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수 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로 재탄생… 유엔총회 시 ‘제2의 백악관’ 역할
[뉴욕(미국)=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 뉴욕 맨해튼 심장부에 있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은 2018년 9월 26일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2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콘퍼런스 룸에서 열린 데 이어 오후 5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73차 유엔총회 결산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수백 명의 전 세계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2018년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 곳도 이 호텔이다.
롯데그룹은 2015년 5월 130여 년 전통의 특급 호텔인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8억500만 달러에 인수해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인수 직후부터 뉴욕 팰리스는 매년 9월 유엔총회가 열릴 때마다 ‘제2의 백악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숙박비를 받는 9월에 최고의 귀빈(VVIP)을 유치하려는 뉴욕시 호텔 간 치열한 전쟁에서 롯데는 최고의 승자로 꼽힌다.
◆100년 전 뉴욕 부호들의 대저택 구조 그대로 간직
백악관이 통째로 뉴욕 팰리스에 온 계기는 원래 유엔총회 때마다 숙소로 쓰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되면서다. 보안 문제로 다른 곳을 찾던 백악관의 눈에 들어온 게 뉴욕 팰리스다. 플라자·리츠칼튼·페닌슐라 등과 함께 맨해튼 최고 호텔로 꼽히는 데다 위치·역사·시설·보안·서비스 등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이 호텔은 맨해튼의 핵심부인 미드타운 매디슨가에 자리 잡고 있고 뉴욕의 대표적 관광지인 세인트 패트릭 성당과 맞닿아 있다. 땅 주인이 이 성당이다. 1878년 완공된 네오고딕 양식의 로마 가톨릭교회 성당으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찾았을 때 미사를 집전하는 등 맨해튼의 중요한 행사들이 열린다.
뉴욕 팰리스 신관(타워동)의 스위트룸에서 밖을 보면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과 록펠러센터뿐만 아니라 34번가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까지 한눈에 보인다.
이 호텔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원래 미국에서 철도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일군 헨리 빌라드가 사옥 겸 저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1882년 지은 곳이다. 이른바 ‘더 빌라드 하우스’로 불렸다. 그래서 구관은 여전히 100여 년 전 뉴욕의 부호들이 살던 대저택 같은 구조를 간직하고 있다. 구관에 들어서면 마치 베르사유 궁전 등 유럽 궁궐 안에 있는 듯하다.
뮤직룸과 드로잉룸 등 다양한 방엔 벽면부터 천장까지 세밀한 조각과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워낙 정교해 혹시라도 부서지면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한 방에서 발견된 벽면의 그림들은 현재 가치가 한 점에 100만 달러를 호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건물이 호텔로 바뀐 것은 뉴욕의 부동산 재벌 해리 헴슬리가 1972년 복합 빌딩으로 바꿀 계획으로 인수하면서다. 원래 계획은 빌라드 하우스를 철거하고 새로운 고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빌라드의 유족들이 이런 계획을 듣고 뉴욕시 문화유산(Land mark commission)으로 신청하는 바람에 구관의 외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묶였다.
헴슬리는 고민 끝에 구관의 외형을 살리되 뒷마당에 55층 규모의 고층 건물(타워동)을 올리는 것으로 뉴욕시와 타협했다. 이 타워동은 1980년 완공됐다. 이후 브루나이 국왕과 부동산 펀드를 거쳐 롯데가 인수했다. 현재 타워동에는 총 909개 객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 덕분에 호텔 곳곳에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난다. 구관뿐만 아니라 구관 앞의 앞마당(코트야드)도 보존돼 있다. 이곳은 뉴욕시 퍼블릭 플레이스로 지정돼 아무나 찾아갈 수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 등을 즐겨보자. 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돼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 호텔은 원래 초특급 럭셔리 호텔로 개발돼 VVIP 단골손님이 많다. 타워동 41~51층엔 현대식 스위트룸이 자리 잡고 있다. 최고가 객실은 3층(Triplex) 구조로 1박에 2만~2만5000달러나 한다.
◆롯데, 뉴욕양키스와 뉴욕 호텔 최초 ‘패키지 상품’ 출시
대표적 스위트룸은 ‘주얼 스위트’ 다. 유명 주얼리 기업 마틴 카츠와의 협업으로 꾸민 곳이다. 마틴 카츠는 한쪽 벽에 주얼 박스 5개를 조각처럼 배치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는 공간에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설치했다. 빛이 들어오면 반사돼 방 안이 환해진다. 이 장식의 값어치만 200만 달러에 달한다.
구관에 있는 50석 규모의 연회장과 뮤직룸에선 뉴욕 상류층의 결혼식 등 행사가 자주 열린다. 매디슨룸에서는 유명 마술사인 스티브 코헨이 진행하는 마술쇼 ‘스티브 코헨 체임버 매직(Steve Cohen Chamber Magic)’이 주말마다 개최된다.
