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미국 휴스턴에서 첫 건설, 용도 따라 잔디 바꾸는 ‘호버링 시스템’도
11월 2일 캔자스시티 로열즈의 월드 시리즈 우승으로 올해 한미일 프로야구 시즌이 모두 막을 내렸다. 한미일 프로야구의 최강자가 결정됐지만 야구팬들에게는 아직 야구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바로 11월 8일부터 시작된 ‘프리미어 12’가 남아있기 때문이다.일본과 대만 양국에서 개최되는 프리미어 12는 일본 삿포로 돔에서 개막 경기를 시작해 11월 21일 도쿄 돔에서 최종 경기를 갖는다. 계절적으로 야구 비수기인 11월 말까지 야구 경기가 열릴 수 있는 것은 바로 돔구장이 있기 때문이다.
195m 강철 스팬으로 기둥 없애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정규 시즌 기준으로 관중 수가 736만529명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름 기후가 아열대기후로 변화함에 따라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기가 많고 당초 계획보다 2~3주씩 정규 시즌이 늦어지는 것이 일상화됐다. 올해에는 프리미어 12 등 경기 일정에 맞추기 위해 8월에는 월요일까지 경기를 치렀는데, 이에 따라 시즌 후반 팀순위 경쟁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구단도 있었고 우천으로 순연된 경기가 많은 팀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일정을 감수해야만 했다.
한국에서 돔구장 건립의 필요성이 그동안 많이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건립의 도화선이 된 것은 두 번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아시아 지역 예선이 도쿄 돔에서 열리는 것을 바라본 많은 야구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의한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구로구 고척동에 자리 잡은 고척 스카이 돔이 올해 개장됐고 내년부터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고척 스카이 돔은 원래 하프 돔 형태로 계획됐지만 2009년 서남권 돔구장 건립 계획 수립 과정에서 완전 돔 형태로 변경됐는데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이뤄져 있고 관람석은 총 1만8076석, 높이 67.59m, 총면적은 8만3476㎡다. 하부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붕은 하이브리드 구조(철골트러스+테프론막)로 건축됐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돔구장은 언제 세워졌을까.
돔구장의 시초는 정확히 반세기 전인 1965년 미국 휴스턴에 세워진 아스트로돔(Astrodome)이다. 휴스턴 지역의 날씨는 한여름에는 섭씨 영상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비까지 자주 내리기 때문에 모기떼가 기승을 부려 이러한 악조건들을 피해 대규모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경기장으로 설계됐다. 문제는 경기장에 우산을 씌우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강화 콘크리트를 사용해도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는 크기의 스타디움을 만들려면 실내에 기둥을 세워야 했는데 기둥이 있으면 관중의 시야를 가리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설계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아이디어가 바로 196m짜리 강철 스팬(span)으로 직경 215m의 지붕을 지탱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이전까지의 토목공사에서 사용됐던 스팬의 길이보다 무려 두 배나 긴 것이었다.
지붕의 디자인은 강철 라멜라 프레임을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매달아 트러스 빔들이 아치를 이루며 위로 올라가도록 했고 천장까지 이어진 강철 뼈대에는 4596개의 아크릴판을 붙여 힘을 지탱하며 아늑한 햇살까지 스며들게 건설됐다. 아스트로돔의 개장에 대해 미국 휴스턴 주의 판사였던 로이 호프하인즈가 세계 8대 불가사의가 탄생했다고 발표할 정도로 당시에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아스트로돔의 출현으로 2만 명 내외에 그쳤던 실내 경기장의 수용 능력이 6만600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새로운 돔구장 건설이 이어졌다.
