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1위’ 경북 vs ‘귀촌 1위’ 경기

각 지자체별 ‘이민자’ 위한 프로그램 수두룩…제주도는 ‘팸투어’ 운영

“상주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분들에게 최적지입니다. 상주로 오세요.”
지난 8월 말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2015 어 팜 쇼(A Farm Show)―창농귀농 박람회’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예비 귀농·귀촌인을 잡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전이었다. 각 시도의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자체장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상주시·서산시·문경시 등에서 시장들이 직접 홍보물을 나눠 주느라 분주했고 도지사들도 힘을 보탰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남지사는 저마다 경기도와 전남이 ‘귀농 1번지’라고 소개했다.

농어촌에 활력 불어넣는 ‘이민자들’
국내 이민은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큰 변화를 불러 온다. 귀농·귀촌 활성화는 지자체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고심하던 지역사회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로 일손 부족을 겪던 농어촌에 도시의 이민자들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귀농·귀촌의 패턴이 40대 이하로 확산되면서 6차산업(농업+가공+체험)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농업에 새바람을 일으킬 주역들로 주목 받는다.
지자체로서는 귀농·귀촌 인구 유치에 사활을 걸 이유가 충분하다. 지자체의 인구 증감은 국고보조금과 직결된다. 인구 1명이 늘어나면 연간 150만 원의 재정 증가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구가 늘면 지자체의 조직과 인원도 증가한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마다 ‘이민자’를 위한 프로그램과 혜택들이 수두룩하다.
정부는 귀농 장려책으로 최대 3억5000만 원까지 정책 자금을 지원한다. 연리 2~2.7%,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대출해 주는 장기 저리 융자금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에서는 정착금 명목으로 500만~2000만 원 사이에서 지원해 주는 편이다. 대개 빈집 수리, 농사 기술 교육에 힘을 쏟는다.
또한 ‘귀농인의 집’을 확보하고 일정 기간 살아보게 하는 곳이 많다. 금산·홍천·영주·구례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20~40가구 규모로 조성해 놓은 단지에 1년 동안 체류하면서 단체로 농사를 배우는 것이다. 구체적인 각 지자체의 지원 사업은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www.returnfarm.com)’에서 ‘지자체 지원 사업’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지도를 클릭하면 전국 지자체의 ‘귀농·귀촌 홍보관’이 나오고 최신 소식과 교육 소식, 우수 사례, 연락처 등이 표기돼 있다.
초기에는 귀농·귀촌 목적지가 경기와 충북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북·전남·경남·제주 등지로 확산돼 전국화가 진행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귀농 유치 1위 지역은 경북(2172가구)이다. 이어 전남(1844가구)·경남(1373가구)·충남(1237가구)·전북(1204가구) 등이 1000가구를 넘었다. 귀촌은 경기가 단연 앞선다. 경기(1만149가구)·충북(4238가구)·제주(3569가구)·경북(3345가구)·전북(3081가구)·강원(2960가구) 등의 순이다.
귀농 1위 경북과 귀촌 1위 경기의 지원책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경북 영주시 회헌로(아지동)에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2만9900㎡에 주택과 농장·실습장·시설하우스·교육장 등이 들어선다. 올해 12월 완공되면 예비 귀농인 30가구가 생활하게 된다. 정부가 귀농이 활발한 전국 6개 지역을 선정해 추진하는 사업에서 경북에 2곳이 선정되면서 내년 2월에는 영천시에 같은 센터를 착공한다. 이 밖에 영주·영천·상주·문경·안동·의성·고령·예천·봉화·울진 등 시군에서는 정착 장려금과 주택 수리비, 자녀 학자금, 이사비용, 영농 시설, 농기계 임대 등을 지원한다.
경기도는 교통 여건이 좋아 특히 서울에서 귀촌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특히 가평·남양주·파주·포천·화성 등에서 연간 12% 이상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는 이민자들의 정착을 위해 교육에 힘을 쏟는다. 농업마이스터대를 졸업한 443명의 인력을 활용해 개인의 성향을 분석한 ‘맞춤형 작목’ 컨설팅을 제공하고 예비 귀농·귀촌인을 위한 주말 교육도 진행한다. 늘어나는 귀농·귀촌인을 잡기 위해 현재 5000만 원의 예산을 내년에 대폭 늘려 6억5000만 원으로 편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전북은 타도와 달리 자체 ‘귀농귀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전주와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전북 농업농촌, 귀농·귀촌에 대해 홍보와 상담을 추진하고 있다. 2014~2018년 5개년 계획으로, 13억5000만 원의 예산을 들였다. 홈페이지 및 콜센터 운영, 전라북도 귀농·귀촌 관련 업무 위탁 수행, 귀농·귀촌인 유치 및 지원 업무, 박람회 개최 및 참여, 귀농·귀촌 홍보 및 종합 상담, 정보 제공,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이 밖에 ‘농산물의 판매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고창군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귀농·귀촌인으로, 작년에만 1049가구가 들어오는 성과를 올렸다.
매년 1000명 이상의 이민자가 쏠리는 제주도는 최근 제주도청 내에 지역주민정책과라는 부서를 신설했다. 유치에 특별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인구가 늘고 있어 유치보다는 정착 및 기존 주민과의 교류 협력에 힘을 쓰는 정책을 편다. 귀농·귀촌의 실패율을 낮추기 위해 예비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2박 3일 일정의 ‘팸투어’를 진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9월 중 60명을 대상으로 숙박을 제공하고 선배 귀농·귀촌인과의 만남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북은 자체 귀농·귀촌지원센터 운영
귀농·귀촌 정책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지원해 왔지만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종합 계획으로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7월 21일 귀농·귀어·귀촌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귀농·귀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5년에 한 번씩 귀농·귀어·귀촌 가구를 위한 종합 계획을 만든다. 각 지자체는 여기에 맞춰 매년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 차원의 ‘큰 그림’을 만들면 지자체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귀농·귀어인에 대한 종합 지원에 나서게 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