 셰어러(sharer)의 등장이 시장 성장을 부추긴다. 의류가 전형적인 분야인데 피부에 닿는 옷마저 ‘소유 < 공유’로 넘어온 셈이다.
반려동물인 ‘펫(pet) 공유’도 시작됐다. 페트숍(DOG HEART)은 2012년 펫 렌털을 시작했다. 1시간에 3600엔으로 300엔의 과자 간식을 추가, 최대 1시간 연장할 수 있다. 연장 요금은 15분에 500엔이다. 펫 사육의 묘미는 가족 일원의 연대를 통한 정서적 만족 추구다. 당연히 반려동물은 남과 공유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남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따르는 불가피한 한계 때문이다. 산책이나 훈육이 힘들거나 귀찮고 기르지 못하는 임대주택도 있으며 아프면 의료비가 들 뿐만 아니라 늙으면 간병까지 큰일이다.
특히 고령의 반려동물은 배회나 짖음이 잦아지고 배변 훈련도 곤란해진다. 소유하는 즐거움 이상으로 기를 때 발생하는 불안이 걱정스러운 셈이다. 그렇다고 버릴 수 없다. 이때 공유 카드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제격이다. 최소한의 비용과 수고로 걱정 없는 교감을 체험할 수 있다.
공유 대상은 확대된다. 물건을 넘어 숙련까지 공유화가 진행된다. 가령 가사 대행 서비스(DMM Okan)를 매칭해 주는 ‘DMM.com(오쿠야쿠)’은 청소에 익숙지 않은 고객과 가사 숙련자를 연결해 준다. 90분 3600엔의 요금으로 8개 청소 대상 작업을 대행한다.
심지어 퍼즐 맞추기인 직소 퍼즐 대행업도 포함한다. ‘유키피노퍼즐대행’은 대행료로 조각당 1~1.5엔으로 퍼즐을 완성해 준다. 대개 2~3시간 걸리는 1000조각이면 1000~1500엔대다. 완성품을 받아 걸어두는 것만으로 좋다는 수요 덕분이다.
프라모델 제작 대행 의뢰로 완성본만 받겠다는 트렌드와 맥이 닿는다. 프라모델 완성본의 거래는 1개월 약 5000만 엔 시장으로까지 컸다. 개중엔 정교한 도장까지 실시한 고가의 제작 의뢰도 있지만 단순 조립도 많다.
롤 게임의 등급 상향 의뢰도 적지 않다. 숙련 대행을 의뢰하면 기술자를 찾아주는 ‘란사즈’는 2008년 개업 이후 193만 건의 의뢰 건수를 기록했다. 그 비용만 해도 2018년 4월 말 기준으로 2019억 엔이다.
게임마저 전문가에게 부탁하는 조류는 ‘즐거움 < 귀찮음’의 욕구 변화 때문이다. 좋아서 걸고 싶어도 만드는 게 귀찮고 모험·도전하고 싶어도 패배하기 싫고 귀찮아서다. 즐거운 것은 좋은데 귀찮은 것은 싫다는 본말 전도의 신시장인 셈이다.
다만 귀찮음의 해소가 오히려 악영향을 시장에 줄 수 있다. 자전거 공유가 자전거 산업을 축소시킬 수 있다. 이용료가 낮다는 점에서 지나고 나면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 공유 자동차 보급 이후 자동차 출하 대수가 급감했다.
뭣이든 귀찮아하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고 사고력이 낮아진다는 걱정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굳어진 듯하다. ‘소유에서 공유로’의 소비 트렌드는 성숙 시장에선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