호텔 지하 1층의 바 ‘트러블스 트레저(트러블의 신탁)’는 과거 헴슬리 여사가 애견 ‘트러블’에게 막대한 유산을 신탁으로 남기고 떠난 것을 따 명명됐다. 이 바에선 로제 스파클링 와인과 로제 테킬라를 기본으로 만든 ‘가십걸’이란 이름의 칵테일을 주문해야 한다.
미국 인기 드라마 ‘가십걸’에서 이름을 딴 칵테일이다. 이 호텔이 바로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뉴욕 상류층 사립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에서 이 호텔은 남자 주인공 척 배스(에드 웨스트윅 분)의 대저택 ‘팰리스’로 등장한다.
롯데가 인수한 뒤 뉴욕 팰리스의 시설과 서비스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2016년부터 미국 최고 인기 구단인 뉴욕 양키스와 손잡고 뉴욕 호텔 중 처음으로 패키지 상품을 내놓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블루밍데일백화점과 함께하는 쇼핑 패키지, 크리스마스 뮤지컬 패키지 등도 도입했다.
매년 열리는 US오픈 테니스 대회 때는 스타 선수들이 묵는다. 이들은 호텔이 주최하는 이벤트에도 참여한다. 2017년 라파엘 나달과 비너스 윌리엄스 선수가 호텔 앞마당에서 배드민턴 경기를 펼쳤다. 그 덕분에 지난 3년간 구글 검색 때 클릭당 내는 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인지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매출도 지난 2년간 연평균 2~3% 증가했고 2018년에도 전년 동기 대비 5% 정도 늘었다. 뉴욕시 호텔 시장의 매출이 최근 몇 년간 1~2%씩 감소한 가운데 ‘한국식 호텔 경영 기법’을 도입한 뉴욕 팰리스가 홀로 선전하고 있다.
권혁범(44) 롯데 뉴욕 팰리스 법인장은 “지난 3년간 매니저급 이상 50여 명을 한국에 보내 체계적인 서비스 교육을 받게 해 서비스를 완전히 뜯어고쳤다”며 “이 때문에 2017년과 2018년 포브스·US뉴스앤드월드리포트 등 세계 3대 호텔 평가 매체로부터 뉴욕 최고 호텔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최근 뉴욕 팰리스를 ‘연말 최고의 호텔 20’로 선정했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1958년 창간된 럭셔리 여행 전문지로 ‘호텔판 미슐랭 가이드’로 불린다. 지난해 2월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뽑은 ‘2018년 뉴욕 최고의 호텔’ 3위에 올랐다.
realist@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
[뉴욕(미국)=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 뉴욕 맨해튼 심장부에 있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은 2018년 9월 26일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2시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콘퍼런스 룸에서 열린 데 이어 오후 5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73차 유엔총회 결산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수백 명의 전 세계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2018년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 곳도 이 호텔이다.
롯데그룹은 2015년 5월 130여 년 전통의 특급 호텔인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8억500만 달러에 인수해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인수 직후부터 뉴욕 팰리스는 매년 9월 유엔총회가 열릴 때마다 ‘제2의 백악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숙박비를 받는 9월에 최고의 귀빈(VVIP)을 유치하려는 뉴욕시 호텔 간 치열한 전쟁에서 롯데는 최고의 승자로 꼽힌다.
◆100년 전 뉴욕 부호들의 대저택 구조 그대로 간직
백악관이 통째로 뉴욕 팰리스에 온 계기는 원래 유엔총회 때마다 숙소로 쓰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되면서다. 보안 문제로 다른 곳을 찾던 백악관의 눈에 들어온 게 뉴욕 팰리스다. 플라자·리츠칼튼·페닌슐라 등과 함께 맨해튼 최고 호텔로 꼽히는 데다 위치·역사·시설·보안·서비스 등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이 호텔은 맨해튼의 핵심부인 미드타운 매디슨가에 자리 잡고 있고 뉴욕의 대표적 관광지인 세인트 패트릭 성당과 맞닿아 있다. 땅 주인이 이 성당이다. 1878년 완공된 네오고딕 양식의 로마 가톨릭교회 성당으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찾았을 때 미사를 집전하는 등 맨해튼의 중요한 행사들이 열린다.
뉴욕 팰리스 신관(타워동)의 스위트룸에서 밖을 보면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과 록펠러센터뿐만 아니라 34번가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까지 한눈에 보인다.
이 호텔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원래 미국에서 철도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일군 헨리 빌라드가 사옥 겸 저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1882년 지은 곳이다. 이른바 ‘더 빌라드 하우스’로 불렸다. 그래서 구관은 여전히 100여 년 전 뉴욕의 부호들이 살던 대저택 같은 구조를 간직하고 있다. 구관에 들어서면 마치 베르사유 궁전 등 유럽 궁궐 안에 있는 듯하다.
