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지혜로운 균형점 찾아야"

변종립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에너지 신시장 창출로 역할 넓혀



한국에너지공단은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설립됐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크게 변한 2000년대 들어서는 ‘녹색 성장’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신재생에너지센터를 설립하고 온실가스등록소를 개소했으며 청정 개발 체제(CDM) 사업 운영 기구를 설치하는 등 기존의 에너지 사업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만드는 데 힘써 왔다. 특히 한국에너지공단은 10년째 ‘기후 위크(WEEK)’ 행사를 진행하며 관련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변종립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에너지 정책이 공급에서 수요 관리 중심으로 변화하는 지금, 사회 전반의 에너지 효율 향상에 힘쓰고 있다”며 “데이터분석센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에너지 수요 관리, 에너지 신산업까지 활동 폭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후변화협약 동향과 전망은.
“1997년 만들었던 교토의정서 체제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26%)과 미국(16%)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 체제로서 한계에 봉착했었습니다. 이런 교토의정서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1년 더반 당사국 총회에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2012년부터 협상해 왔습니다. 지난 3년간 기후 협상은 2020년 이후의 신기후체제, 이른바 ‘포스트 2020’ 설립을 위한 협상 트랙과 2020년 이전 기후변화 대응 행동 강화를 위한 협상 트랙으로 구분해 진행됐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의 신기후체제와 관련해 140여 개국은 지난 9월 말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위한 자발적 기여 방안(INDCs)을 국제사회에 제출했고 한국도 203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의 국가 감축 목표를 제출했습니다.
올해 12월 파리 당사국총회에서 신기후체제 합의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대립으로 쉽지 않아 보이지만 국제사회의 높은 기대와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만큼 성공적인 신기후체제 출범을 위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한국도 최근 CO₂ 배출량이 세계 7위를 기록하는 등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점점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와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가진 국내 여건을 최대한 감안해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산업 경쟁력을 높여 가는 한편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의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혜롭게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변화 국제 행사 ‘기후 위크’가 올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후변화와 산업’이라는 주제로 기후 위크를 개최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후 위크는 기후변화와 국제 탄소 시장, 온실가스 감축 기술,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대응 전략을 공유하는 국제 세미나입니다. 국민과 산업계에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협력의 장입니다. 사회 각계각층에 포진한 기후변화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온실가스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한국의 산업 구조상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국가 경제 발전에 저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계 관계자들이 많이 참가해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한국과 외국의 사례를 서로 학습해 고효율 저소비 에너지 구조로의 변모를 기대합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공단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공단은 에너지 이용 합리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업종별 에너지 수요 관리나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와 에너지 목표 관리제를 시행하고 있고 건물 및 주택 부문에서 건축물 효율 등급 인증제,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 건축물 에너지 목표 관리제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송 부문에서는 차량 연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기 및 설비 부문에서는 에너지 효율 3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단의 에너지 수요 관리 부문에서의 전문적 지식과 역량을 토대로 정부 주요 국정과제인 에너지 신산업을 총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 속에서 공단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수요 관리가 필요합니다. 정부도 지난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및 제5차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 계획을 수립해 정부 주도의 단선적 에너지 절약 정책에서 벗어나 신기술과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첨단 수요 관리형 정책으로 그 중심축을 옮겼습니다, 앞으로 에너지 수요 관리의 전문적 지식과 역량을 통해 정부의 정책 수립 및 관련 시책들을 수행하고 있는 공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가 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주요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그 성과를 지속 관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기존 사업의 핵심 기능 강화와 융·복합을 통해 에너지 수요 관리 신시장 창출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올해 공단 이름을 바꾼 이유가 궁금합니다.
“올해 에너지관리공단이란 회사의 이름을 ‘한국에너지공단’으로 바꿨습니다. 관리라는 단어가 주는 권위적인 느낌을 떨치고 창조경제 시대가 요구하는 공단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서입니다. 공단은 에너지가 관리 대상이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 에너지 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데 더욱 힘쓸 계획입니다. 또 기존의 규제와 진흥이라는 2차원적 접근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에너지 복지라는 개념을 더해 대국민 종합 서비스 기관으로 발돋움하겠습니다.”
올 연말부터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시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복지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권을 보장하는 정책입니다. 올해 공단이 처음 시도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 가구에 동절기 난방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 이용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10월 1일부터 에너지 바우처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올겨울 첫 시행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통해 여러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향후 역점을 두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본격적인 한국에너지공단 시대를 맞아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미래 시장을 창출해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첨병이 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효율 향상과 수요 관리, 에너지 신시장 창출과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하고 글로벌 어젠다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도전 목표로 ‘KEA389’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2025년까지 에너지 신시장 3조 원 창출, 신·재생에너지 8% 공급, 에너지 효율 향상과 수요 관리를 통해 최종 BAU 대비 9%를 절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최고의 에너지 전문 기관으로 발돋움할 계획입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약력 : 1984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86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1999년 하버드대 정책학 석사.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정책학과 박사. 1983년 행정고시 합격. 2010년 지식경제부 투자정책 국장.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국장. 2013년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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