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IT 산업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 ‘오명’…‘실패 기술’ 재발견 통해 혁신의 원동력으로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늘날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의 원동력은 그 무엇보다 치열한 연구·개발(R&D)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첨단 기술을 개발해 경쟁 구도를 와해하거나 혹은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등장했다. 경쟁자를 압도하는 혁신 기술을 선점한 기업은 IT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신기술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숱한 기술 중 극히 일부만이 살아남았을 뿐 대부분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실제로 많은 IT 기업들은 해마다 막대한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결실을 볼 확률은 높지 않다. 시장 판도 변화를 꿈꾸며 과감하게 뛰어든 스타트업은 물론 오랜 업력을 가진 대기업조차 뛰어난 기술을 확보해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IT 산업에 정통한 저명한 전문가들도 신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고(故) 토머스 왓슨 IBM 전 회장은 1943년 전 세계에 필요한 컴퓨터는 5대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고 수많은 기술이 시장에 등장하지만 대중의 선택은 냉정하다. 실패로 판명된 기술은 빠르게 대중의 기억에서 잊히고 주류에서 밀려나게 된다. 흔히 이와 같은 기술은 더 이상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과 달리 IT 산업에 큰 획을 그은 상당수 기술의 뿌리는 바로 과거의 실패 기술이다. 성능을 강화하거나 혹은 소비자의 시대에 맞게 구현 방법을 바꾸는 등 기술을 개선해 시장의 호평을 받게 된 사례가 적지 않다. 게다가 기술 R&D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각종 유·무형의 지식과 시행착오의 경험이 고스란히 축적되면서 훗날 완성도 높은 기술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본업인 검색 서비스 외에도 하드웨어 등 다양한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글은 2012년 넥서스 Q라는 미디어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넥서스 Q는 인터넷으로 음악이나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였다.
실패 기술 경험이 혁신의 원천으로 작용
넥서스 Q는 발표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출시 후에는 철저히 외면 받았다. 심지어 CNN이 선정한 2012년 10대 실패 기술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넥서스 Q 개발에 적용된 기술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기존 멀티미디어 재생 방식과 달리 일정량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신 받아 재생할 수 있는 넥서스 Q의 스트리밍(streaming) 기술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됐다. 스트리밍 관련 노하우와 R&D 경험 등 구글이 축적한 역량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물론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 등 여러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IT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기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 역시 숱한 기술 실패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애플은 통화·계산·메모 등의 기기를 갖춘 개인 휴대 정보 단말기(PDA) 뉴턴을 출시했고 팜(Palm) 등 다수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PDA를 출시했다. 비록 PDA는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비주류 제품에 그쳤지만 PDA의 주요 기술은 이후에도 꾸준한 연구와 개선을 거쳐 마침내 스마트폰의 탄생에 기여할 수 있었다.
한편 과거에 실패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외부 환경 변화에 힘입어 뒤늦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기술의 성공은 기술 자체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적용되는 환경, 예컨대 기술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인식과 기술 확산이 용이한 인프라, 법과 제도 등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IT업계의 주요 화두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대표적 사례다. 원래 AR·VR의 개념 자체는 수십 년 전에 등장했다. 당시에도 AR·VR을 활용한 미래 제품과 서비스 등이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AR·VR을 뒷받침하는 컴퓨터 그래픽 등의 한계, 거추장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기기, 대중의 낮은 관심 등 각종 한계가 드러나면서 AR·VR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후 한동안 AR·VR을 개발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 5G로 이어지는 이동통신 인프라의 성장, 미세 공정 기반의 반도체 고도화 등 IT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AR·VR 역시 재조명 받고 있다. 과거보다 한층 실감나는 AR·VR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AR·VR을 활용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활발히 등장하는 등 시장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유수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AR·VR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실패 기술의 숨겨진 가치 활용 필요
IT 산업 역사상 최악의 발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술은 바로 세그웨이다. 세그웨이는 주요 기업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업계에 큰 반향을 불렀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세그웨이를 ‘컴퓨터 발명 이후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무색하게 세그웨이는 출시 직후 쓸쓸히 퇴장했다. 이후 세그웨이는 소비자의 기대를 외면한 대표적 기술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모빌리티 혁신이 IT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세그웨이가 탄생시킨 1인용 이동 수단의 개념 그리고 이를 만들기 위한 제어·구동 기술 등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1인용 이동 수단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와 대중교통이 다니기 어려운 길을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교통이 각광받으면서 1인용 이동 수단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땅 위를 넘어 공중을 다닐 수 있는 플라잉 카(flying car)도 등장하는 등 모빌리티 혁신은 더욱 큰 각광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인류의 역사를 바꾼 혁신적 발명은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의 조합으로 탄생하는 것이 많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역시 창의성이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실패의 근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기술의 숨겨진 가치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장 트렌드가 급격히 변하는 오늘날에는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완벽한 성공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체화해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고 여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린 스타트업 전략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린 스타트업 전략 역시 실패의 경험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배움으로써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대부분 기업 역시 빈번한 실패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실패를 통해 얻게 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도전을 계속한 끝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반대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이유로 혁신 기술의 가능성을 외면한 기업들은 어려움에 빠졌다.
카메라 필름 기술로 시장을 지배해 온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디지털 카메라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사람들의 관심도 그리 높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력 제품인 필름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에 더 이상의 투자를 중단했다. 훗날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한 코닥은 하락세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야심차게 준비한 기술의 실패는 쓰라린 경험을 남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실패는 미래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실패 기술을 통해 얻게 된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역량 강화의 기반으로 만들려는 노력이야말로 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0호(2019.04.15 ~ 2019.04.21) 기사입니다.]
