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일 만에 돌아온 최태원 회장

재계 총수 중 유일하게 사면·복권···등기 이사 복귀 가능해져


8월 14일 오전 0시 5분께 경기 의정부교도소 앞. 밤 12시를 넘긴 시각에도 100여 명의 취재진과 SK그룹 임직원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광복절 특사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최태원(55) SK 회장이 출소하는 날이었다.
출소자 43명 중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최 회장은 희끗한 머리에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 차림으로 걸어나왔다.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2013년 1월 31일 횡령 혐의로 구속된 후 926일 만이었다.
최 회장의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은 여러모로 주목 받는다. 기업 총수로는 유일하게 사면 받아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운명이 엇갈렸다.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도 제외된 가운데 홀로 바깥세상에 나오게 됐다.
게다가 잔형 면제에 복권까지 되면서 경영 복귀의 발판까지 마련됐다. 최 회장의 출소를 손꼽아 기다려 온 가족과 SK그룹으로서는 숙원을 풀게 됐다. 최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고 감사하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SK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 “경제 활성화에 최선”
최 회장의 법적 사면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03년 1조9000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8년 집행유예가 확정됐다가 같은 해 사면 받았다. 이후 2013년 1월 31일 회사 자금 46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계열사들이 펀드에 투자한 자금 일부를 선물 옵션 투자로 활용했다가 원상 복구했지만 횡령 혐의가 인정됐다.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에 들어가자 SK그룹과 최 회장 가족들은 오너의 사면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해 연봉 301억 원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187억 원을 옥중 기부했다. 그의 둘째 딸 최민정 씨는 2014년 11월 해군 장교로 임관, 소말리아 아덴만으로 파견되면서 재벌가 자녀로서는 이례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8월 13일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인 특별사면 기준은 5가지로 요약된다. 죄질, 피해 회복 여부, 복역 기간, 사면 전력 횟수, 사회 기여 및 향후 경제 기여 정도다. 6개월 내 형이 확정됐거나 최근 5년 내 특별사면을 받은 경우는 제외됐다. 최 회장은 사면과 복권으로 주요 계열사 등기 이사로 복귀할 수 있다. 그는 수감 생활 기간 허리와 시력이 다소 나빠져 당분간 건강을 추스른 후 다시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을 구상하며 그룹 성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에너지·통신·반도체 사업에 역점을 두고 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영 복귀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1960년생. 1983년 고려대 물리학과 졸업. 1989년 시카고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98년 SK 회장. 2005년 전국경제인 연합회 부회장. 2011년 SK이노베이션 회장. SK 사내이사.


최태원 회장은 수감 생활 기간 허리와 시력이 다소 나빠져 당분간 건강을 추스른 후 다시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을 구상하며 그룹 성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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