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이내 배달’…日, 불꽃 튀는 도시락 전쟁

저가 대결 넘어 아이디어 경쟁으로, ‘맞춤형 반찬’ 서비스도 인기

오늘은 뭘 먹을지, 점심밥은 늘 고민이다. 고층 건물 샐러리맨이면 특히 점심시간이 반갑지만 번거롭다. 밖에서 먹자면 혼잡하고 나와도 헷갈린다. 장사진을 친 식당 앞에선 대기가 상식이다. 기다림과 인내심이 우열을 다툴 따름이다. 일본처럼 도시락 문화가 안착된 곳은 도시락 먹기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줄 서 사고 또 어디서 먹을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점심이 꿀맛의 여유 시간이되 소소한 갈등거리인 이유다. 말 만들기를 즐기는 일본에선 이를 ‘런치 난민’이라고 한다.

‘1일 1종류’ 전략으로 속도 높여

런치 고민의 단골 해결책은 도시락이다. 점심시간 때 편의점은 인파로 넘쳐난다. 샐러리맨의 도시락 구매 행렬 때문이다. 계산대만큼 전자레인지도 바쁘다. 도시락 전문 점포도 많다. 불황 이후 지갑 사정이 녹록하지 않아지자 500엔 동전 하나로 집밥 품질의 도시락을 팔겠다는 아이디어가 시장을 키웠다. 홋도못토·혼케가마도야·홋카홋카테이 등 3대 메이커가 ‘도시락 삼국지’를 형성한다. 이후 편의점이 판매 확대에 나서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다만 경쟁 양상은 이제 저가 대결로 압축된다. 도시락 성장세가 한계에 봉착한 결과다. 그랬더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고객의 환심을 샀다.

도시락 배달 서비스다. 선두 주자는 ‘벤토닷제이피(bento.jp)’다. 인기 비결은 주문과 배달의 기다림을 최소화한 맹렬한 단축 스피드다. 주문 후 평균 10분 이내 배달이 원칙이다. 최대 상한은 20분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500엔에서 비싸야 800엔이다.

주문 방법은 쉽다.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주소·전화번호·e메일 등을 등록하면 클릭 1회로 주문이 완료된다. 직원 4명으로 2014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단순한 주문 방식이 호응을 얻으며 회원 규모를 급격하게 늘렸다.

평시 10명의 직원을 유지할 정도로 커졌다. 장점이자 한계는 지역 한정이란 점이다. 시부야에 사무실을 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역으로 기타 지역은 커버하지 않는다. 즉 스피드 단축·유지를 위해 배달권역을 일정 지역에 한정한 게 주효했다. 길을 잘 아는 배달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근접 지역을 효율적인 순서로 배달하니 지연 불만이 없다. 권역 확대는 고려 사항이다. 권역별로 전문적인 배달 직원을 둬 스피드 훼손 우려를 막을 계획이다. 또 다른 파워 전략은 1일 1종류의 도시락 판매다. 조리와 주문을 최대한 단순화해 빠른 배달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점심 1시간의 한정 타임에 최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택지다.

경비 줄이려 정수 택배 업체와 제휴

최근엔 도시락 이외의 배달 아이템 발굴에 적극적이다. 우선 고려 중인 것은 커피 배달이다. 커피 한 잔 마시자고 사무실을 벗어나는 샐러리맨의 고민에 대응, ‘택배 커피’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여세를 몰아 회사는 지난 5월 추가 진출도 선언했다. 단순한 도시락 배달 업체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설립 초기 청사진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가령 주문 배달 시스템과 스태프를 활용해 소매·음식점은 물론 전자 사업(EC) 업계를 위한 배달 대행 서비스(kaukul)에 나섰다. 배달 기능을 갖추지 못한 점포와 연계한 셈이다. 특히 1인분까지 배달해 줘 신규 고객 및 점포 확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직 강점 지역인 시부야 등 일부 권역만 가능한데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엔 월 20억 엔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 배달 포털(데마에관)과도 제휴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칭 ‘즉시 배달 비즈니스’는 미국의 경우 정보기술(IT) 업계의 큰손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일본은 야후 쇼핑몰이 대표적이다. 주문 후 2시간 이내의 배달 완료를 내세운다. 아직은 적자지만 시장이 무르익으면 얼마든지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런치 난민을 위한 맞춤형 반찬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도 재미나다. 다양한 반찬거리를 사무실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한 개념이다. 외출할 필요가 없는 사무실 설치 서비스다.

‘오칸’이란 회사가 내놓은 ‘오피스오칸’이 유명하다. 시간 절약과 함께 동료와의 대화 시간이 확보되는 등 부가 장점도 많다. 현재 도쿄 23개구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진공포장의 개별 반찬은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만으로 먹을 수 있다. 1제품에 평균 100~200엔의 저가 메리트가 장점이다. 전용 냉장고는 회사가 고객 사무실에 대여·설치해 준다. 매월 주문·소비되는 채소 품목과 숫자에 맞춰 고객사가 회사에 취합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다.

상품 종류는 모두 5가지다. 직원 숫자, 이용 요금, 상품 숫자 등을 조합해 합리적 가격대의 최적 조합을 제공한다. 가령 ‘S플랜’은 30명부터 최대 150가지 상품 종류를 선택, 매월 4만5000엔에 먹을 수 있다. 1개월 이상 보존이 가능한 무첨가·무조리의 건강식을 제공한다. 밥부터 반찬, 국까지 넣어주지만 보관 공간은 미니 냉장고 1대분이면 족하다. 주로 회사 규모가 작아 구내식당을 운영하기 힘든 중소기업 등이 복리후생 차원에서 이용하는 곳이 많다. 2014년 5월 출범 이후 5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저가 반찬을 제공하기 위한 실현 전략은 상시적이다. 채소 등 식자재는 지방 농촌에 있는 반찬 체인 업체의 공장과 제휴, 공급받는다. 반찬 체인은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출하 시간을 맞춰야 하는 새벽 타임이 피크다. 즉 한바탕 전쟁을 치른 이후엔 비교적 여유롭다. 이때 회사의 식자재를 준비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반찬 체인은 여유 시간의 추가 매출이 가능하고 오칸은 어차피 보존식이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저가 구매가 가능해진다. 특히 오칸은 자사 공장을 짓지 않고도 안정적인 식자재 조달 숙제를 풀어냈다.

이 밖에 경비 절감 노력은 계속된다.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정수 관련 택배업자와도 손잡았다. 어차피 정수업자도 주기적인 회사 방문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양수겸장이다. 트럭의 빈 공간을 빌리고 배달까지 대행함으로써 비용을 줄였다. 회사는 향후 취급 품목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고객 요청에 따라 반찬뿐만 아니라 과자 개발에 열심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자가 아니라 시장기를 없애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건강 과자가 지향점이다. 구내식당을 대신하는 냉장고가 직원 공복을 채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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