IT 산업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 ‘오명’…‘실패 기술’ 재발견 통해 혁신의 원동력으로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늘날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의 원동력은 그 무엇보다 치열한 연구·개발(R&D)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첨단 기술을 개발해 경쟁 구도를 와해하거나 혹은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등장했다. 경쟁자를 압도하는 혁신 기술을 선점한 기업은 IT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신기술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숱한 기술 중 극히 일부만이 살아남았을 뿐 대부분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실제로 많은 IT 기업들은 해마다 막대한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결실을 볼 확률은 높지 않다. 시장 판도 변화를 꿈꾸며 과감하게 뛰어든 스타트업은 물론 오랜 업력을 가진 대기업조차 뛰어난 기술을 확보해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IT 산업에 정통한 저명한 전문가들도 신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고(故) 토머스 왓슨 IBM 전 회장은 1943년 전 세계에 필요한 컴퓨터는 5대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고 수많은 기술이 시장에 등장하지만 대중의 선택은 냉정하다. 실패로 판명된 기술은 빠르게 대중의 기억에서 잊히고 주류에서 밀려나게 된다. 흔히 이와 같은 기술은 더 이상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과 달리 IT 산업에 큰 획을 그은 상당수 기술의 뿌리는 바로 과거의 실패 기술이다. 성능을 강화하거나 혹은 소비자의 시대에 맞게 구현 방법을 바꾸는 등 기술을 개선해 시장의 호평을 받게 된 사례가 적지 않다. 게다가 기술 R&D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각종 유·무형의 지식과 시행착오의 경험이 고스란히 축적되면서 훗날 완성도 높은 기술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본업인 검색 서비스 외에도 하드웨어 등 다양한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글은 2012년 넥서스 Q라는 미디어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넥서스 Q는 인터넷으로 음악이나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였다.
실패 기술 경험이 혁신의 원천으로 작용
넥서스 Q는 발표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출시 후에는 철저히 외면 받았다. 심지어 CNN이 선정한 2012년 10대 실패 기술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넥서스 Q 개발에 적용된 기술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기존 멀티미디어 재생 방식과 달리 일정량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신 받아 재생할 수 있는 넥서스 Q의 스트리밍(streaming) 기술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됐다. 스트리밍 관련 노하우와 R&D 경험 등 구글이 축적한 역량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물론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 등 여러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IT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기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 역시 숱한 기술 실패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애플은 통화·계산·메모 등의 기기를 갖춘 개인 휴대 정보 단말기(PDA) 뉴턴을 출시했고 팜(Palm) 등 다수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PDA를 출시했다. 비록 PDA는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비주류 제품에 그쳤지만 PDA의 주요 기술은 이후에도 꾸준한 연구와 개선을 거쳐 마침내 스마트폰의 탄생에 기여할 수 있었다.
한편 과거에 실패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외부 환경 변화에 힘입어 뒤늦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기술의 성공은 기술 자체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적용되는 환경, 예컨대 기술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인식과 기술 확산이 용이한 인프라, 법과 제도 등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IT업계의 주요 화두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대표적 사례다. 원래 AR·VR의 개념 자체는 수십 년 전에 등장했다. 당시에도 AR·VR을 활용한 미래 제품과 서비스 등이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AR·VR을 뒷받침하는 컴퓨터 그래픽 등의 한계, 거추장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기기, 대중의 낮은 관심 등 각종 한계가 드러나면서 AR·VR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후 한동안 AR·VR을 개발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 5G로 이어지는 이동통신 인프라의 성장, 미세 공정 기반의 반도체 고도화 등 IT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AR·VR 역시 재조명 받고 있다. 과거보다 한층 실감나는 AR·VR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AR·VR을 활용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활발히 등장하는 등 시장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유수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AR·VR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실패 기술의 숨겨진 가치 활용 필요
IT 산업 역사상 최악의 발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술은 바로 세그웨이다. 세그웨이는 주요 기업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업계에 큰 반향을 불렀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세그웨이를 ‘컴퓨터 발명 이후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말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무색하게 세그웨이는 출시 직후 쓸쓸히 퇴장했다. 이후 세그웨이는 소비자의 기대를 외면한 대표적 기술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모빌리티 혁신이 IT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세그웨이가 탄생시킨 1인용 이동 수단의 개념 그리고 이를 만들기 위한 제어·구동 기술 등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1인용 이동 수단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와 대중교통이 다니기 어려운 길을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교통이 각광받으면서 1인용 이동 수단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땅 위를 넘어 공중을 다닐 수 있는 플라잉 카(flying car)도 등장하는 등 모빌리티 혁신은 더욱 큰 각광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인류의 역사를 바꾼 혁신적 발명은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의 조합으로 탄생하는 것이 많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역시 창의성이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실패의 근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기술의 숨겨진 가치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장 트렌드가 급격히 변하는 오늘날에는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완벽한 성공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체화해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고 여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린 스타트업 전략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린 스타트업 전략 역시 실패의 경험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배움으로써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대부분 기업 역시 빈번한 실패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실패를 통해 얻게 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도전을 계속한 끝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반대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이유로 혁신 기술의 가능성을 외면한 기업들은 어려움에 빠졌다.
카메라 필름 기술로 시장을 지배해 온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디지털 카메라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사람들의 관심도 그리 높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력 제품인 필름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에 더 이상의 투자를 중단했다. 훗날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한 코닥은 하락세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야심차게 준비한 기술의 실패는 쓰라린 경험을 남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실패는 미래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실패 기술을 통해 얻게 된 풍부한 지식과 노하우를 역량 강화의 기반으로 만들려는 노력이야말로 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0호(2019.04.15 ~ 2019.04.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