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수익 모델 구축이 지속 성장의 핵심

[경영전략]-경쟁사가 소홀히 하는 사업 영역도 눈여겨보고 ‘수익 풀’ 구조 형성해야
Business team meeting present.professional investor working with new startup project. Finance managers task.


[한경비즈니스 칼럼=양백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구글은 순수한 인터넷 검색 전문 기업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 중개 업체가 됐다. ‘애드워즈’라는 자체 광고 프로그램으로 기업이 광고를 구매하면 해당 광고가 사용자가 입력한 조회 검색어에 따라 자동으로 검색 결과에 포함되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구글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고 매년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수익이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는 개념을 버린다. 그 대신 수익의 주요 원천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무료 혹은 저가의 제품을 교차 지원해 주는 ‘제삼자’에게서 나온다.
가장 흔한 사례로는 광고를 들 수 있다. 광고를 통해 확보한 고객은 광고주에게 매우 중요하며 이런 광고를 위해 광고주는 자금을 지원한다. 이 개념은 수익과 고객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구글은 자신만의 독특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익 풀 극대화로 업계 1위 차지한 ‘유홀’
화학제품 등을 판매하는 기업인 ‘바스프’도 마찬가지다. 생산 시설들이 바스프의 ‘베르분트’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원재료가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 회사는 자회사와의 공동 작업을 자주 진행하며 외부의 협력 업체들과도 베르분트를 이용해 작업한다.
이런 외부 협력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바스프가 만들어 내는 부산물의 고객이 되고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해 준다. 기업이 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노하우와 자산들이 자기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도 제공된다. 이런 방법을 통해 기업은 핵심 가치의 생산에서 얻어지는 매출액 이외에도 남는 자원을 활용해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트럭을 렌트해 주는 방식으로 셀프 이사를 돕는 미국의 이사 관련 서비스 업체인 ‘유홀’의 성공 요인도 경쟁사가 간과해 버린 핵심을 발견한 데 기인한다. 트럭 렌트 사업의 한계를 타파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의 근원을 발견한 것이다.
새로운 수익 근원은 부속 장비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상자·보험 판매, 트레일러·창고 렌트 사업 등으로 소비자가 트럭을 렌트하는 시점에서 반환하는 시점까지 필요한 제반 부속 장비와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는 사업이다.
트럭 렌트업은 렌트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민감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익 마진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속 장비는 다르다. 일단 렌트 계약서에 서명하고 나면 그 외에 부수적으로 필요한 장비에 대한 가격 민감성이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유홀이 처음 이런 서비스를 실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소비자는 비교 대상이나 대체안이 없었다.
렌트 사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수익 구조를 인식한 유홀은 초기 시장 진입자의 모든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보조 장비의 판매량은 트럭 렌트 건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하루 렌트 요금을 최저로 유지하면서 렌트 건수를 늘려 궁극적으로 보조 장비의 판매량을 극대화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런 유홀의 전략과 반대로 경쟁사는 트럭 렌트를 통해서만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애썼다는 데 문제가 있다.
유홀의 전략은 트럭 렌트 사업의 개념을 재정립했고 수익 면에서도 업계 내 선두 자리를 더욱더 공고히 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트럭 렌트 자체가 산업의 매출 규모를 결정짓는 요인이라면 보조 장비 판매는 이른바 ‘수익 풀(profit pool)’의 규모를 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유홀은 수익 풀을 극대화함으로써 업계 내 1등의 자리를 굳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업을 통한 수익 풀은 다방면에서 창조와 탐구를 통해 획득할 수 있고 이러한 수익 풀의 근원을 먼저 발견한 이만이 큰 수확을 얻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익 풀은 각 산업의 모든 가치 사슬 구성 요소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총집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정의 자체는 매우 단순하지만 그 구조는 사실상 상당히 복잡하다.
가치 사슬 내의 각 부문이 지니고 있는 수익의 잠재력은 크게 다르며 동일 부문 내에서도 그 정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각 부문의 수익성은 대상 고객군, 제품군, 시장의 지리적 위치와 유통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각 산업별 수익의 집중도는 매출액의 집중도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유홀의 사례에서 보듯 수익 풀의 양태는 기업의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수익의 집중도는 기업과 고객 간의 상호 교류에 따라 달라진다. 수익의 집중도는 보조 장비 사업에서와 같이 진입 장벽이 형성된 곳이나 경쟁사가 소홀히 하는 사업 영역에서 발생하게 된다.
◆점유율이 수익과 직결되는 시대는 지났다
수익 풀의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생산과 판매 부문이 아닌 파이낸스 서비스 부문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파이낸스 사업을 겸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포드는 파이낸스를 통해 총수익의 절반 이상을 창출해 왔다. 자동차 판매를 통한 수익은 전체의 20%에 불과한 메이저 자동차 회사도 있다.
