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상가가 관광 명소로…역발상의 힘

빈 점포 재활용해 ‘유령의 집’ 꾸며, 인적 끊긴 도로도 명소로


빼어나야 팔리고 없던 것이어야 먹힌다. 불변의 성공 원칙이다. 다만 예외도 많다. 세간 시선으론 열성인데 되레 우성보다 돋보여 주목받는다. 결함을 숨겨 파는 것은 초보의 전략이다. 고수는 약점을 들이밀어 손님을 꾄다. 일본에선 특이한 관광 모객 성공 사례가 화제다. 약점 천지의 관광 지역을 내세워 고객을 부르는 역발상 전략이다. 강렬한 인상이 먹혀들 듯 콤플렉스야말로 경쟁 원천이란 논리다. 실제로 히트 상품 중 일부는 약점·단점으로 설득, 성공했다. 신체 약점을 역이용해 시대를 풍미한 유명 인사의 행보와 같다. 생각을 바꾸면 약점이 강점이듯 위기를 기회로 뒤집은 관심 사례다.

숨기고 싶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기후시의 한 상점가는 낡은 빈 점포의 재활용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유령의 집’이 나왔다. 일종의 놀이기구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줄어들던 상점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연간 2만 명의 입장객이 찾는다니 몰릴 때는 대기 고객마저 흔하다. 토박이 학생·가족 고객은 물론 관광 차 방문하는 타지 고객까지 일정을 만들어 찾아온다.

아이디어는 자연스러웠다. 건축 45년의 오래된 빈 점포를 타깃으로 어울릴 법한 사업 내용을 고민했다. 유령의 집은 의외로 낡은 건물 외견과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유력한 소비 주체로 평가받는 ‘자금+건강+시간’을 두루 갖춘 베이비부머의 추억 쇼핑에 착안, 레트로 장치를 곳곳에 배치했다. 물론 이를 총괄하는 키워드는 유령의 집답게 공포다.

2012년부터 실험적으로 개점·운영했는데 이후 인근 점포까지 새롭게 문을 여는 등 활기를 되찾자 올해부터 정식으로 오픈했다. 지역의 볼썽사납고 감추고 싶은 약점이던 셔터 상점가가 새로운 가치 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군마의 다른 마을은 방치된 도로에 주목했다. 예전엔 물류 대동맥으로 열도 중심을 연결하던 국도 291호의 재탄생이 그렇다. 신형 도로가 깔리며 장기간 인적이 사라져 을씨년스럽던 국도를 하이킹 코스로 개발한 것이다. 인기는 좋다. 워낙 오래 발길이 끊겨 자연 모습 그대로 유지된 게 방문객의 마음에 들었다. 걷는 게 좀 힘들어도 주변 경치가 워낙 탁월해서다. 지방자치단체도 협력해 2년 전부터 환경보호를 이유로 일부 구간에 한정해 교통 규제에 나섰다. 그 덕분에 연간 4만 명의 도보 여행자가 찾는 인기 명소가 됐다. 또한 462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개찰구가 있던 불편한 역이 새로운 관광거리로 붐비게 됐다. 고저 차이가 70m에 달하는 꽤 불편한 설계가 지금은 열차 승객이 아닌 별도의 관광객을 부르는 차별성을 낳았다. 지역의 생각지도 못한 장소가 관광 자원으로 변신한 셈이다.

효고의 한 도시가 착상해 낸 관광 명소도 살펴봄직하다. 쓰레기 처리 시설을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변신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돼서다. 시내 6개 처리 시설을 통합해 2015년 4월 운전을 시작한 클린센터의 부활 사례다. 원래는 인근 주민의 반대로 부지 변경까지 있었던 골칫덩이였다. 다만 부의 자산을 둘러싼 화려한 부활이 관점을 바꿔버렸다. 시설 내부에 폐기물을 활용한 제작 체험 등을 현지 주민에 제안해 유효 활용의 찬성표를 받아냈다. 종이·목재·병 등 거의 모든 쓰레기가 재활용된다. 폐기 자전거를 수리해 관광객에게 대여, 인근 자연을 가볍게 돌아보는 코스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현재는 주민 대상이지만 향후 개방 체험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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