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히든카드' 삼성SDS 집중분석

개인 최대 주주로 추가 재편의 ‘키’…그룹 내 IT 넘어 물류로 확장 중


<지난 2년여간 숨 가쁘게 달려온 삼성의 지배 구조 재편이 9월 2일 ‘통합 삼성 물산’의 출범으로 클라이맥스를 지났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 등 ‘차세대 리더’가 확실한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SDS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많은 관측이 엇갈리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다. 삼성의 차세대 리더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삼성SDS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SDS의 과거·현재·미래를 짚어본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삼성물산은 9월 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최치훈·윤주화·김신·김봉영 사장 등 4개 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와 4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된 최치훈 사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합병을 통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바이오를 포함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초일류 기업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합 삼성물산은 명실상부한 삼성 지배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로 거듭났다. 시가총액 역시 27조 원대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한국전력에 이어 4위의 메가 컴퍼니가 된다. 지배 구조상으로도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고리와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또 다른 고리가 하나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등 삼성의 ‘뉴 리더’들이 가진 지배권도 확실해졌다. 통합 삼성물산에서 뉴 리더 각각의 지분율은 이재용 부회장 16.5%, 이부진 사장 5.5%, 이서현 사장 5.5%다. 계열사 지분까지 합하면 40%를 훌쩍 넘어선다.
통합 삼성물산의 출범으로 2013년 말부터 계속돼 온 삼성의 지배 구조 재편은 클라이맥스를 지났다. 그룹의 핵심 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뉴 리더들의 수직적 지배 구조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즉 이제부터 지배 구조의 재편은 뉴 리더들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단계가 됐다. 따라서 만약 삼성이 사업 구조 재편을 한다면 이는 ‘지키기’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키우기’를 위한 포석이 될 확률이 높다.

