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부족이 경제성장 걸림돌”…독일, 전문인력이주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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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저 실업률 등 경제 호황 지속…세계 4위 경제 대국 지속 위해 이민자 필요성 커져

[한경비즈니스=유럽(베를린) 박진영 유럽 통신원] 버스·지하철·트램 등 대중교통 수단을 통칭하는 독일 베를린교통국(BVG)의 노조가 최근 파업을 실시, 많은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2월 15일 금요일 아침부터 낮 12시까지 이어진 이번 파업은 U반과 버스 등을 운행하지 않는 경고성 파업으로 2012년 토요일 시행된 경고성 파업 이후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BVG의 경고성 파업 안건 중 하나는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것이다. 노조는 2005년 이후 BVG에 입사한 직원들의 주당 노동시간을 39시간에서 36.5시간으로 단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주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500여 명의 직원이 더 필요한데 현재 고용 시장이 텅텅 비었다는 것. 노동자 부족 문제는 비단 BVG만의 일은 아니다. 현재 독일은 노동력 부족 문제가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독일은 2018년 사상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 호황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독일 연방노동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독일의 평균 구직자 수는 1991년 통일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8년 연평균 실업자 수는 234만 명으로 연평균 5.2%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에 비해 0.5%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월별 수치로 보면 지난해 10월 40여 년 만에 실업률이 5% 아래로 하락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실업자는 연평균보다 훨씬 낮은 총 220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18만5000명, 전월 대비 5만3000명 감소해 4.9%의 실업률을 나타냈다.

5% 이하 실업률 기록적 수치
후베르투스 하일 연방노동사회장관은 이와 관련해 “3년 전만 해도 실업률이 5% 아래로 낮아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독일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5% 이하의 실업률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독일은 15세 이상 법정 퇴직 연령(2018년 기준 65세+7개월) 미만 연령대 노동자로 취업 후 실직했거나 주당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을 실업자로 분류한다. 4.9%의 실업률을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환산하면 3.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완전고용으로 간주되는 2~3% 선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인 것은 틀림없다.

실업률 감소와 함께 독일의 장기 실업급여 제도인 하르츠4의 수급자 수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 11월 기준 약 590만 명의 사람들이 하르츠4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8년 하르츠4가 도입된 이후 17%에 달하는 60만 명의 가구가 줄어든 수치다.

독일의 고용 시장은 2019년에도 일자리 증가, 실업률 하락, 임금 인상 등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노동자 부족 문제는 경제성장의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연방노동중개소에 따르면 모든 직종에서 일자리 공석 수가 1년 전보다 증가했고 특히 건축·서비스업·보건·에너지경제 등 분야에서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문직 노동자 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2018년 10월 기준 34만 개의 전문직 노동자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4만2000여 개가 증가한 기록적인 수치다. 전문직 노동자는 수학·정보처리·자연과학·공학 전공자들을 통상 일컫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고급 지식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 노동자를 지칭한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만 전년보다 2배 이상인 4만 명의 노동자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경제연구소는 전문직 노동자가 미래 디지털화 산업에 중요한 만큼 이들의 부족 문제로 인한 여파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방경제에너지부 장관은 경기 호황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전문직 노동자 부족 현상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 독일 경제성장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센 안할트 주 상공회의소 역시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기업들 중 64%가 전문직 노동자 부족 문제를 기업 발전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조 등에 따라 노동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최근 베르텔스만재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인 독일 경제가 붕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2060년까지 매년 최소 26만 명의 이민자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독일연방공화국에서만 4500만 개의 일자리가 있지만 고령화되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른 독일의 노동인구는 206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600만 명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르텔스만재단은 매년 11만4000여 명의 사람들이 유럽연합(EU) 내 국가에서 독일로 이민을 온다는 추정하에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유럽연합 국가들로부터 연간 14만6000여 명의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예상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남부유럽 국가들의 경제 위기 극복과 여러 인구학적 요인 등에 따라 EU 내 이주자 수가 이 추정치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베르텔스만재단의 예르그 드라거 전무는 “이번 연구 결과는 독일이 중·고숙련 노동자를 유치하고 보다 강력한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민법을 신속하게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한다”고 말했다.

EU 역외권 제3국 출신 취업 장벽 낮춘 이주법 통과
‘전문인력이주법’ 개정안이 내각회의에서 지난해 12월 19일 통과된 사실만 보더라도 정부 역시 노동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전문인력이주법’ 개정안 통과로 EU 역외권, 즉 제3국 출신 기술 인력의 독일 취업 장벽이 2020년부터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대한 연방하원 찬반 투표가 남아있긴 하지만 연정 참여 정당들의 의석수가 절반을 훨씬 넘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가결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인력 수급난이 심하지 않은 직종은 독일과 EU 회원국 출신을 우선하는 ‘우선권 심사’ 제도를 완전 폐지한 것. 둘째 독일 취업 희망 시 적정 수준의 독일어 실력이 있고 체류 기간 동안 생활 영위가 가능한 재정이 증명된다는 전제하에 독일에 입국해 6개월간 현지에서 구직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된 점이다. 마지막 셋째는 제3국 출신 25세 이하 미숙련 기술 인력일지라도 독일 현지에서 독일어 수업을 받는다는 조건 하에 입국해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마지막 항목에 대해 경제계와 시민, 기사연합 내 일부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독일과 EU 내 실업자를 고려할 때 직업 교육 희망자까지 입국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지만 현지 독일어 수업이라는 조건을 추가해 타협에 성공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3호(2019.02.25 ~ 2019.03.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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