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보유액' 알면 투자가 보인다

글로벌 자금 유출입의 바로미터...보유액 변동 원인과 트렌드 읽어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 강화와 글로벌 상품 시장의 지속적인 약세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자산별 또는 지역별 후속 파급효과와 이에 대한 시장과 각국 정부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화보유액’을 중심으로 투자자 및 정책 당국의 대응과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먼저 외화보유액의 정의와 적정 외화보유액에 대한 의견들, 투자자의 외화보유액에 대한 해석,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에 따른 외화보유액에 대한 정책적 함의 등을 알아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외화보유액은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는 국가에서 국제수지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하거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의 안정성 유지 및 기타 목적을 위해 한 국가의 통화정책 당국이 통제 및 활용 가능한 대외 준비 자산을 뜻한다.
외화보유액에 대한 적정 보유 규모는 평가하는 주체에 따라 다르다. 그중 유력한 것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IMF는 한 국가의 3개월 대외 교역 지급액을 적정 보유 규모로 본다. 둘째,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은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고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 1년 미만 단기 부채를 이상의 금액으로 정의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좀 더 산술적인 기준으로 ‘3개월의 경상수입액+1년 미만 단기 외채× 100%+주식시장 외국인 투자액의 1/3 수준’을 제시한다. 이 밖에 IMF는 ‘단기 외채×30%+증권÷기타 부채 잔액×10%+통화량×5%+수출×5%의 100~150%’를 적정 범위로 추정하기도 한다.


변동환율제 채택하는 국가 늘어
적정 외화보유액에 대한 정의를 시기별로 살펴보면 주목할 수 있는 부문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외화보유액이 국제수지 규모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 둘째,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자본의 증가에 따라 국내외 자본시장(대외 차입 및 국내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입 등)의 변동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 외화보유액 개념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수지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적정 외화보유액’이라는 개념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거치며 그 중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다수의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도에서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중동·유럽·아프리카 국가 등이 여전히 고정환율제도 또는 이와 유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근본적인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8월 11일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환율 절하의 포인트는 고시 방법(Fixing rate)을 시장가격에 기반한 제도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카자흐스탄도 통화밴드제도(일종의 고정환율제도)에서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통화가치가 하루에 20% 이상 절하되기도 했다. 최근 곡물·광물·원유 등 상품 가격의 하락 지속에 따라 상품 수출 국가인 이머징 국가(브라질·중동·카자흐스탄 등)의 재정과 대외 수지가 급격히 약화되면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동·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셰일 오일과의 경쟁으로 유가가 50달러 이하로 하락해 재정 및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적정 외화보유액의 유지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변동환율제도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01년 이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 확대는 실물시장과 함께 금융자본시장을 크게 키웠다. 이와 함께 국제상품시장의 성장, 정보기술(IT)의 발전, 이머징 시장의 확대와 금융 규제 완화는 실물시장 이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판을 키웠다.
그 결과 금융자본의 유출입에 따른 국제 자산 시장의 변동성(주식·채권·상품·외환)이 더 크게 확대됐고 각국의 정치적·경제적 이벤트에 대한 반응 민감도도 한층 높아졌다. 이는 국가별로 대외 부채의 상환 가능성 등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추가적인 대외 지급 준비 자산(외화보유액과 국부 펀드 등을 통한 대외 지급 준비 자산)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2000년 이후 선진 국가의 외화보유액 대비 이머징 국가의 외화보유액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바로 무역수지 증가에 따른 기본적인 결제 수단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확대와 변동성 증가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지금의 국제금융시장이 아주 작은 요소로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각국의 외화보유액의 추이와 변화 트렌드가 투자 판단의 주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리핀의 딜레마’가 큰 문제
그래서 각국은 외화보유액을 유지하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하지만 외화보유액은 기본적으로 ‘트리핀의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트리핀의 딜레마는 한 국가의 통화가 여타 국가의 대외 준비 자산으로 활용되면 대외 준비 자산을 제공하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공급량을 늘려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재정·대외수지 적자가 심화돼 국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덧붙여 적자를 흑자로 반대로 돌리는 과정은 또 다른 국제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전 세계 각국의 외화보유액 중 65%는 미국 달러다. 이처럼 각국이 미국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은 그만큼 미국 달러가 많이 풀렸다는 의미다. 만약 미국이 자국의 필요성에 의해 달러를 회수하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달러가 회수되는 국면에서는 세계 각국이 가지고 있는 외화보유액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각국은 경쟁적으로 외화보유액을 유지하려고 할 테고 결국은 달러에 대한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특히 이제는 하나로 연결된 각국의 자산 시장은 더욱 요동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유가를 비롯한 상품 수출국의 환율 제도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 가격의 변동은 결국 외화보유액의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한 국가가 가진 대외 부채의 지급 능력 그리고 금융 환경 변화에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외화보유액의 변동 원인과 변동 트렌드는 투자자에게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에 소속된 주식·채권 등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 방향성을 줄 수 있다. 또한 투자 국가의 환율 제도가 고정환율제도와 유사한 환경이라면 이 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7년 이상의 양적 완화 기간을 거쳐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져 가는 국면이다. 자산 재분배 과정에서 변동성은 국가 간 자금 유출입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화보유액에 대한 국가의 관리 및 보유 수준의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용 KTB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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