아스트로돔이 개장된 지 10년 후인 1975년에는 최대 수용 능력 8만5000명에 달하는 ‘루이지애나 슈퍼 돔’이 문을 열었다. 30층 건물 높이의 루이지애나 슈퍼 돔의 지붕 역시 강철 케이블로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다. 1971년 8월 11일 공사를 시작해 1975년 8월 3일 개장된 이 돔구장은 총 1억3400만 달러의 건설비가 들었고 2005년 8월 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 도심의 80%가 물에 잠겼을 때 수천 명의 이재민이 대피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당시 이 경기장도 피해를 봐 2005년 9월 3일 수리를 위해 문을 닫았고 1억9300만 달러를 들여 보수 공사를 마친 후 2006년 9월 24일 다시 개장됐다. 2011년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가 명명권을 사 2011년 10월부터 ‘루이지애나 슈퍼 돔’에서 ‘메스세데스 벤츠 슈퍼 돔’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비 오는 날 많은 일본…6개 돔구장 보유
현재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미네소타·시애틀·토론토 등 8개 팀이며 미국 미식축구리그(NFL)에서도 많은 구단들이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초기 돔구장은 지붕이 밀폐식으로 설계돼 인조 잔디를 사용해야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개폐식 지붕을 채용해 천연 잔디를 깐 구장이 많이 건립됐다. 최초의 돔구장이었던 아스트로돔은 새로운 돔구장인 미닛메이드 파크가 건립되면서 1999년 폐쇄됐다.
이웃 나라 일본의 프로야구팀은 센트럴과 퍼시틱 리그의 양대 리그 총 12개 팀이 있지만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팀은 6개뿐이다. 우기가 길고 강우량이 많은 일본의 특성상 돔구장은 한국보다 일찍 건설됐다.
일본 최초의 돔구장은 350억 엔을 들여 1988년 3월 완공한 도쿄 돔으로 우리에겐 조성민 선수와 이승엽 선수가 뛰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다. 수용 인원이 5만5000명 규모인 도쿄 돔은 겉모습이 달걀과 비슷해 ‘빅 에그’라고도 불린다. 미국 미식축구 전용 구장인 실버 돔과 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인 메트로 돔을 모델로 했는데 일본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에어 돔(air dome) 방식 구장으로, 내부 기압을 외부보다 0.3% 높여 기압 차로 지붕을 유지한다. 경기장의 크기는 좌우 길이 각각 100m, 중앙 길이 122m다. 내·외야 모두 인조 잔디를 깔았다. 야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으로, 경기가 없는 날에는 도쿄 돔 가이드 투어를 이용해 구장 내부 관광이 가능하며 카라 등 케이팝 스타들의 무대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유지 비용 비싸고 붕괴 위험도
올해 재팬 시리즈 우승팀이자 이대호 선수가 소속돼 있는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야후 돔도 이 지역의 명물이다. 1993년 4월 2일 개장된 야후 돔은 면적이 1만3500㎡이고 3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야후 돔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 최초의 개폐식 돔구장이라는 점이다. 날씨에 따라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것인데, 맑은 날에는 지붕을 열어 자연 채광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붕은 20분 동안 60% 정도가 양쪽으로 열리고 지진이나 태풍이 오면 자동으로 멈춘다고 한다.
이번 프리미어 12의 개막 경기가 열리는 삿포로 돔은 현재 축구팀 니혼햄 파이터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축구팀 홈구장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삿포로 돔은 다목적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야구는 인조 잔디, 축구는 천연 잔디를 이용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삿포로 돔의 비밀은 바로 ‘호버링 시스템 (Hovering System)’이다. 실제로 삿포로 돔 옆에는 천연 잔디 축구 경기장이 있는데 축구 경기를 할 때는 실내의 인조 잔디를 걷어내고 밖에 있던 축구장을 공기의 압력을 이용한 공기 부양 방식으로 경기장 내부로 옮기며 이때 걸리는 시간은 5시간 정도라고 한다. 삿포로 돔의 인조 잔디는 언제든지 걷을 수 있게 설계돼 콘서트나 이벤트뿐만 아니라 자동차 경주 대회, 노르딕 스키 대회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돔구장은 비와 외부 기온 같은 악조건에도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폐쇄적 구조 때문에 인조 잔디를 사용해야 하고 건설 및 유지비용이 일반 경기장 대비 매우 높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개폐식 지붕을 사용하는 후쿠오카 야후 돔은 지붕 개폐 비용이 10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이와 함께 돔구장의 지붕 때문에 경기장의 내구성과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 풋볼 팀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홈구장인 미네소타 메트로 돔은 2010년 폭설로 지붕이 붕괴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종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