계열사 매출 비중 높아…성장 ‘예약’
이 때문에 최근 거론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업회사 분할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과 같은 대규모 사업 구조 재편이 이른 시간 내에 이뤄질 확률은 높지 않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출범 과정에서 벌어졌던 해외 사모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혈전’은 뉴 리더들이 쉽사리 지배 구조를 큰 틀로 바꾸기에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잘 알려줬다.
하지만 아직 삼성 지배 구조 재편 과정에서 ‘마지막 카드’는 남아있다. 바로 삼성SDS다. 삼성SDS는 통합 삼성물산과 같이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처럼 그룹의 주력 계열사도 아니다.
하지만 삼성SDS는 지배 구조 재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쓰일 수 있는 ‘조커’와 같은 회사다. 이유는 지분 구조 때문이다. 삼성SDS는 통합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및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확실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상장사이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은 19.06%에 달한다. 특히 향후 삼성의 핵심인 전자 및 금융을 이끌 이재용 부회장이 11.25%를 가진 개인 최대 주주다. 또 사실상의 지주회사랄 수 있는 통합 삼성물산이 지분 17.08%를, 그룹의 최주력사인 삼성전자가 지분 22.58%를 가지고 있다.
지분 구조만 봐도 삼성SDS는 뉴 리더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이 때문에 재계 및 금융 투자 업계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하나는 삼성SDS를 통합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것, 다른 하나는 삼성SDS와 삼성전자를 합병하는 것(삼성전자의 인적 분할 후 지주회사 또는 사업회사와의 합병도 가능), 마지막은 오너 일가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 경우의 수는 삼성에 대한 뉴 리더들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마지막 경우의 수는 뉴 리더들의 현금 확보 차원에서다.
하지만 이 모두는 당분간 쉽게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앞서 말한 대로 어떤 식의 선택을 하더라도 생각보다 큰 잡음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또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어떤 식의 선택이더라도 결국에는 삼성SDS의 가치를 키워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 경우라면 합병 대상 회사의 지분을 더 확보하기 위해 또 마지막 경우라면 보다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성장이 ‘예약돼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회사다. 간단히 말해 삼성SDS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내부 수요(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통해 발생한다. 즉 삼성이 앞으로 더 ‘몰아주기’를 한다면, 또 조금만 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삼성 밖의 일감을 확보한다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SDS는 1985년 5월 그룹 내 시스템 통합(SI : System Integration)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지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있다.
현재 삼성SDS는 크게 두 가지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기업 설립 당시부터 진행하던 IT 서비스업이고 다른 하나는 물류 업무 처리 아웃소싱(BPO) 사업이다. 물류 BPO 사업은 말 그대로 타 회사의 물류 처리를 대행해 주는 사업이다. 간단히 말해 기업 전문 택배사쯤으로 보면 된다.
매출 구성은 현재 IT 서비스가 70% 정도, 물류 BPO 사업이 30% 정도다. 주목할 것은 물류 BPO 사업의 성장세다. 삼성SDS는 물류 BPO 사업을 2011년쯤부터 시작했는데 불과 3년 만에 전체 매출(2014년 기준 말 약 7조9000억 원)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단 아직까지 영업이익(2014년 말 기준 약 6000억 원)의 90% 정도는 IT 서비스에서 발생한다. 물류 BPO 사업의 영업이익이 매출의 2% 정도로 매우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SDS의 핵심인 IT 서비스 부문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컨설팅 및 SI 사업과 아웃소싱 사업이 그것이다. IT 서비스 산업은 장점이 있다. 기업 보안 등의 문제 때문에 한 번 계약하면 해당 회사와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라는 초대형 IT 기업 그리고 삼성생명이라는 초대형 금융사가 그룹 내에 있으니 일거리가 떨어질 걱정이 없다. IT 기업과 금융회사는 IT 서비스업의 가장 큰 고객사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IT에 대한 신규 투자 및 대형 프로젝트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데 있다. 컨설팅 및 SI 시장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2.5% 수준의 저성장세다. 과거 2000년대 초부터 2010년 초까지는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주요 기업들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정부의 조달 시스템 및 국가 재정 시스템 등 대형 프로젝트들에 힘입어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SDS의 컨설팅 및 SI 부문의 매출 역시 2012년 이후 줄곧 2조 원대 전후를 오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컨설팅 및 SI에 비해 아웃소싱 사업의 상황이 낫다는 점이다. 현재 아웃소싱 사업은 삼성SDS의 캐시카우다. 아웃소싱은 현재 삼성SDS의 전사 영업이익 중 90% 이상을 창출할 만큼 핵심 사업이다. 특히 아웃소싱은 주요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도입하면서 성장의 여지가 생겼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상암 데이터센터가 완공돼 하반기에 가동을 시작한다”며 “이에 따라 업무 처리 능력이 커지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아웃소싱 사업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SDS의 아웃소싱 부문 매출은 2020년까지 연평균 4% 정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등 내부 수요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활용한 콘텐츠 관리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웃소싱 시장 역시 컨설팅 및 SI 시장과 마찬가지로 큰 폭의 성장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기본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은 IT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류 부문의 낮은 영업이익률이 걸림돌
내부 매출이 80%에 달하는 삼성SDS는 삼성그룹이 무너지지만 않으면 커지는 기업이다.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에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사업 등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삼성SDS는 2분기 삼성전자의 물동량 감소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삼성SDS는 2분기 매출 1조9595억 원, 영업이익 1637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5.3% 감소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물류 BPO 사업이다. 삼성SDS는 2012년 매출 하락을 감수하고 이익이 낮은 공공 IT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그 대신 삼성SDS는 내부 물류 BPO 사업을 키워 이를 보완하려고 했는데 물류 BPO 사업만으로 공공사업에서 철수한 데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를 만회하기에 한계가 있다.
삼성SDS의 물류 BPO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삼성SDS는 현재 세계 23개 국가에 38개 거점을 두고 물류 전문 인력만 2400명에 이른다. 파트너 물류회사도 450곳에 달한다. 물동량은 연간 110만 트럭, 항공 38만 톤, 해운 68만 TEU(TEU=20피트급 컨테이너 1개) 등으로 세계 10위권이다. 특히 삼성SDS는 물류와 IT 솔루션을 접목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현재 대부분의 물류 BPO는 단순히 기업이 물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형태인 3자 물류(3PL) 형식이다. 하지만 삼성SDS는 여기에 컨설팅 및 IT 솔루션을 더해 제공하는 4자 물류(4PL)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S는 계열사뿐만 아니라 외부 물량을 수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IT 서비스를 결합한 4자물류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물류 사업을 통해 삼성SDS 솔루션의 장점을 알린 후 이를 기반으로 IBM과 같이 기업용 솔루션 사업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전략이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지난 4월 창립 30주년 기념회에서 “글로벌 IT 산업은 ‘스맥(SMAC)’ 기반의 솔루션 서비스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며 “삼성SDS가 전략적 변곡점에서 도약하려면 변화의 중심으로 과감히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맥은 소셜 네트워크, 모바일, 애널리틱스(분석), 클라우드를 말한다.
물류를 활용한 침투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한 게 지난 8월 27일 론칭한 개방형 물류 플랫폼인 ‘첼로 스퀘어’다. 그간 삼성SDS는 ‘첼로’라는 물류 솔루션 브랜드를 써왔다. 첼로 스퀘어는 이를 발전시킨 일종의 물류 오픈 마켓이다. 핵심은 첼로 스퀘어를 통해 화물주와 물류 회사를 직접 연결해 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실시간 운송 경로, 물류 위험, 통관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첼로 스퀘어는 당분간 ‘무료 서비스’다.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출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장화진 삼성SDS SL사업부 전무는 “현재 50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중소기업의 수출 규모가 매년 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글로벌 물류 장터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즉 중소기업들을 위한 물류 오픈 마켓을 열고 이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중소·중견기업들의 IT 서비스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포석이다.


2016년이 성장의 분기점 될 것
재계 및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삼성SDS의 전략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4월 기업용 솔루션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키워 내 2020년 매출 2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S가 2020년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려면 2014년 매출 기준으로 연평균 16.7%씩 성장해야 한다”며 “결코 쉽지 않은 목표지만 터무니없는 목표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S에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대형 IT 업종 중 매년 10% 이상의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 회사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은 아웃소싱에서, 성장은 물류 BPO에서 가능하며 삼성 지배 구조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라는 특징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 안팎에서 내년이 목표 달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가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목표 달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는 전 세계 물동량을 소화할 수 있는 사업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사업 대상도 삼성전자 이외의 그룹 관계사, 궁극적으로는 그룹 밖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쯤 각 물류 현지 법인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약 5% 수준의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가 기업용 솔루션 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SDS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조6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조창옥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부문은 기술 발전과 변화 속도가 빨라 IBM 등 업체들도 M&A를 통한 서비스 고도화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삼성SDS는 삼성전자가 관심을 쏟는 제약·바이오·의료기기·웨어러블 등 신규 사업 진출과 관련해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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