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합법화 선언한 독일…공유 스타트업 ‘노다지’ 될까

-환경보호 대안으로 유럽에서 인기…부족한 기반 시설, 사고 위험 등 문제점도



[베를린(독일)=박진영 통신원] 최근 독일은 차로와 자전거도로에서 전기로 운행되는 미니 스쿠터 운행을 허용한다는 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금지된다. 독일 상원은 5월 17일 도로 안전과 교통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격렬한 논쟁에 이어 안드레아스 슈에르 교통부 장관이 승인하는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채택, 처리했다.

◆시속 20km 이내로 도로에서 달리면 ‘합법’

독일 상원이 승인한 전기 스쿠터 관련 법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차로와 자전거도로에서는 가능하지만 인도에서는 금지 △최소 연령은 14세 △헬멧 착용은 의무 사항이 아님 △운전면허는 요구되지 않음 △최고 속도 시속 20km로 제한 등이다. 애초 인도에서도 최고 시속 12km로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정치권 내부와 경찰·보험회사 등의 반대로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도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상원의 최종 결정이 있기 전까지 전기 스쿠터는 독일의 기존 교통법규에 맞지 않는 불법 차량이었다. 즉 사고 시에도 불법 차량으로 간주돼 전혀 보장을 받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최근의 합법화 선언으로 도로용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전기 스쿠터 운행자와 다른 교통수단, 보행자 간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발생 시 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게 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한국에서 ‘전동 킥보드’로 불리는 전기 스쿠터는 유럽 내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6년 1월 전기 미니 스쿠터의 사용을 합법화했고 이후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등 많은 유럽 주요 국가와 도시에서 전기 스쿠터의 이용을 승인해 왔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간 유럽 내에서는 교통체증·대기오염 등의 이슈와 배기가스 관련 강화 등에 따라 전기 스쿠터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번 독일 정부의 전기 스쿠터 사용 합법화 선언으로 전기 스쿠터는 독일에서도 흔한 광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전기 스쿠터 관련 제조·공유 서비스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3명 중 2명은 스쿠터를 좋은 교통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이미 우버(Uber)와 라임(Lime)이 전기 스쿠터 공유 서비스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 공유 스쿠터를 가장 먼저 소개한 버드(Bird)도 경쟁에 가세했다. 이들 기업들은 이미 교통체증이 극심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 내에서도 기반을 넓히는 추세다.

이미 자동차·자전거 등 공유 서비스를 시행해 온 이들 기업들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전기 스쿠터 공유 스타트업인 티어(Tier)의 보도 폰 브라운뮐 기업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정부의 이번 발표를 환영하며 “스쿠터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타는 것도 즐겁다”면서 특히 “스쿠터는 대중교통과 같은 다른 교통수단을 보완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아 벤처 투자가들로부터 수억 유로를 지원받은 티어는 2018년 10월 빈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20개국으로 확대하는 등 성장 일로를 걷고 있다. 기본 1유로에 분당 15센트씩 추가되는 티어의 가격정책은 버드나 라임 등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티어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에도 곧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 스쿠터 관련 제조 사업 또한 노다지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독일 자동차 생산 업체인 폭스바겐은 전기 스쿠터 시장을 주목, 조만간 자체 개발한 전기 스쿠터 등을 출시 판매와 임대 사업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친환경 대안 교통으로 각광받지만 비판도 여전해

하지만 정부의 합법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간 있어 온 전기 스쿠터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전하다. 안드레아스 장관처럼 찬성과 지지하는 쪽에서는 전기 스쿠터가 대중교통 시스템의 격차를 줄이고 도시에서 단거리 이동을 위한 자동차의 사용을 줄이며 따라서 환경오염 배출물을 줄이는 데 이상적인 것으로 본다.

안드레아스 장관은 지난 3월 전기 스쿠터와 관련해 내각의 방침을 발표하며 “우리는 우리 도시의 환경 친화적이고 깨끗한 이동에 대한 새롭고 현대적인 접근을 원한다. 전기 스쿠터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독일 내에서 교통 관련 이슈는 에너지 정책, 환경문제와도 맞물려 항상 논의되는 부분이지만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독일 전역에는 4700만 대의 승용차가 등록돼 있고 매년 300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새로 팔리고 있다. 교통 배출량 또한 1990년대의 상황과 비슷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독일 정부의 목표 달성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 스쿠터가 활성화되면 교통 편의는 물론 환경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전기 스쿠터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한편 전기 스쿠터의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독일의 비정부기구(NGO) 단체인 BUND의 옌스 힐겐버그 교통 전문가는 “전기 스쿠터가 사이클리스트들을 자전거도로에서 밀어낼 위험이 있다”며 특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자전거협회들이 그간 자전거도로를 더 넓혀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 스쿠터 이용자들까지 자전거도로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차로를 계속 점령하게 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 확충 등 사회 기반 시설이 먼저 뒷받침돼야만 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또한 힐겐버그는 몇 개 유럽 도시들이 불과 3개월 만에 스쿠터를 교체하거나 폐기하는 등 전기 스쿠터의 수명이 전반적으로 매우 짧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기에서 위험은 부서진 전기 스쿠터가 도시 여기저기에 흩어지는 것만 아니라 리튬이나 알루미늄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물질 등이 낭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 관련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 정형외과 외상학회(DGOU)의 크리스토프 스퍼링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 스쿠터가 사고 위험을 상당히 높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스쿠터는 도시 교통에서 매우 위험하며 부분적으로는 다른 도로 사용자들이 그들의 존재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쿠터의 발판이 땅 가까이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사용자가 넘어지게 되면 그 밑에 발이 쉽게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밝혔다. 이 밖에 공유 자전거와 달리 도킹 스테이션이 없기 때문에 종종 보도나 건물 출입구 등 탑승자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 버려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 공공 기물 파손과 절도 등도 전기 스쿠터 비판론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6호(2019.05.27 ~ 2019.06.02) 기사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