수익 풀의 지도를 그려 경영자는 산업의 현황뿐만 아니라 산업의 미래상에 관한 아주 근원적인 의문도 해결할 수 있다. 수익 풀의 형성 원인, 수익 풀을 변화시키는 요인, 새로운 수익 풀의 출현 가능성을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최근 자사의 비전을 기존의 자동차 제조 1등 기업에서 ‘e커머스’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회사라고 재정의했다. 이는 파이낸싱이라는 기존의 수익 지대의 한계를 보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전략적 선회를 의미한다.
즉 자동차를 탄다는 것은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는 주목적에서 벗어나 탑승 시간을 e커머스 발생의 새로운 공간과 시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e팔레트’라는 이동 마켓(자율주행으로 소비자는 공간의 이동과 함께 남는 시간을 쇼핑에 할애하도록 만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새로운 수익을 모색하려고 하고 있다.
수익 풀은 각 산업이나 산업 부문의 경제적·경쟁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또한 기업도 다양한 형태로 수익 풀을 이해한다. 유홀은 수익성 마진이 낮은 산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견해 냈다.
컴퓨터와 사무 기기를 제작 판매하는 ‘델’은 집중 공략해야 할 소비자 층을 파악해 적절한 유통 구조를 구축했고 맥주 회사인 ‘앤호이저부시’는 제품 생산, 가격 책정, 운영 전략에 대한 의사결정에 수익 풀 개념을 사용했다.
실제로 수익 풀을 정의하고 이해하게 되면 기업의 운영과 전략 수립에 대한 의사결정에 주요한 지침을 제공해 보다 수익성 있는 신사업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수익 모델을 수익 풀의 관점에서 보면 매출과 수익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산업에서 경영자에게 색다른 전략을 제공한다. 사업의 각 가치 사슬을 분석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수익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다.
가치 창출 활동은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구성 요소이며 이들 구성 요소들의 독립된 활동의 단순한 집합이 아닌 서로 관련성과 연계성을 지닌 활동들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즉, 가치 사슬은 회사가 행하는 모든 활동과 그 활동이 어떻게 서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스템적 방법이다. 또한 ‘원가 행태(behavior of costs)’와 기존·잠재적 차별화 원천을 이해하기 위해 하나의 회사를 전략적으로 관련된 활동들로 분해한다.
최근의 산업 ‘언번들링(unbundling : 개별 가격 매기기)’도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산업구조 차원의 언번들링은 특정 산업을 구성하는 기능 중 일부를 별개 사업으로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소에서부터 수요자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담당해 왔지만 최근에는 민간 부문이 발전소를 소유·운영하기도 한다.
언번들링을 통해 에너지 그리드 사업으로 진출하려는 많은 스타트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에너지의 유통 과정을 언번들링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언번들링의 노력은 바로 새로운 수익원의 발굴로 연동된다.
기업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견하기 위해 기존의 관념을 타파하고 과거의 의사결정을 재검증하며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때때로 매출 성장세가 뚜렷한 사업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이익 창출의 잠재력이 크지만 경쟁사들이 별로 흥미로워하지 않는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다.
최상의 수익성을 위해 기존의 고객군, 제품 라인, 심지어 사업부 전체를 없앨 수도 있으며 새로운 사업부로부터의 이익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 사업부의 이익을 포기할 수도 있다.
심지어 경쟁사에 대한 대응 전략이 변화하기도 한다. 기존의 수익 풀을 위협하는 가치 사슬 내의 변화 요인을 제거하고 이를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시키기 위해 적과의 동침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기업이 어떻게 수익 풀에 잠재해 있는 이윤을 끌어내야 할지는 그 기업의 경쟁 상황, 능력, 자금 동원 능력, 사업에 대한 포부와 열정 등에 좌우된다. 결코 수익 풀 개념이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포인트는 전략적 사고를 통해 회사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은 따로 있다. 예전처럼 상품을 많이 만들고 시장점유율을 높인다고 수익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일수록 더 손해를 보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5년 정도의 주기로 수익을 새로 창출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을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 고객은 누구이며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놓고 본다면 전반적으로 고객의 우선순위는 가격에서 건강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고객 선정과 차별화를 통한 수익 확보, 사업 범위를 확실히 재조명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을 재창조할 수 있다. 또한 매출액 대비 수익률, 수익 성장률, 자산 효율성, 전략적 통제 지표 등을 조사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5년마다 수익 모델을 재창조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3년마다 아니 매년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며 가능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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