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품 소비에 긍정적 효과, '홍콩 누아르'의 쇠락 따라갈 수도
한류’는 영원할까…지속 가능성 고민 필요한국 제품 소비에 긍정적 효과, ‘홍콩 누아르’의 쇠락 따라갈 수도
(2011년 파리에서 열렸던 ‘SM타운 라이브 인 파리’ 공연은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류 열풍은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한류는 한국의 음악·영화·드라마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현상을 뜻한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한류의 시작은 중국 CCTV에 방영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인기로 보는 이가 많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케이팝을 중심으로 유튜브·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한류 열풍이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아시아 지역을 넘어 유럽·남미 등에서도 주목 받았다. 특히 2011년 ‘SM투어 라이브 인 파리’는 한류 열풍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12년 공개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사상 최초로 조회 수 20억 건을 돌파했고 올해 안에 25억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강남스타일’은 2012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7주 연속 2위와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는 히트곡이 됐다.
문화·관광·유통 기업 75%, 매출 증대 경험
현재 한류는 케이팝을 필두로 한국 현대 문화 전반을 세계적으로 전파하며 한국 경제와 국가 경쟁력의 일부로 발전하게 됐다. 한류 열풍이 확대되자 주요 외신에서는 한류를 일본의 ‘쿨 재팬(Cool Japan)’과 비교하며 한국이 빠른 속도로 문화 대국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2002년 주목 받은 쿨 재팬은 일본의 음악·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면서 문화 강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만들어진 용어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등 한류의 확산은 기타 한국 제품의 소비 확대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한류 문화 콘텐츠의 접근 경험이 높아질수록 식료품·의류·화장품 등 모든 분야에서의 소비가 확대되고 한국 관광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일본은 식료품·화장품, 대만은 의류·화장품 등의 소비가 한류 문화 콘텐츠의 경험과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한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까지는 문화적 할인 효과(특정 문화의 상품이 다른 문화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언어·습관·종교 등 문화적 차이 때문에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에 따라 상품 소비에는 큰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도 케이팝과 한류의 열풍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시행한 ‘한류의 경제 효과와 우리 기업의 활용 실태 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82.2%가 한류로 한국 제품의 긍정적 이미지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도 문화·관광·유통 기업 중 75% 이상이 한류 열풍이 매출 증대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업과 면세점 수입도 함께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사상 최대 규모인 1420만 명으로 2013년 대비 16% 넘게 증가했다. 올해는 6월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한국 방문 외국인이 줄어들었지만 여름휴가철 이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 거부하는 정서도 만만치 않아
한류 열풍은 경제적 가치 외에도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한류 열풍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이미 자리매김했고 경제적 부가가치는 물론 소프트 파워를 이용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프트 파워는 나이 교수가 고안해 낸 개념으로, 경제력·군사력 같은 하드 파워가 아니라 문화·전통·감성·신뢰 등에서 나오는 매력도로 자발적인 공감을 끌어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영국의 트렌드 잡지 모노클에서 해마다 조사하는 국가별 소프트 파워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한류 열풍을 인정받고 있다. 한류 열풍이 빠르게 확산됐던 2012년 이후 2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포틀랜드는 케이팝의 인기를 문화 측면에서 11위에 올렸다. 포틀랜드는 앞으로도 한류 열풍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류 문화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 웬디 그리스월드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문화 다이아몬드 모형’을 들 수 있다. 이 모형에서는 문화 콘텐츠가 사회에 널리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문화 콘텐츠·생산자·사회구조·소비자 등 4가지 분류에서 서로의 ‘이해’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문화 콘텐츠가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하기보다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와 콘텐츠를 경험하는 소비자와의 공감과 소통이 이뤄져야만 문화 콘텐츠가 비로소 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류 문화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생산자·사회구조·소비자와의 균형 잡힌 공감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화권 국가나 일본 등지에서의 한류 열풍은 혐한류·반한류 감정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현지에 혐한류·반한류 감정이 있는가’를 조사했는데, 전체의 34.8%가 반한류 정서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중화권과 일본에 거주하는 주재원의 경우 이런 응답이 각각 80%, 42.1%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지속 가능한 한류 열풍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기관이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과 세심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홍콩 누아르 영화는 ▷과잉생산 ▷불법 복제 ▷영화표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인기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제이팝을 필두로 쿨 재팬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문화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성공 사례만을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은 소비자에게 새로움과 신선함을 제공할 수 없어 인기 지속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험했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