뮤직룸과 드로잉룸 등 다양한 방엔 벽면부터 천장까지 세밀한 조각과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워낙 정교해 혹시라도 부서지면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한 방에서 발견된 벽면의 그림들은 현재 가치가 한 점에 100만 달러를 호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건물이 호텔로 바뀐 것은 뉴욕의 부동산 재벌 해리 헴슬리가 1972년 복합 빌딩으로 바꿀 계획으로 인수하면서다. 원래 계획은 빌라드 하우스를 철거하고 새로운 고층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빌라드의 유족들이 이런 계획을 듣고 뉴욕시 문화유산(Land mark commission)으로 신청하는 바람에 구관의 외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묶였다.
헴슬리는 고민 끝에 구관의 외형을 살리되 뒷마당에 55층 규모의 고층 건물(타워동)을 올리는 것으로 뉴욕시와 타협했다. 이 타워동은 1980년 완공됐다. 이후 브루나이 국왕과 부동산 펀드를 거쳐 롯데가 인수했다. 현재 타워동에는 총 909개 객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 덕분에 호텔 곳곳에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난다. 구관뿐만 아니라 구관 앞의 앞마당(코트야드)도 보존돼 있다. 이곳은 뉴욕시 퍼블릭 플레이스로 지정돼 아무나 찾아갈 수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 등을 즐겨보자. 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돼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 호텔은 원래 초특급 럭셔리 호텔로 개발돼 VVIP 단골손님이 많다. 타워동 41~51층엔 현대식 스위트룸이 자리 잡고 있다. 최고가 객실은 3층(Triplex) 구조로 1박에 2만~2만5000달러나 한다.
◆롯데, 뉴욕양키스와 뉴욕 호텔 최초 ‘패키지 상품’ 출시
대표적 스위트룸은 ‘주얼 스위트’ 다. 유명 주얼리 기업 마틴 카츠와의 협업으로 꾸민 곳이다. 마틴 카츠는 한쪽 벽에 주얼 박스 5개를 조각처럼 배치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는 공간에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설치했다. 빛이 들어오면 반사돼 방 안이 환해진다. 이 장식의 값어치만 200만 달러에 달한다.
구관에 있는 50석 규모의 연회장과 뮤직룸에선 뉴욕 상류층의 결혼식 등 행사가 자주 열린다. 매디슨룸에서는 유명 마술사인 스티브 코헨이 진행하는 마술쇼 ‘스티브 코헨 체임버 매직(Steve Cohen Chamber Magic)’이 주말마다 개최된다.
호텔 지하 1층의 바 ‘트러블스 트레저(트러블의 신탁)’는 과거 헴슬리 여사가 애견 ‘트러블’에게 막대한 유산을 신탁으로 남기고 떠난 것을 따 명명됐다. 이 바에선 로제 스파클링 와인과 로제 테킬라를 기본으로 만든 ‘가십걸’이란 이름의 칵테일을 주문해야 한다.
미국 인기 드라마 ‘가십걸’에서 이름을 딴 칵테일이다. 이 호텔이 바로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뉴욕 상류층 사립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에서 이 호텔은 남자 주인공 척 배스(에드 웨스트윅 분)의 대저택 ‘팰리스’로 등장한다.
롯데가 인수한 뒤 뉴욕 팰리스의 시설과 서비스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2016년부터 미국 최고 인기 구단인 뉴욕 양키스와 손잡고 뉴욕 호텔 중 처음으로 패키지 상품을 내놓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블루밍데일백화점과 함께하는 쇼핑 패키지, 크리스마스 뮤지컬 패키지 등도 도입했다.
매년 열리는 US오픈 테니스 대회 때는 스타 선수들이 묵는다. 이들은 호텔이 주최하는 이벤트에도 참여한다. 2017년 라파엘 나달과 비너스 윌리엄스 선수가 호텔 앞마당에서 배드민턴 경기를 펼쳤다. 그 덕분에 지난 3년간 구글 검색 때 클릭당 내는 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인지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매출도 지난 2년간 연평균 2~3% 증가했고 2018년에도 전년 동기 대비 5% 정도 늘었다. 뉴욕시 호텔 시장의 매출이 최근 몇 년간 1~2%씩 감소한 가운데 ‘한국식 호텔 경영 기법’을 도입한 뉴욕 팰리스가 홀로 선전하고 있다.
권혁범(44) 롯데 뉴욕 팰리스 법인장은 “지난 3년간 매니저급 이상 50여 명을 한국에 보내 체계적인 서비스 교육을 받게 해 서비스를 완전히 뜯어고쳤다”며 “이 때문에 2017년과 2018년 포브스·US뉴스앤드월드리포트 등 세계 3대 호텔 평가 매체로부터 뉴욕 최고 호텔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최근 뉴욕 팰리스를 ‘연말 최고의 호텔 20’로 선정했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1958년 창간된 럭셔리 여행 전문지로 ‘호텔판 미슐랭 가이드’로 불린다. 지난해 2월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뽑은 ‘2018년 뉴욕 최고의 호텔’ 3위에 올랐다.
realist@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