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분석’이 투자를 망친다

넘치는 실시간 정보…짧은 변화가 미래 확정 짓지 않아

정보통신 산업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추상적인 개념에 가까웠던 지구촌이란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터넷은 정보 공유 범위를 높이는 수단이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1가구 1 PC’가 가능해졌지만 PC 사용 시간의 제한은 정보 공유의 작은 벽을 가지고 있었다. 이 벽을 무너뜨린 것이 스마트폰, 즉 모바일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사건이 미디어라는 중간 단계를 무시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다. 이제 정보 공유의 벽이 사라졌다.
주식시장과 시장경제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이웃 국가의 주식시장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다 보니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6월 이후 중국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반복되다 보니 국내 증시는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10시 30분을 앞두고 거래가 감소하고 지수가 정체되는 기현상마저 발생하게 된다.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 기업 실적 등의 많은 이슈를 제쳐두고 다른 국가의 주가지수를 체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 경제에 영향력이 큰 중국 경제의 변수를 확인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중국 증시 방향을 국내 증시 전망의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마치 골프 경기에 나서면서 다른 지역 골프장의 날씨를 살피는 것과 같다.



점점 커지는 내수 기업의 힘
합리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접해야 한다. 표본수가 많을수록 투자 손실의 위험을 줄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부문을 분석한다. 기업 실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의 비교뿐만 아니라 사업 부문별 매출과 손익, 비용 등 모든 부문을 점검한다. 보텀업(Bottom up : 상향식 분석)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현미경 분석의 부정적인 영향은 낙관적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꿈을 키우는 곳이다. 지금 당장은 볼품없는 기업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증시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표적인 예는 삼성전자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잠정 영업이익이 6조9000억 원을 기록했을 때 투자자의 반응은 실망이었다. 예상치였던 7조1000억 원을 밑돌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묻고 싶은 것은 분기 7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은 전체 기업의 4분의 1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수준이 실망스럽다고 말해 놓고 어떤 기업의 실적이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는 강정호 선수를 보면 한국에서 40홈런을 치던 선수가 20개 미만의 홈런을 친다고 비난하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단기 이익 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 이익의 절대적 수준이다. 절대적 수준의 미세한 변화를 가지고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크게 퇴보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미경을 통해 분석하다 보니 부정적인 요소를 확대시킨 영향이 크다고 여겨진다.
2010년 이후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성과는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 위기 이전으로 돌아갈 만큼 위기 상황으로 볼 수도 없다. IT와 자동차에 대해 의존도를 키웠던 것을 다른 산업으로 분산시키는 변화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토 면적도 작고 인구도 한정된 한국이 내수 시장을 키워 가고 있다. 중국 소비의 힘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성장 요인을 내부에서 찾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업 이익의 균형감을 되찾는 동안 시간을 벌다 보면 자본재 산업의 투자 기회도 얻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선순환으로 표현돼 주식시장이 기존 추세로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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